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채색화의 현재, '이영지'라는 이름…선화랑 개인전 ‘In Your Silence’
2025.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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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지, 사랑을 속삭여줘 97X194 장지위에 분채 2025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채색 한국 화가 이영지는 우리 한국화의 위상과 방향을 가늠하는 데 있어 좋은 표본이다. 작가에게 차기 K-컬처의 바톤을 맡기고자 하는 이유는 ‘우리’에 기반한 치유의 콘텐츠들이 세계인들에게도 똑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재언 미술평론가의 이 말은, 채색화를 현대적 감성으로 풀어내며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작가 이영지(50)를 설명하기에 가장 정확한 언어일지도 모른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대표 원혜경)에서 열리고 있는 이영지 개인전 ‘In Your Silence’는 색의 따뜻함과 감정의 진심을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전시는 오는 6월 13일까지.
2016년 선화랑 ‘예감’ 시리즈를 통해 처음 소개된 이후, 2018년·2021년·2023년에 이어 벌써 네 번째 선화랑 개인전이다. 치열해진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이처럼 꾸준히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영지의 화면 앞에 선 이라면 누구든 그 안에 깃든 생의 온기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한국화를 전공한 이후 줄곧 전통 채색화 기법을 고수해왔다. 종이 위에 차분히 쌓아 올린 색, 섬세한 필치로 구현된 자연의 풍경은 ‘사랑’이라는 보편적 정서를 은유적으로 전한다.
단아한 색의 구조 속에 숨겨진 유쾌한 위트, 솔직한 감성은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준다. 자연 친화적인 공간, 그리고 화면 곳곳에 등장하는 ‘새’는 인간 감정의 매개체로 기능하며, 작품은 점점 시처럼 읽히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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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그 나날들 162X130.3cm(100호) 장지위에 분채 2025 *재판매 및 DB 금지 |
이영지는 자신의 삶을 화면 속 ‘나무’에 투영한다. 연둣빛 어린잎이 모여 짙은 초록을 이루듯, 시간과 경험은 작가를 단단히 만든다. 원하는 색을 얻기 위해 수차례 밑칠하고, 마른 붓으로 먹선을 얹고, 다시 그 위에 나뭇잎과 풀들을 세필로 정성껏 그려 넣는 과정은 회화 이상의 서사이자 성찰이다. 색과 선, 시간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생이 완성된다.
전시 제목 ‘In Your Silence’처럼, 이번 신작들은 조용한 위로와 경청의 태도를 품고 있다. 밤하늘, 달빛, 물결, 별빛 같은 이미지들은 침묵을 품은 세계를 상징하며, 작가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당신의 침묵을 내가 들어줄게.” 디지털 시대의 무언한 고립 속에서, 이영지의 화면은 다정함과 배려, 공감이라는 오래된 감정의 회복을 제안한다.
최근 홍콩과 아부다비 등 국제 미술시장에서의 반응도 뜨겁다. 전시마다 ‘솔드아웃’이라는 기록은 단순한 판매를 넘어, 문화와 언어를 초월한 공감의 증표다. 한국 채색화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적인 감수성을 품은 이영지의 작품은,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치유의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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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내가 지킬거야 120X70cm(50호) 장지위에 분채 2025 *재판매 및 DB 금지 |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