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홍콩예술박물관 큐레이터 "우관중, 중국인이면 다 아는 화가"
2025.07.24
중국현대미술 최고 거장…서예박물관서 국내 첫 단독전
홍콩예술박물관 소장품 중 대표작 17점 국내 최초 공개
서울서 열린 '2025 홍콩 위크' 기간 전시 프로그램 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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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24일 예당 서예박물관에서 홍콩예술박물관 나디아 라우 박사가 '우관중:흑과 백 사이' 전시에 나온 '강남 회상'(1996)을 설명하고 있다. 2025.07.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우관중은 중국인이면 다 아는 화가입니다.”
24일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만난 홍콩예술박물관 큐레이터 나디아 라우 박사는 중국 현대미술사에서 우관중(吳冠中·1919~2010)이 지닌 위상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20세기 중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거장 우관중의 국내 첫 단독 전시가 25일부터 10월 1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다.
'우관중: 흑과 백 사이'는 홍콩특별행정구 정부가 주최하는 ‘홍콩 위크 2025@서울’의 사전 프로그램으로, 예술의전당과 홍콩예술박물관(HKMoA)이 공동 기획했다.
홍콩예술박물관이 소장한 대표작 17점이 국내에 처음 공개된다.
홍콩예술박물관(HKMoA)은 홍콩 최초의 국립 예술관으로, '더 아트 뉴스페이퍼'가 선정한 세계 100대 인기 미술관 중 하나다. 450점 이상의 우관중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 중국회화 연구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우관중은 전통 수묵화의 감성과 서양 모더니즘의 조형 언어를 융합한 독창적인 화풍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대표작 '두 마리 제비'(1981), '수로'(1997), '강남 회상'(1996)은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선과 여백, 점과 침묵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이날 열린 프레스 투어에서 라우 박사는 “특히 흑백의 추상화인 <둥지>는 2010년 그가 별세하기 직전 완성한 마지막 그림”이라며 “이 작품을 포함한 여러 점을 기증했고, 몇 시간 뒤 세상을 떠났다. 그는 자신의 이익이 아닌 대중을 위해 헌신한 위대한 화가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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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관중의 마지막 그림인 '둥지', 2010, 종이에 먹,홍콩예술박물관 소장(우관중과 그의 가족 기증)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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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대미술 거장 우관중.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 “예술은 국가의 얼굴이다”
우관중은 1919년 중국 장쑤성 이싱에서 태어났다. 항저우 국립 예술 아카데미에 입학한 그는 린펑몐(1900 ~1991)과 판톈서우(1897~1971)와 같은 거장들에게 사사했다. 1947년에는 국비 장학금을 받아 프랑스 파리에 유학 후 1950년 홍콩을 거쳐 고국인 중국으로 귀국했다. 중앙미술학원, 칭화대학교 등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그림과 글을 통해 미술 교육을 장려하며 현대 중국회화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처음에는 유화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수묵으로 옮겨가며 동서양 미술의 융합을 꾸준히 탐구한 그는 평생 전통 중국 수묵과 현대 서양 미술의 미학을 자신의 작품에서 탐구하고 통합하는 데 헌신했다. 생존한 중국 작가 최초로 대영박물관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아시아·유럽·미국 등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2007년 88세에 북경 폴리옥션에서 '교하 고성 An Old Town of Jiaohe' 작품이 4070만 위안(한화 약 78억)에 낙찰되어 중국 현대예술가 중 최초로 수묵화 경매 신기록을 세웠다.
2010년 6월 25일, 91세인 그는 홍콩예술박물관에 유작을 기증하고 그날 밤 베이징 병원에서 영면했다. 2014년 그의 아들 우커위(Wu Keyu)가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25점을 추가 기증했고, 2019년에는 ‘우관중 예술관’이 설립됐다. 현재는 1억 홍콩달러 규모의 ‘우관중 예술후원(Wu Guanzhong Art Sponsorship)’도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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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미술전문기자] ‘우관중 예술 후원 교차 학문 시리즈: 우관중 X 장한겸 정(Chris Cheung)’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
◆ AI가 생성한 ‘우관중 감성’…전통과 기술의 교차점
이번 전시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 홍콩 미디어 아티스트 장한겸 정(Chris Cheung)은 AI 기반 인터랙티브 설치작품 '감성의 연못 – 서울 판'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관람객의 감정 데이터를 실시간 감지하고, AI 알고리즘을 통해 우관중의 선과 색채를 모사한 이미지를 생성한다.
디지털 시대의 감정은, 어쩌면 먹선보다도 더 빠르게 번진다. 장한겸 정은 이 작품으로 2025년 홍콩예술발전상 ‘올해의 미디어 아티스트’로 선정됐다. 우관중의 조형 언어는, 전통을 넘어 새로운 세대의 기술적 감각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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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우관중: 흑과 백 사이' 전시 전경.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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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우관중:흑과 백 사이' 전시 전경. 2025.07.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중국 현대미술 거장의 전시지만, 이 뜨거운 여름, 더욱이 불황 속 미술시장에서 한국 관객에게 그 목소리가 닿을지는 미지수다.
박서보, 윤형근, 이우환으로 이어지는 단색화 거장들의 위상이 높아졌고, AI와 뉴미디어 기반의 실험이 시장의 중심에 있다. 그 속에서 우관중의 절제된 수묵은 조용하고 낯선 언어로 남는다.
서예박물관이라는 비주류 전시공간, 폭염 속 접근성, 정보 부족까지 더해지며 ‘조용한 위대함’은 자칫 시야에서 멀어질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한국에서 중국 현대미술 거장의 전시를 소개하기 위해 홍콩 위크 기간 서울까지 전시를 이끈 홍콩 정부의 문화적 노력은 주목할 만하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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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우관중 흑과백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