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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 ‘엘리자베스 레더러' 초상화, 3460억 낙찰 깊은 배경

202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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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0억에 팔린 구스타프 클림트 ‘엘리자베스 레더러의 초상화’, Sotheby‘s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금빛 초상화가 다시 시장의 중심을 찔렀다.

18일(현지시간) 뉴욕 소더비 경매장에서 ‘엘리자베스 레더러의 초상’이 예상가(1억5000만 달러)를 훌쩍 넘어 2억3640만 달러(약 3460억 원)에 낙찰됐다.

침체된 시장에 오랜만에 터진, 말 그대로 ‘금빛 반등’이었다.

이번 결과로 클림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에 이어 경매 역사상 두 번째로 비싼 화가가 됐다.

그의 이전 최고가는 2023년 ‘부채를 든 여인’의 8530만 파운드(약 1640억 원). 이번 낙찰은 그 두 배 이상이다.

뿐만 아니다. 이 작품은 클림트가 남긴 단 두 점뿐인 전신 초상화 중 하나다. 희귀성 자체가 이미 시장의 시그널이었다.

◆그림 속 여인은 누구인가…금빛 뒤의 비극
엘리자베스 레더러는 클림트 후원자 아우구스트 레더러의 딸이자, 오스트리아 유대계 상류층을 상징하는 이름이었다.

그러나 작품의 화려한 표면과 달리, 그 뒤의 역사는 비극에 가깝다.

레더러 가문은 나치 박해를 피해 스위스로 도피했고, 가문의 주요 컬렉션은 몰수됐다. 친척 아델레 브로흐-바우어의 초상은 수십 년에 걸친 법정투쟁 끝에 환수된 것으로 유명하다.

클림트의 금빛 아래에는 유럽 20세기 초 비극의 그림자가 겹쳐 있다.

◆레너드 로더 컬렉션…한 ‘개인 시대’의 종료
이번 작품은 에스티 로더 가문 출신, 컬렉터 레너드 로더의 자택에 40년 동안 걸려 있던 작품이다.

그가 2024년 세상을 떠난 이후, 그의 방대한 컬렉션이 시장에 천천히 흘러들고 있다.

이번 낙찰은 그 흐름 중 가장 강렬한 장면이다. 사적 컬렉션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작품이 다시 세계 시장으로 복귀하는 순간이었다.

◆1916년의 장식성, 2025년의 질문
이 초상화는 클림트 후기 문법의 결정판이다.

동아시아적 모티프, 수공적 패턴, 황금빛의 층위들. 장식은 장식으로 끝나지 않는다.

19세기 말 빈의 불안, 욕망, 계층, 여성 초상화의 권력성이 그 밀도 속에 겹쳐 있다.

그리고 그 장면이, 2025년 경매장에서 다시 깨어났다.

◆지금 미술시장은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NFT의 열광도, AI 이미지의 속도도, 결국 이 금빛의 무게를 넘지는 못했다.

시장은 매번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지만 끝내 결정하는 요소는 늘 같다.

희귀성, 이야기, 역사.

콤비네이션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순간, 가격은 다시 ‘역사’가 된다.

클림트의 금빛은 그 조건을 모두 갖춘 작품이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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