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조무래기 도둑들한테 털린 루브르의 굴욕

2025.11.05

7분 만에 사라진 1020억치 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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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출처: 위키피디아) 2025.10.22.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파리의 아침, 10월 19일.
루브르 박물관이 세상에서 가장 어이없는 방식으로 털렸다.
영화 속 ‘오션스 일레븐’이 아니라, 파리 외곽의 조무래기 동네 도둑들이었다.

3일 아트넷뉴스(Artnet News)에 따르면, 범인들은 ‘이삿짐 리프트’를 이용해 갤러리 내부로 진입한 뒤, 각도 그라인더로 진열장을 부수고 보석을 챙겨 스쿠터로 달아났다.

모든 일이 7분 만에 끝났다.

피해 규모는 무려 8800만 유로(약 1020억 원). 루브르 측은 보험조차 들어 있지 않았다.

유일하게 되찾은 건, 도둑이 허둥대며 떨어뜨린 황후 외제니의 왕관 한 점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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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19일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절도 사건에서 도난당했다가 회수한 나폴레옹 3세의 아내인 유제니 황후의 왕관.(출처: 위키피디아) 2025.10.20.  *재판매 및 DB 금지


체포된 용의자는 파리 외곽 세느생드니 지역 출신의 30~40대 남성 네 명.

그중 한 명은 전과 11범, 다른 한 명은 알제리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공항에서 체포됐다.

범행 현장에는 도구가 그대로 남겨져 있었고, DNA는 진열장과 오토바이에서 바로 검출됐다.

프랑스 검찰은 “이건 조직 범죄라기보다 ‘촌스러운 동네 도둑질’에 가깝다”고 평했다.

“일상적인 비행은 아니지만, 결코 ‘엘리트급’ 범죄도 아니다.” 그들의 어설픈 흔적은 범죄보다 코미디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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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AP/뉴시스] 지난달 1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경찰들이 루브루 박물관 절도 사건 범죄자들이 사용한 사다리차를 조사하고 있다. 2025.11.03.

◆문화유산의 아이러니
이번 사건은 루브르가 자랑하던 프랑스 제2제정 시대 황실 보물을 잃은 사건일 뿐 아니라, ‘세계 최고의 보안 시스템’을 자부하던 박물관의 굴욕적인 실패로 기록된다.

한때 피카소, 다빈치의 작품들이 머물던 그 공간이 이젠 동네 소매치기의 무대가 된 셈이다.

아직 보석 대부분은 행방이 묘연하다.
‘황제의 왕관을 떨어뜨린 도둑들’. 그 웃지 못할 희극이, 세계 미술사의 가장 아이러니한 장면으로 남게 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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