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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에서 빛으로…가나아트, 곽수영 개인전 ‘겹겹의 사색’

202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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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yage Immobile 25-XV  2025 Acrylic on canvas 194 x 130.3cm 76.3 x 51.2in.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캔버스 위에 남은 것은 소음이 아니라, 긁힌 흔적과 빛의 잔상이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가 2025년의 마지막 전시로 선보이는 곽수영 개인전 ‘겹겹의 사색, 어둠에서 빛으로’는 격렬한 감정 이후에 도달하는 내면의 상태를 회화로 펼쳐 보인다.

가나아트센터 ‘SPACE 97’에서 2021년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오랜 시간 축적된 곽수영의 사유와 회화적 태도가 한층 더 완숙한 형식으로 드러나는 자리다.

전시는 대표작 ‘La Tempête(폭풍)’와 ‘Voyage Immobile(부동의 여행)’ 연작을 중심으로 신작을 포함한 회화 20여 점을 한자리에 소개한다.

곽수영의 회화는 ‘쌓고, 긁어내고, 드러내는’ 반복적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유화와 아크릴, 때로는 도자기 유약까지 활용해 캔버스 위에 색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뒤, 충분히 건조된 표면을 다시 긁어내고 벗겨내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화면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기억과 시간, 의식의 층위가 켜켜이 축적된 흔적으로 남는다.

이번 전시는 선과 빛, 어둠과 사색이라는 곽수영 회화의 핵심적인 조형 언어가 어떻게 하나의 세계를 구축해 왔는지를 집중적으로 조망한다. 두터운 표면 아래 잠재돼 있던 밝은 색채가 긁힌 흔적 사이로 드러나며, 어둠 속에서 빛이 서서히 번져 나오는 듯한 화면은 ‘겹겹의 사색’이라는 전시 제목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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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Tempête 2024 Acrylic on canvas 194 x 260cm 76.3 x 102.3in. *재판매 및 DB 금지


주요 작품인 ‘La Tempête(폭풍)’는 산 풍경을 모티프로 삼아 작가의 내면이 요동치던 시기의 감정을 자연의 이미지로 치환한 작품이다. 겹겹이 중첩된 물감과 긁힌 흔적은 감정의 파동과 에너지를 암시하며, 자연 풍경과 내면 풍경이 맞물리는 회화적 장면을 만들어낸다.

또 다른 중심축인 ‘Voyage Immobile(부동의 여행)’ 연작은 실제 이동으로서의 여행이 아닌, 기억과 사유가 오가는 내면의 여정을 은유한다. 고딕 성당의 수직적 구조에서 출발한 화면 구성은 반복되는 선과 깊이 있는 공간감을 통해 정지된 시간의 감각을 불러낸다. 이는 과거와 미래가 잠시 겹쳐지는 사유의 순간, 곽수영이 말하는 ‘부동의 여행’의 상태를 시각화한 것이다.

곽수영은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질 수도 있었을 순간들의 잔상을 기억해 낸다”고 했다. 그의 회화는 재현이나 장식적 효과를 넘어, 내면의 시간과 감각을 선이라는 조형 언어로 드러내는 수행적 회화로 읽힌다.

한 해의 끝과 시작이 맞닿는 시기에 열리는 이번 전시는 관람객에게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시간을 제안한다. 전시는 2026년 1월 25일까지 열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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