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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타이베이 당다이 2026년 전격 취소…아시아 아트페어 구조조정 신호탄?

2025.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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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당다이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2026년 타이페이 당다이(Taipei Dangdai) 아트페어가 전격 취소됐다.

24일  당다이(Taipei Dangdai) 아트페어 홈페이지에 따르면 “전략적 재평가(strategic re-evaluation)”를 이유로 들며, 향후 모델, 시기, 규모, 포맷 등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공식 웹사이트 공지에 따르면 이는 단순한 휴회가 아닌 구조적 전환의 신호다.

2019년 출범한 타이페이 당다이는 UBS의 후원을 받으며 ‘아시아 미술시장 신흥 거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지난 5월 열린 6회차에서는 참가 갤러리가 54곳으로 줄고, 가고시안(Gagosian), 하우저앤워스(Hauser & Wirth),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 등 메가갤러리가 불참하면서 시장의 변화를 예고했다.

운영사인 더 아트 어셈블리(The Art Assembly)는 싱가포르 아트SG, 요코하마 도쿄 겐다이 등 3개 아시아 아트페어를 동시에 운영 중이지만, 이번 타이페이 당다이 중단으로 아시아 아트페어 구조조정의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로 타이페이 당다이의 기존 기록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삭제됐고, 모회사인 앙거스 몽고메리 아츠(Angus Montgomery Arts) 홈페이지에서도 관련 정보가 사라졌다. 더 아트 어셈블리의 인스타그램 계정도 비활성화된 상태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미국화랑협회(ADAA)가 자사 대표 행사인 ‘The Art Show’의 2024년 개최를 취소한 것과도 맞물린다. 두 행사 모두 '전략적 일시중단(strategic pause)'을 선언하며 조직 내부의 재정비와 방향 전환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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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장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2022.09.04. [email protected]

◆‘서울은 괜찮은가?’…중단된 타이페이가 던진 질문
이번 중단은 단순한 지역 아트페어 하나의 위기가 아니다. 글로벌 아트페어 생태계의 과열과 피로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터졌다는 데 주목된다.

2025년 9월, 서울에서는 프리즈 서울(Frieze Seoul)과 키아프 서울(Kiaf SEOUL)이 나란히 코엑스에서 열린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동시 개최’ 구조로, 서울은 명실상부한 아시아 아트페어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글로벌 갤러리들이 아시아를 순회하는 ‘페어 카라반’(3월 아트 바젤 홍콩, 4~5월 아트SG(싱가포르), 타이페이 당다이, 9월 프리즈 서울, 키아프 서울, 10월 프리즈 런던, 12월 아트 바젤 마이애미)구조가 과잉 상태에 접어들며, 컬렉터 피로도, 갤러리의 예산 부담, 콘텐츠의 차별화 한계 등 누적된 피로가 드러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국내 미술 경매 총거래액은 전년 대비 16% 하락한 556억 원. 이는 아트페어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서울은 여전히 지리적 이점, 견고한 로컬 컬렉터, 전시 인프라 등 강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두 개의 대형 페어가 동시에 열리는 구조는 그 자체로 ‘과로사 위험군’이다. 단기적으론 화려해 보이지만, 장기적으론 도시와 시장의 자생력을 갉아먹는 구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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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제 아트페어(미술품 장터) '키아프 서울(Kiaf SEOUL)·프리즈 서울(FRIEZE SEOUL) 2024' 개막식이 열린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키아프 서울' 전시장 입구가 한가하다. 2024.09.04. [email protected]


◆ 아트페어는 예술을 살리나, 소비를 부추기나?
글로벌 아트페어 생태계는 점점 더 관광지화되고, 엔터테인먼트의 포맷을 닮아간다.

이제 예술은 콘텐츠, 페어는 플랫폼, 관객은 소비자다. 예술가가 브랜드이던 시대는 지나고, 이제는 페어 자체가 브랜드가 되었다.

실제로 올해 4회를 맞는 프리즈 서울은 전시장 안팎에서 ‘프리즈 위크’를 펼치며 서울 전역을 현대미술의 무대로 확장한다. ‘프리즈 라이브(Frieze LIVE)’, ‘프리즈 필름(Frieze Film)’, 아트 프로젝트, 토크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연계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서울은 아트페어 도시로 거듭나는 중이다.

하지만 질문은 남는다. “이 방식, 계속 괜찮은가?”

타이페이 당다이의 중단은 단지 하나의 행사의 취소가 아니다. 구조 자체의 지속 가능성을 되묻는 경고음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지금 서울의 문 앞까지 도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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