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기괴한데 다정하다…패트리샤 피치니니가 그린 '새로운 가족'
2026.07.22
수원시립미술관서 한국 첫 미술관 개인전 '킨십'
AI시대,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 새롭게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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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패트리샤 피치니니가 22일 오전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국내 첫 미술관 개인전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Kinship)' 프레스 투어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026.07.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수원=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작업의 영감은 자연에서 얻습니다. 자연을 관찰하고 드로잉을 하며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작품을 만듭니다."
호주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패트리샤 피치니니(61·RMIT 대학 교수)가 국내 첫 미술관 개인전 '킨쉽(Kinship)'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기술이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를 묻는다.
22일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프레스 투어에서 피치니니는 "2000년 한국을 찾은 이후 처음 다시 방문해 이렇게 좋은 전시를 열게 돼 기쁘다"며 "기술이 발전하는 시대일수록 인간과 비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가능성을 작품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장에는 인간도 동물도 아닌 존재가 서로를 끌어안고 있다. 처음에는 낯설고 기괴하지만, 오래 바라볼수록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체온이다. 피치니니가 상상한 미래는 두려움보다 돌봄에 가깝다.
작가는 "인간과 비인간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하나"라며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서로 연결된 생명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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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트리샤 피치니니_안식처_2018.2024 *재판매 및 DB 금지 |
오는 23일부터 수원시립미술관 행궁 본관에서 열리는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Kinship)'은 국내 첫 미술관 개인전이자 최대 규모 전시다. 2002년부터 2025년까지 제작한 조각과 사진, 영상, 설치, 아카이브 등 56점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기술, 돌봄과 공존의 관계를 조망한다. 주한호주대사관이 후원했다.
1965년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태어나 호주로 이주한 피치니니는 실리콘과 유리섬유, 실제 머리카락 등을 이용한 극사실 조각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2003년 제50회 베니스비엔날레 호주관 대표작가로 참가한 '우리는 가족입니다(We Are Family)'를 계기로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호주국립미술관과 퀸즐랜드미술관, 쿤스트할 로테르담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꾸준히 개인전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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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패트리샤 피치니니가 22일 오전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국내 첫 미술관 개인전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Kinship)' 프레스 투어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026.07.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전시 제목인 '킨쉽(Kinship)'은 친족이나 혈연을 뜻하지만, 피치니니는 이를 인간 중심의 가족 개념을 넘어 서로 다른 존재들이 맺는 연결과 책임의 관계로 확장한다.
운동화를 신고 작품 사이를 오가는 피치니니는 자신의 창작물을 설명하는 작가라기보다, 오래 함께 살아온 가족을 소개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작품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도 낯선 존재를 향한 호기심보다 애정과 돌봄이 먼저 묻어났다.
이번 전시는 '깨어나다', '조우하다', '유대하다', '흔적들' 등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1부 '깨어나다'에서는 '바쳐진 존재', '독수리 알 인간', '서포터' 등을 통해 인간과 동물, 사물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상의 생명체를 소개한다. 보호와 돌봄은 특정 존재의 역할이 아니라 생명을 책임지는 관계의 문제로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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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트리샤 피치니니 의심하는 토마스_2008 *재판매 및 DB 금지 |
2부 '조우하다'는 인간과 낯선 생명이 처음 마주하는 순간을 담는다. 대표작 '의심하는 토마스'에서는 아이가 생명체의 입 안으로 손을 내미는 장면을 통해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먼저 관계를 시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 연작 '피츠로이 시리즈'에서는 상상의 생명체가 도시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며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하는 풍경을 펼쳐낸다.
3부 '유대하다'는 이번 전시의 핵심이다. 인간과 오랑우탄의 특징이 결합된 '킨드레드(Kindred)', 서로를 끌어안은 '안식처', 침대 위에서 몸을 맞댄 '연인', '신생가족' 등은 가족을 혈연이 아니라 서로를 돌보고 책임지는 관계로 다시 정의한다.
마지막 4부 '흔적들'에서는 작가 인터뷰와 작업 자료, 제작 과정, 공공미술 프로젝트 '스카이웨일즈: 모든 마음은 노래한다'(2024) 기록 영상을 통해 작품 세계를 입체적으로 소개한다. 높이 34m, 길이 23m 규모의 초대형 열기구로 구현한 이 프로젝트는 미술관 밖 공공 공간으로 확장된 대표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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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패트리샤 피치니니가 22일 오전 수원시립미술관에서 국내 첫 미술관 개인전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Kinship)'의 대표작 '연인'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026.07.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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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_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
전시 기간에는 인문학 강좌 'SUMA 렉쳐: SF와 생명의 낯선 존재 끌어안기', 작가와 함께하는 아티스트 토크, 교육 프로그램 '관찰: 기묘한 만남', '실험: 뜻밖의 이웃', '사유: 다정한 시선들'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오민범 수원시립미술관장은 "수원시립미술관은 나혜석의 고향에 자리한 미술관으로 여성주의와 돌봄, 공존의 문제를 동시대미술의 주요 의제로 다뤄왔다"며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에게 우리가 앞으로 맺어갈 관계와 책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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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트리샤 피치니니_스카이웨일즈 모든 마음은 노래한다_ 기록 영상_2024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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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 전시 전경. 패트리샤 피치니니 <독수리 알 인간 시리즈> 2018, <어린나무> 2020, 서포터 2021 *재판매 및 DB 금지 |
피치니니의 생명체는 인간을 닮아서 친숙한 것이 아니다. 서로를 보듬고 의지하는 방식 때문에 오히려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기괴함은 외형에 있지만, 다정함은 관계 안에 있다.
피치니니의 조각은 미래를 예언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어떤 존재와 함께 살아갈 것인지를 미리 연습하게 한다. 그의 작품은 기술의 진보보다 관계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며, 낯선 생명을 상상하는 일이 결국 인간다움을 다시 묻는 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시는 11월 1일까지 열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