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날씨처럼 변주되는 색채…학고재, 김은정 '말, 그림'
2025.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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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부리 물고기 뿌리 Beak Fish Root, 2024, 나무에 배접된 종이에 유채,한지 Oil on paper mounted on wood, Hanji, 182x350.4cm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작가 김은정(39)의 회화는 날씨처럼 변화무쌍한 자연 현상에서 출발한다.
화려한 색감이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 '부리 물고기 뿌리'는 화면 위에 겹겹이 쌓인 붓질로 살아 움직인다. 나뭇잎과 꽃, 하늘이 뒤섞이는 결이 선명하게 살아 있고, 붓의 속도감은 숲이 바람에 흔들리는 듯한 생동감을 전한다. 특히 푸른 톤에 분홍과 노랑이 번져 들어가는 방식은 ‘회화적 맛’ 그 자체로, 시각적 경험을 넘어 피부로 감각되는 회화의 육체성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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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한강의 초록비 Green Rain over the Han River, 2024,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93.9x224.2cm *재판매 및 DB 금지 |
'한강의 초록비'에서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자줏빛 하늘과 초록 갈대, 차갑게 놓인 바위와 인물들은 무겁고 고요한 정서를 풍기지만, 주변 색채의 흔들림은 정지된 화면 속에도 생기를 불어넣는다. 이 작품에서 붓질은 개별적 표현을 넘어 인물과 풍경을 묶어내는 리듬으로 작동하며, 긴장과 정적이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작가에게 바람과 구름, 햇빛과 비는 단순한 풍경의 요소가 아니라 삶의 불확실성과 유동성을 비추는 거울이다.
2일 서울 삼청동 학고재에서 개막한 개인전 '말, 그림'은 회화 40여 점을 선보이며, 언어와 감각, 설명과 이미지가 서로를 비추는 긴장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방식을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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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개인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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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나무, 사슴 Tree, Gorani, 2025,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63.6x66.8cm *재판매 및 DB 금지 |
김은정은 “‘말’이라는 논리의 세계로 들어가기 전, 이해하거나 설명하기 이전의 상태에서 나는 ‘그림’을 통해 지각(존재)의 방식을 드러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작가는 책장을 넘기듯 분리되면서도 연결된 화면을 통해 '세계를 한눈에 다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림과 그림 사이, 여백에서 발생하는 이야기와 감각은 관람자로 하여금 이미지를 읽는 동시에 공간을 가로지르는 경험을 하게 한다. 전시는 11월 8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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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작가. 사진=학고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김은정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판화과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일반대학원 조형예술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6년부터 '찬다 프레스'를 설립·운영하며 여러 권의 책을 펴냈고, '난민둘기'(2021)는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책방에 입고되기도 했다. 2017년에는 일현 트래블 그랜트 수상 작가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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