미술계 소식

감각의 총탄이 날아온다…김남표, 해석을 거부한 붓질

2025.07.21

삼청동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

'경험은 회화를 배반한다' 8월23일까지

associate_pic
김남표 개인전 '경험은 회화를 배반한다'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바다는 더 이상 풍경이 아니다. 감각의 총탄이다.”

해일처럼 밀려오는 물감의 제스처는 감정의 흔적이자 시각의 충격이다. 화면은 이미지가 아니라 감각의 파편으로 가득 차 있다.

서울 삼청동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는 김남표의 개인전 '경험은 회화를 배반한다'는 회화라는 매체가 감각의 충돌로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자리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자연 재현을 넘어, 회화의 본질을 다시 묻는다.

해안 절벽의 풍경을 고해상도로 묘사한 구상 회화와 물감을 토해내듯 폭발시킨 추상 회화가 나란히 걸린 전시 공간은 말 그대로 “회화가 회화 자체를 의심하게 되는 지점”에 도달한다.

associate_pic
김남표, Waves#4, 2025, Oil on linen, 116.8x91cm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 제목은 작가가 작업 노트에 남긴 문장에서 비롯됐다.

“내가 보고 느낀 걸 그대로 그려도 이상하게 나오곤 했다. 경험은 회화를 배반한다.”

이 말은 곧 물감, 행위, 붓질이라는 물리적 흔적이 작가의 ‘감각’보다 먼저 관객에게 도달한다는 뜻이다.

김남표는 바다라는 이미지를 출발점 삼되, 그것을 풍경이 아닌 감각의 기억으로 치환한다.

물감은 그려졌다기보다 ‘토해졌다’. 작가의 신체적 제스처와 물성 자체가 뒤섞여 폭발하듯 화면을 가득 채운다. 색은 색을 그리지 않고, 감정은 형태를 거부한다.

associate_pic
김남표 개인전 호리아트스페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작업들은 시각의 익숙한 문법을 교란하면서도, 회화가 본래 지닌 원초적 충동, ‘그리기’ 이전의 ‘느끼기’로 되돌아간다.

이 전시는 우리가 ‘보다’라고 부르는 행위가 얼마나 많은 오해와 감각적 미끄러짐 위에 놓여 있는지를 예술적으로 고발한다.

전시장에 걸린 화면들은 구상과 추상, 감정과 질료, 사유와 행위의 경계를 불안하게 가로지른다.

작품은 구체적인 바위와 파도의 형상을 담고 있지만, 이내 형상은 흐릿해지고 붓질은 감정의 파편처럼 흩어진다.

“회화란 무엇인가.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김남표의 질문은 물음표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물감이 먼저 응답한다. 감각의 총탄이 날아드는 순간, 해석은 멈추고 지각이 깨어난다.

associate_pic
김남표 개인전 '경험은 회화를 배반한다'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전시는 지난 5월부터 7월 13일까지 성남미술관 반달갤러리에서 열린 '누가 회화를 두려워하랴?'의 연장선에 있다.

앞선 전시에서 바다와 산을 통해 회화의 양면성을 탐색했던 시도는 이번에 더욱 밀도 높고 파괴적인 감각의 언어로 전환된다.

김남표는 경험이 완벽히 재현될 수 없음을 전제하면서도, 그 불가능성 안에서 회화의 진실을 다시 붙든다.

설명을 유예하고 감각을 환기시키며, 관람자에게 해석이 아닌 ‘느낌의 충격’을 선사한다. 전시는 8월 23일까지. 관람은 무료.
associate_pic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보기

'되어보는 회화’…김남표, 감각의 수행자[박현주 아트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