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 아부다비로…걸프 협력 회의서 최대 전시

2025.05.16

백남준 ‘열린회로’ 개념 상호연결성 중심

작가 29인 작품 48점 전시…6월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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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기, 〈물 기울기〉, 1979, C-프린트, 60×50cm(×4개), ed.2/10,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우리는 모두 열린 회로 속에 있다.”

백남준이 말한 ‘open circuits’의 개념은 단지 기술적 상호연결성을 넘어, 예술과 사람, 그리고 시대 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뜻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이 철학을 매개로, 한국 동시대 미술의 60년을 아부다비에 펼친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은 아부다비음악예술재단(ADMAF)과 공동 기획한 대규모 국제전 'Layered Medium: We Are in Open Circuits'를 16일부터 6월 30일까지 아부다비 마나라트 알 사디야트(Manarat Al Saadiyat)에서 개최한다.

 서울시립미술관 소장작을 중심으로 작가 29인의 작품 48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걸프 협력 회의(GCC) 지역에서 열린 한국 동시대 미술 전시 중 최대 규모다.

이번 전시는 2024년 체결된 서울시립미술관과 아부다비음악예술재단의 3년 장기 파트너십 일환으로 추진됐다. 두 기관은 공동 커미션, 작가 레지던시, 담론 교류 등을 바탕으로 동시대 미술의 연결성과 교차성을 탐색해왔다.

공동 큐레이터 여경환(서울시립미술관)과 마야 엘 칼릴(ADMAF)은 “이번 전시는 물리적·지리적 경계를 넘어서는 예술적 관계성의 확장, 그리고 서로의 경험을 투명한 매체처럼 중첩시킬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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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용, 〈장소의 논리〉, 1975년 퍼포먼스, 2019년 프린트, C-프린트, 49×49cm(×4개), ed.3/12,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시립미술관 최은주 관장은 “아부다비는 세계화와 도시화가 교차하는 문화적 지점을 품고 있다”며 “서울시립미술관이 수십 년간 구축해온 한국 동시대 미술의 흐름이 이곳에서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부다비음악예술재단 설립자 후다 이브라힘 알 카미스-카누(H.E. Huda Ibrahim Al Khamis-Kanoo)는 “이번 전시는 GCC 지역뿐 아니라 새로운 관객에게 한국 미술을 소개하는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문화 협력과 문화 외교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시”라고 강조했다.
이 전시는 백남준의 '열린 회로' 개념을 키워드로 삼아, 4개의 주제 섹션을 통해 한국 동시대 미술의 전개 과정과 매체 실험을 교차적으로 풀어냈다.

◆1부 _신체, 공간, 그리고 시선의 전환
1960~70년대 실험미술의 전개 속에서, 시각 예술의 지각과 경험이 어떻게 새롭게 구성되는지를 탐색했다. 이강소의 〈페인팅 78-1〉(1977), 박현기의 〈무제(TV어항)〉(1979),〈물 기울기〉(1979)는 신체의 물리적 위치가 시각적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험적으로 보여준다. 백남준의 〈자화상〉(1998)은 예술가로서의 자아와 정체성에 대한 사유를 담았다.

◆2부 _몸을 통해 세계를 인식하다
이건용의 〈신체 드로잉 76-2-07-02〉(2007)와 오민의 〈연습곡의 연습곡〉(2018)은 신체적 행위를 통해 비인간적 지각, 도구, 매체의 확장 가능성을 탐색했다. 이불의 〈무제〉(2006)는 서로 다른 문화적 전통 속에서 신체가 어떻게 재현되어 왔는지를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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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무제〉, 2006, 니켈 크롬 와이어에 크리스털, 유리, 아크릴 비즈, 스테인리스 스틸 골조, 320×62×32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사진: 김상태

 *재판매 및 DB 금지


◆3부 _기억과 정체성, 예술적 재구성
전소정의 〈먼저 온 미래〉(2015), 〈이클립스〉(2020), 〈그린 스크린〉(2021)은 정치적 경계를 넘어선 시공간과 상상의 공간을 그려냈고, 권하윤의 〈구보, 경성방랑〉(2021)은 일제강점기 서울을 가상으로 재구성하며 역사적 기억의 시각화 방식을 고찰했다.

 ◆4부 _네트워크로서의 도시, 연결된 풍경
임민욱의 〈S.O.S. – 채택된 불일치〉(2009)는 서울의 한강을 따라 이동하는 영상적 항해를 통해 도시 풍경을 재맥락화했으며, 김아영의 〈딜리버리 댄서 시뮬레이션〉(2022)은 알고리즘으로 제어되는 가상 도시에서의 노동과 감각을 탐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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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영, 〈조각적인 신부〉, 1997(2016 부분 재제작), 스펀지, 나무, 석고, 210×150×100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사진: 김도균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는 퍼블릭 프로그램 ‘Layered Dialogues’를 통해 담론을 확장한다. 참여 작가 권병준, 최고은 등이 참석하는 패널 토론과 영상 스크리닝이 열리며, UAE 작가 및 이론가들도 함께 참여해 전시를 아부다비의 문화적 맥락 속에서 조망하는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서울시립미술관-아부다비음악예술재단 공동기획 한국동시대미술전
백남준, 김구림, 박현기, 이건용, 이강소, 박이소, 홍승혜, 정서영, 이불, 임민욱, 문경원 & 전준호, 권병준, 양혜규, 이슬기, 홍영인, 김성환, 오민, 강서경, 김아영, 권하윤, 전소정, 최고은, 전혜주, 우한나, 람한, 구기정, 황선정, 이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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