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살인 나비를 쫓는 여자부터 품행제로까지…MMCA영상관
2025.11.21
국립현대미술관 필름앤비디오의 마지막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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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이코, 구스 반 산트, 1998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2025년 MMCA 필름앤비디오의 마지막 프로그램 ‘이중시선’을 선보인다. 상영은 11월 26일부터 2026년 1월 1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MMCA영상관에서 진행된다.
‘이중시선’은 유튜브·인터넷 등에서 영상이 범람하는 시대에, 대중성과 예술성의 경계를 다시 바라보는 시도가 특징이다.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형식으로 제작된 두 영화를 한 프로그램 안에서 짝지어 상영함으로써 작품 간의 충돌, 조응, 간극이 비평의 대상이 되도록 구성했다. 단순한 병치가 아니라, 이미지와 서사가 서로를 비추며 만들어내는 균열과 공명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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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 나비를 쫓는 여자, 김기영, 1978 *재판매 및 DB 금지 |
총 12편의 영화를 2편씩 엮은 6개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 프로그램에서는 죽음과 욕망을 교차시킨 김기영의 ‘살인 나비를 쫓는 여자’(1978)와 할 애쉬비의 ‘해롤드와 모드’(1971)를 상영한다. 두 번째는 르네 비에네의 ‘변증법은 벽돌을 깰 수 있는가?’(1973)와 스티브 오데커크의 패러디 영화 ‘퓨전 쿵푸’(2002)로, 정치성과 해학, 아시아 무술 영화의 재맥락화를 함께 다룬다.
세 번째 프로그램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싸이코’(1960)와 이를 38년 뒤 거의 그대로 재촬영한 구스 반 산트의 ‘싸이코’(1998)를 나란히 배치했다. 흑백과 컬러, 원작과 리메이크의 미묘한 어긋남을 통해 영화 감각의 경계가 어떻게 흐려지는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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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모두의 나치, 로버트 클레이머, 1984 *재판매 및 DB 금지 |
네 번째는 제작 현장을 기록한 레스 블랭크의 ‘버든 오브 드림즈’(1982)와 촬영자의 자기 성찰을 전면에 둔 커스틴 존슨의 ‘카메라를 든 사람’(2016)으로 구성된다. 다섯 번째 프로그램에서는 ‘우리 모두의 나치’(1984)와 ‘Z32’(2008)를 통해 전쟁·폭력·증언을 둘러싼 재현의 윤리적 긴장을 살핀다. 마지막 프로그램은 송능한 감독의 ‘넘버 3’(1997)와 조근식 감독의 ‘품행제로’(2002)를 묶어, 1990~2000년대 한국 장르 영화가 대중성과 실험을 동시에 구축해가던 시기의 감수성을 조명한다.
상영과 연계해 평론가·창작자 등이 참여하는 토크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영화도둑일기'의 저자 한민수와 ‘씨네스트’ 커뮤니티에서 다수의 한국어 자막을 제작한 서향경, 송효정 영화평론가와 비평지 ‘마테리알’의 함연선이 참여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상영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영화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는 기회”라며 “미술관에서의 영화 상영이 관객에게 다층적 서사와 확장된 영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