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투탕카몬을 바라보는 인간의 얼굴들[박현주 아트에세이⑤]
2025.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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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로 사진=박현주미술전문기자]이집트 대박물관 입구에서 거대한 람세스 2세 석상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2025.11.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카이로=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그랜드 이집트 뮤지엄(GEM)에 들어서자마자 람세스 2세가 가장 먼저 우리를 ‘호명’한다.
입구 정면에 선 거대한 석신체는 중력보다 오래된 무게로 관람객을 붙잡는다.
금빛이 스며든 벽면, 가느다란 빛의 기둥들-그 아래에서 사람은 한없이 작아진다.
마치 ‘시간의 대합실’을 통과하는 존재처럼. 문명은 늘 인간을 먼저 낮추고, 그다음에 말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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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이집트 대박물관 전시장으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에서는 계단을 따라 배치된 거대한 석상들을 한 칸 한 칸 지나며 천천히 바라볼 수 있다. 관람을 ‘오르며 보는 경험’으로 바꾼 동선이다.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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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로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이집트 대박물관 투탕카몬 전시실. 2025.11.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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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로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이집트 대박물관 투탕카몬 전시실. 2025.11.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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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로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이집트 대박물관 투탕카몬 전시실. 2025.11.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투탕카몬 전시실로 들어서면, 황금 이전의 일상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왕이 앉았던 의자에는 사용감이 남아 있고, 발판은 놀라울 만큼 ‘평범한 인간의 물건’ 같다.
병, 도기, 향을 태우던 흔적들은 여전히 미세한 온기를 품고 있다.
유물들이 박물관에 ‘꾸며진’ 것이 아니라 왕의 방, 왕의 취향, 왕의 손길이 그대로 옮겨져 온 듯한 기분.
5800점의 유물들은 단순한 고대 컬렉션이 아니다.
한 왕의 삶과 일상이 거의 온전하게 남아 있는 ‘세계 전체’다.
손에 쥐었던 물건부터 죽음 이후를 꿈꾸던 상징까지,
그 모든 시간의 층위가 하나의 집처럼 재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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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로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이집트 대박물관 투탕카몬 전시실. 2025.11.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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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로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이집트 대박물관 투탕카몬 전시실. 2025.11.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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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로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이집트 대박물관 투탕카몬 전시실. 2025.11.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네 겹으로 미라를 감싸던 황금 성전.
벽면에는 금빛 주문이 반복되고, 청색 유리 페이스트는 사후 세계의 회로망처럼 미세하게 빛난다.
사람들은 조용해진다.
죽음을 금으로 감싸는 발상은 장식이 아니라, 문명이 발명한 ‘사유의 형식’이었다.
황금 마스크 앞에서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천천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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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로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이집트 대박물관 투탕카몬 전시실. 2025.11.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유리 너머의 투탕카몬 얼굴은 더 이상 고대 왕의 표정이 아니라 21세기 인류가 공유하는 하나의 상징.
일종의 ‘문명 프로필 사진’처럼 떠오른다.
황금 마스크의 매끈한 표면은 관람객의 미세한 표정을 은근히 반사한다.
죽은 왕과 살아 있는 인간의 얼굴이 한 프레임 안에서 겹쳐진다.
금빛 관, 왕의 지팡이, 왕좌. 권력의 상징이던 물건들은 유리 속에 들어오자 왕의 성격·취향·습관으로 다시 읽힌다.
역사는 거대한 서사가 아니라 이렇게 작은 사물들의 표면에서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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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로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이집트 대박물관 투탕카몬 전시실. 2025.11.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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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로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이집트 대박물관 투탕카몬 전시실. 2025.11.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투탕카몬은 절대 권력의 상징이 아니라 애정과 취향, 두려움과 욕망을 가진 한 청년이었다.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얼굴에도 똑같은 감정의 흔들림이 있었다.
GEM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황금 마스크도, 금빛 관도 아니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들의 얼굴이었다.
죽음과 생, 영원과 순간, 권력과 일상의 사이, 사람들은 잠시 멈춰 섰다.
우리는 결국 왕의 얼굴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사라질 존재로서의 자기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도 사라짐 속에는 여전히 남는 것이 있다.
빛처럼, 흔적처럼, 누군가의 시선을 타고 다시 깨어나는 이야기처럼.
투탕카몬은 그렇게,수천 년을 돌아 또 한 번 우리의 얼굴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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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로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이집트 대박물관 투탕카몬 전시실. 2025.11.1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