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트럼프 압박 속 '전미 초상화 미술관' 최초 여성 관장 사임
2025.06.16
스미스소니언 산하 미술관
![]() |
미국 스미스소니언 산하 전미 초상화 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 킴 사제(Kim Sajet) 관장. 사진=전미 초상화 미술관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미국 스미스소니언 산하 전미 초상화 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의 킴 사제(Kim Sajet) 관장이 사임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녀의 해임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지 불과 2주 만이다.
CNN에 따르면, 사제의 사임은 스미스소니언 사무총장 로니 번치(Lonnie Bunch)가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모를 통해 알려졌다. 번치 총장은 “사제 관장이 지난 12년간 열정과 창의력으로 미술관을 이끌어왔다”고 밝혔다. 사제는 이 기관 역사상 최초의 여성 관장이었다.
사임은 14일(현지시간) 자로 발효됐으며, 스미스소니언 산하 문화·박물관 부문 부총책임자인 케빈 고버(Kevin Gover)가 관장 대행을 맡는다.
사제는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성장했으며 현재는 네덜란드 시민권자다. 다문화적 배경과 이민자 경험은 그녀의 예술 철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으로 이주하기 전까지 호주 주요 미술관에서 큐레이터 및 관장을 역임했으며, 이후 펜실베이니아 역사협회 회장 겸 CEO, 펜실베이니아 미술 아카데미 부국장, 필라델피아 미술관 기업관계이사 등을 지냈다.
이번 사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SNS 플랫폼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사제를 “편향적이며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의 옹호자”로 지목하며 해고를 촉구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DEI 정책을 “미국 가치를 훼손하는 프로그램”이라 주장해 왔다.
사제는 사임 성명에서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옳은 판단이라 믿는다”며, “내 최우선 원칙은 항상 미술관이었다. 지금은 물러나는 것이 기관을 위한 최선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스미스소니언 협회는 이에 앞서 성명을 내고 “기관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학문 기관이며, 모든 인사 결정은 사무총장이 담당한다”고 강조했다. 협회 이사회(Board of Regents) 역시 “스미스소니언은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기관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미 초상화 미술관은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대표 인물 미술관으로, 스미스소니언이 운영하는 21개 박물관과 국립동물원 중 하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