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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는 복제품 아니다”…90세 김구림, 550쪽 역작 출간

2026.05.19

[신간] '판화수집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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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판화는 복제품이 아니다. 판(版)을 통해 탄생한 독립적 원작이다.”

 90세 현역 미술가이자 한국 실험미술의 거장 김구림이 판화 예술의 본질과 수집의 세계를 집대성한 '판화수집의 모든 것'을 출간했다. 회화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미술시장에 판화의 독자적 예술성과 수집 가치를 환기하는 책이다.

1950년대부터 회화·치·퍼포먼스·영화·무용 등 장르 경계를 허물며 한국 아방가르드를 개척해온 김구림은 뉴욕 Art Students League of New York에서 판화를 공부하며 매체의 물성과 복제성 안에 숨겨진 고유의 예술성을 탐구해왔다.

550쪽 분량의 이 책은 판화의 정의와 역사, 기법, 감정, 수집, 경매, 보존과 복원까지 판화의 전 영역을 총망라했다. 단순 입문서를 넘어 판화 시장의 구조와 국제적 유통 질서를 정리한 국내 최초 수준의 ‘판화 컨설팅북’이자 ‘판화 교과서’에 가깝다.

김구림은 책에서 “좋은 판화는 회화와 다른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다”며 “그 안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정신의 향기가 있다”고 말한다. 이어 “누구든 좋은 판화 한 점을 집 안에 걸어보라. 가격 이상의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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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구림 작가. 2023.06.14. [email protected]


책은 크게 네 축으로 구성된다. 먼저 목판화·에칭·애쿼틴트·석판화·실크스크린 등 전통 판화 기법부터 현대적 변용까지를 설명하며 판화의 조형 언어를 짚는다. 이어 에디션 번호, 작가 서명, 카탈로그 레조네 등 ‘오리지널 판화’를 판별하는 기준을 상세히 해설한다.

또 글로벌 판화 시장의 흐름과 경매 참여법, 아트 포스터 수집 전략 등 실전적 컬렉팅 정보도 담았다. 마지막 장에서는 종이 작품의 특성을 고려한 습도·조도 관리와 액자 제작, 복원 기술까지 다루며 판화를 ‘보존과학’의 관점으로 접근한다.

김구림은 특히 회화에만 과도하게 집중된 한국 미술시장의 구조를 지적하며 판화 시장의 재평가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판화는 원화의 복사본이 아니라 독립적인 창작 행위”라며 “국내 시장 역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판화 이해와 수집 문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출판사 더모던은 “판화를 처음 접하는 입문자부터 화랑 관계자, 미술관 실무자, 컬렉터까지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실전형 레퍼런스”라고 소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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