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옻칠로 확장한 K-헤리티지…호리아트스페이스 ‘빛이 스민 자리’

2025.12.18

김수진, 류연, 한결, 이정민 4명 그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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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아트스페이스, '빛이 스민 자리'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전통 공예 기법인 옻칠과 한국의 미감을 담은 사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시가 열린다.

호리아트스페이스는 연말 기획전 ‘빛이 스민 자리’를 열고, K-헤리티지(Korean Heritage)의 깊이와 확장 가능성을 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김수진, 류연, 한결, 이정민 등 네 명의 작가가 참여해 전통 재료인 ‘옻(漆)’과 ‘빛(光)’이 만들어내는 시간성과 깊이의 미학을 살펴본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해온 작가들은 옻칠이 요구하는 느린 시간과 반복의 과정을 통해 사물에 깊이가 스며드는 순간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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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아트스페이스, 빛이 스민 자리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검은 항아리와 소반, 테이블 등 옻칠 오브제는 빛을 강하게 반사하기보다 표면 아래로 흡수하며 은은하고 따뜻한 광택을 드러낸다. 이는 여러 차례의 칠과 건조를 반복하며 축적된 시간의 결과다.

김수진, 류연, 한결은 전통 옻칠 공예를 현대적으로 변용한 작업을 선보인다. 김수진은 소반과 합, 가구 등 전통 기물을 현대적 형태로 재해석하며 나무의 결과 전통 기법, 조형적 감각이 만나는 새로운 미감을 제시한다.

류연은 나무가 스스로 만들어낸 뒤틀림과 갈라짐을 결함이 아닌 생명의 흔적으로 받아들이며, 옻칠의 깊이를 통해 이를 식기와 기물, 가구 등 실용적 오브제로 구현한다.

한결은 오래된 한국의 생활 공예 위에 옻을 쌓아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지점을 탐구하며, 사물에 또 하나의 생을 부여하는 옻의 시간을 강조한다.

이정민은 옻칠 오브제를 한지 위로 옮겨온 회화적 사진 작업을 선보인다. 옻을 입힌 한지에 빛으로 이미지를 새기는 방식으로, 옻칠이 쌓아온 시간과 사진이 빛에 감광돼 생성되는 시간이 겹쳐지는 새로운 시간의 층위를 탐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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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아트스페이스, '빛이 스민 자리' 전시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호리아트스페이스 김나리 대표는 “옻칠이 요구하는 긴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옻이 사물에 또 하나의 생을 부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라며 “나무와 옻, 한지 위에 쌓인 시간이 겨울의 낮은 햇빛과 만나 만들어내는 깊이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2026년 1월 10일까지. 관람은 무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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