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한글 세계적 인기·관심에도…"한국어교원 5명 중 4명, 석·박사여도 비정규직"

2025.10.09

직장갑질119, 한국어교원 61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발표

응답자 78.4%, 석·박사 학위 소지…비정규직 고용 75.8%

"가족·지인에게 한국어교원 추천 않겠다" 응답 5명 중 4명

associate_pic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제578돌 한글날인 9일 대구 수성구 간송미술관을 찾은 관람객이 ‘내가 쓰는 ㅎㅁㅈㅇ - 훈민정음 용자례’ 체험을 하고 있다. 2024.10.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재계약 여부를 가지고 갑질을 해요. 재계약 결정권자와 조금이라고 다른 말을 하면 소리를 지르거나 모두가 있는 앞에서 인신공격도 하고 매일 커피나 비싼 간식 같은 조공을 요구해요."

한국어 등을 교과과정에 포함한 한국학을 학위 과정으로 도입하는 세계 대학이 늘고 있지만 정작 한국 안 한국어교원은 처우가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에 따르면 한국학 학위 과정을 제공하는 외국 대학은 115군데로, 비학위과정까지 포함하면 1421개 기관에서 한국어 등을 가르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지난달 실시된 제579돌 한글날을 맞이 설문조사 결과 한국어교원 5명 중 4명가량이 석·박사 학위 소지자이지만 고용 형태는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직장갑질119 온라인 노조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답한 한국어교원 중 78.4%가 석·박사 학위 소지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응답자 중 75.8%는 기간제 계약직이거나 위촉·도급·용역·위탁·파견 등 간접고용 형태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응답자는 "계약할 때 10시간 미만으로 한다. 저는 주 6시간으로 돼 있다"며 "초단시간 노동자로 노동법에 정해진 모든 것에도 적용되지 않는다. 이 일은 좋지만 안정감이 없고 대우도 좋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응답자 3명 중 2명(64.4%)은 지난 3개월간 평균 한국어 수업 시간이 주 16시간 미만이라고 답했다. 이들 상당수는 주 15시간 이상 수업을 하지 못해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교원 5명 중 4명(81.6%)은 같은 기간 주 평균 강의 수반 업무(강의 외 노동) 시간이 5시간 이상이라고 응답했다.
associate_pic
[그래픽=뉴시스] 재판매 및 DB금지. [email protected]

급여 등 처우도 열악하다는 응답이 주류를 이뤘다.

교원의 5명 중 4명(84.4%)은 월평균 급여가 300만원 미만이며 절반(52.6%)은 200만원도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교원이 주 15시간 미만으로 근무하면서 노동시간에 강의 수반 필수 업무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응답자 중 82.1%는 최근 3개월 기준으로 개인 소득이 생계유지에 충분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배우자나 부모 등 가족 소득 의존하는 방식(61.3%)이나 아르바이트 등 별도 경제 활동(39.7%)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원 5명 중 4명(82.7%)은 가족이나 지인을 한국어교원으로 추천하지 않겠다면서 고용불안(50.1%)과 낮은 보수(39.9%)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이들은 ▲고용 불안(47.1%) ▲낮은 보수(30.6%) ▲불명확한 법적 지위(13.4%) 등이 노동 환경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응답자는 교원 권익 증진을 위해 ▲한국어교원의 법률적 지위 마련·정립(45.6%) ▲기간제를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고용 안정(44.8%) ▲시간당 강의료 인상(37.7%) ▲주당 15시간 이상으로 강의 시수 확대(28.5%) ▲강의 수반 필수 노동(강의 외 노동) 시간 임금 지급(18.9%) ▲계약 기간 연장(14.5%)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창용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한국어교원지부장은 "한국어교원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초단시간 노동자로 간주돼 비정규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석·박사 학위를 가진 전문가의 절반 이상이 월 200만원도 안 되는 소득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재계약 불안 속에서 갑질과 부당한 처우를 감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는 직장갑질119 온라인 노조 한국어교원지부가 지난달 8~19일 한국어교원 610명을 대상으로 이메일을 통한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보기

"한글날 579돌, 9돌 아이와 나왔어요"…광화문 세종대왕상에 시민 행렬 '북적'

최휘영 문체부 장관, 추석 연휴 경복궁 등 문화시설 점검

이 대통령 "한글이 그린 세상, '국민이 주인인 나라'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