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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품격이란 무엇인가…예화랑, 임직순 '필촉'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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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순, 소녀 41.2x32cm  종이에 수채 Watercolor on paper 1984.1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색으로 시대를 그렸던 화가 임직순(1921~1996)의 그림이 ‘그림다움’의 정수를 전한다.

서울 종로구 창덕궁길 예화랑은 11월 1일부터 12월 5일까지 개인전 ‘필촉 筆觸’을 열고, 고전적 회화의 품격과 정서를 지켜온 작가 임직순의 작품세계를 선보인다. 밝고 정감어린 색채와 활달한 필치로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화가다.

이번 전시는 임직순 예술의 절정기인 1970~80년대 유화, 수채화, 스케치 등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색채의 조화를 탐구하던 초기에서 내면의 울림을 표현하는 원숙한 시기로의 변화가 드러난다. 세월의 흔적이 배어 있는 붓질과 정제된 구도는 ‘그림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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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여인 97x145.5cm Oil on canvas 1974 *재판매 및 DB 금지


1973년 파리 체류 당시의 스케치는 간결한 구도와 분방한 필치가 돋보인다. 당시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조각가 문신의 작업실을 그린 작품, 예술가로서 자신을 응시한 자화상 등은 시대의 공기를 담고 있다.

이후 귀국한 1980년대에는 한국의 산천과 정물을 통해 부드럽지만 활력 있는 필촉을 이어갔다. 대표작 ‘설경의 설악산’(1992)은 남색과 흰색의 강렬한 대비로 장대한 자연의 기운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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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의 설악산 100x72.6cm Oil on canvas 1992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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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추 38.2x34cm 종이에 연필,수채 1986 *재판매 및 DB 금지


임직순의 수채화에서는 ‘색채의 마술사’로 불린 그의 또 다른 면모가 드러난다. 꽃과 소녀를 주제로 한 작품은 투명한 물빛과 담백한 붓질로 온화한 정서를 자아낸다. 반면 유화 ‘가을의 여인’(1974)은 붉은 단풍빛 속 깊은 가을의 서정을 담았다.

임직순은 1921년 충청북도 괴산군에서 태어났다. 1936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일본미술학교 유화과에서 공부했으며, 1940년 선전에서 ‘정물’로 입선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귀국 후 인천여자상업고등학교,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 등에서 미술교사로 재직했고, 1957년 남도 서양화의 대부 오지호의 추천으로 조선대 교수로 임명돼 14년간 후학을 양성했다. 그는 광주 지역 구상화단의 발전을 이끌며 ‘광주 일요화가회’, ‘조선대 미술연구소’ 등을 창립해 지역 미술교육 기반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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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35.7x24.5cm 종이에 펜 1973 *재판매 및 DB 금지


1972년 일본 시모무라화랑에서 열린 개인전을 시작으로 일본 화단의 주목을 받았고, 1973년 프랑스 파리의 Monnet & Peterie 화랑 전시를 계기로 1년간 유럽에 체류하며 수많은 스케치와 회화를 남겼다.

이후 서울로 작업 거점을 옮겨 활발히 활동했고, 1986년 대한민국 문예상 본상 대통령상, 1993년 서울시 문화상 미술부문 본상,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1996년 별세할 때까지 그는 평생 성실하고 진지하게 화업에 정진하며, 강렬한 색채와 온화한 감성이 공존하는 자신만의 화풍을 확립했다.

예화랑 김방은 대표는 “임직순의 작품은 처음에는 태양을 닮은 강렬한 색채로 시선을 사로잡지만, 이후에는 생명력을 담은 필촉에 매료된다"며 "시각적 진실에서 심각적(心覺的) 진실로 나아간 화가인 그의 필촉은 인간적 온기와 시대의 감성을 함께 품고 있다”고 소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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