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예술가는 한 시대를 고발하고 정화하는 예언자"…강광, 3주기展

2025.04.03

한국 민중미술 1세대 작가

가나아트평창, 6년만의 개인전

'자화상' 등 대표작 20여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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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향으로 간다 Ⅱ 2003 Acrylic on canvas 97 x 130cm 38.2 x 51.2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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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한국 민중미술 1세대' 작가 강광(1940~2022)의 작고 3주기 기념전이 6년 만에 열린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는 강광의 '나는 고향으로 간다' 개인전을 3일 개막했다. 작가가 30세에 그린 '자화상'을 비롯해 1980~2000년대 대표작 20여 점을 전시했다.

전시 제목 '나는 고향으로 간다'는 동명의 작품 제목에서 따왔다. 삶 터에 대한 깊은 애정이 깃든 작품으로, 작가 자신이 직접 겪은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을 ‘자연’이라는 소재를 통해 풀어낸 작품이다.  파랗게 물든 너른 들녘 위에 그려진 바람길, 절제된 형태의 봉화가 켜진 봉우리와 들개의 풍경은 황량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예술가는 한 시대를 고발하고 정화하는 예언자다. 음악이나 문학, 그 외 다른 수단으로 표현되는 예술가의 사명 또한 마찬가지다. 이는 예술가의 사회 참여라는 문제와는 구분해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화가 강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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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1969 Oil on canvas 49 x 35.5cm (10F) 19.3 x 14in.
 *재판매 및 DB 금지

◆'민중 미술' 작가 강광은 누구?
1940년 함경남도 북청에서 출생한 강광은 6.25 전쟁 발발 직후 서울로 이주했다. 1965년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군대에 입대한 그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

전역 이후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어떤 작업을 할 것인가’라는 부단한 고민 끝에 전국 일주에 나섰고, 여행 마지막에 제주에 정착하기로 결정했다.

1969년 제주에 입도한 강광은 1982년까지 14년 동안 제주에 머물렀다. 제주 오현중·고교 미술교사와 제주대학교 미술교육과에 출강하며 후진 양성에 힘쓰면서도 작업의 끈을 놓지 않았다.

1984년 인천대학교 미술대학에 교수로 부임, 인천대가 시립화 되는 과정에서 교수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했다. 이후 학장, 부총장, 인천학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또한 인천 민예총을 설립해 문화계 균형을 맞추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하는 등 인천 지역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는 활동을 주도했다.

“나는 화려한 색은 쉽게 싫증을 느낀다. 그림 속에 살아있는 철학을 담을 수 있는 깊은 맛이 있는 색으로 청회색 계통을 즐겨 사용해왔다. 작가가 선택하는 색은 한마디로 ‘자기인식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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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산자락 2009 Acrylic on canvas 38 x 45.5cm (8F) 15 x 17.9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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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아픔 담은 '리얼리스트 화가'
교육자이자 시민운동가이자 화가였던 강광은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중심으로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삶의 묵직한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작업을 전개해왔다.

제주에서 거주하던 시기, 제주 도내 곳곳에 서려 있는 비극적인 4.3 사건의 상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며 이를 작품 속에 녹여냈다. 이 시기에 제작된 1970년대부터 80년대 초반 작품들에서는 전반적으로 색채의 사용이 극도로 절제된 경향을 보인다.

화면 전체를 은분(銀粉)이 섞인 회색조로 처리하고, 청색이나 갈색, 붉은색 등 대조적인 단일 색을 더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침잠하게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표현은 당대의 암울한 시대적·역사적 정황과 환경을 은유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6.25 전쟁, 월남전 참전, 민주화 운동 등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을 온 몸으로 겪어낸 강광의 작품에는 시대적인 아픔과 그로인한 고독, 억압, 울분 등의 감정이 오롯이 녹아 있다.

특히 1980년대 작업은 그의 리얼리스트(Realist)적 면모를 잘 드러낸다. 시대의 현실을 간과하지 않고 부조리한 현실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절제된 형태와 다소 제한적인 색채 사용이 특징이다.

강광은 조형적 실험과 소재에 대한 탐구를 통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했는데, 캔버스 위에 종이나 부직포, 납판을 오려 붙이거나 문자 언어를 활용하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나는 고향으로 간다’, ‘마니산 자락’, ‘아름다운 터’ 등은 강광이 꿈꾸는 이상과 현실에 대한 언어적 표상이다. 캔버스는 우리가 지켜야 할 영토이며, 들개는 영토를 지키는 존재로 자아의 이미지가 투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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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호랑이가 살아야한다, 2005, Acrylic on canvas, 130 x 163cm,51.2 x 64.2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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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동물이 아닌, 우리의 정신과 강인함을 상징하는 존재로서 호랑이를 그렸다. 우리 민족은 여러 풍파를 겪어 왔다. 우리의 호랑이가 나타나서 우리 것이 아닌 것을 물리치고, 굳건한 정신을 세워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민화적 요소를 담고 있는 '우리의 호랑이가 살아야한다'(2005)는 우리 민족의 얼과 기상을 대표하는 동물인 호랑이가 등장한다. 해학적으로 묘사된 호랑이와 평면화된 패턴으로 표현된 꽃과 나무, 풍부해진 색채가 인상적이다.

강광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호랑이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하고 전통을 지키고자 하는 작가의 염원이 담겨 있다. 강광에게 자연은 재현의 대상이 아닌, 감정을 드러내는 상징적 요소로 작용한다.

그의 작업은 시대의 무거운 주제들을 일상 속에 담아 특유의 서정성으로 풀어내었다는 점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 등 국내 주요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가나아트 김지은 큐레이터는 "강광 3주기를 맞아 작가의 화업 60여 년을 반추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사회의 부조리한 면면을 좌시하지 않고 예술과 삶을 동일시해온 작가에 대한 미술사적 재평가가 이루어지는 뜻 깊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25일까지. 관람은 무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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