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정준모 "미술시장 ‘전략적 재조정’ 중…고가 작품은 프라이빗 세일로”
2025.06.16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아트마켓 트렌드 2025'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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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2025년 미술시장은 여전히 불확실성 속을 항해 중이다. 고금리,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불안 등 세계 경제 전반의 긴장 속에서, 미술 시장은 ‘붕괴’가 아닌 ‘재조정’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공동대표 이호숙·정준모, 이하 센터)는 16일 '아트마켓 트렌드 2025' 발간에 맞춰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격이 아닌 관계와 내러티브가 시장을 움직이는 시대"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2024년 세계 미술시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가·미술관·비평가·큐레이터·갤러리의 유기적 네트워크와 아트페어·경매·컬렉터 등 시장 주요 주체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했다. 특히 가격 형성의 규칙성을 도식화한 ‘골든 서클(Golden Circle)’ 모델을 통해, 미술시장의 구조적 작동 원리를 제시했다.
보고서가 제시한 글로벌 미술시장 핵심 트렌드는 ▲지속가능 미술, ▲NFT 이후로 진화 중인 디지털 아트, ▲비서구권 작가들의 약진, ▲K-컨템포러리 아트의 확산 등이다. 그러나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경제적 역풍'이다.
고액 자산가의 소비 위축으로 1천만 달러 이상 고가 작품의 거래가 급감했으며, 한때 성행했던 '트로피 헌팅'식 투기 매수도 자취를 감췄다. 반면, 5만 달러 이하 중저가 작품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며 젊은 수집자층의 활발한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구매자 행동의 변화도 뚜렷하다. 수집가는 이제 박물관 전시 이력, 2차 시장 안정성, 판매 기록 등 검증된 작가에 집중하며,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가격 책정과 작품 정보의 투명성 부족이 구매를 가로막는 주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정준모 공동대표는 “결국은 좋은 예술만 남는다”며, “고가 작품일수록 경매보다는 갤러리의 프라이빗 세일로 돌아서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거래 구조의 변화는 단순한 채널 이동이 아니라, 신뢰와 관계 중심의 시장 재편을 뜻한다”며 “미술시장은 더 이상 정보 비대칭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센터는 한국 미술계의 대응 전략으로 ▲국제 아트페어 및 비엔날레 적극 참여, ▲유명 해외 갤러리와의 협업 확대, ▲성공 작가 사례 분석과 전략적 가격 책정, ▲MZ 컬렉터 분석 및 온라인 유통 강화 등을 제시했다.
정 대표는 “중저가 미술품 시장의 성장은 더욱 민주화된 미술시장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이라며, “신흥 수집자와의 접점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갤러리 비용 상승과 작품 공급 축소 상황에서, 작가와 유통자가 채택해야 할 전략적 가격 모델과 채널 다변화의 필요성도 짚었다.
보고서는 미술시장을 ‘붕괴가 아닌 전략적 재조정’ 국면으로 규정했다. 총매출은 감소했지만 거래 건수는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보다 접근 가능한 가격대의 작품과 넓어진 수요 기반을 반영한 결과다.
정준모 대표는 “예술가는 평판, 내러티브, 시장 수요, 작품 특성을 모두 고려한 정밀한 가격 전략이 필요하다”며, “미술 시장은 내재 가치와 관계, 전략적 신뢰가 가격을 결정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변화에 적응하는 자만이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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