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고갱 마지막 자화상, 위작?…바젤미술관 진위 조사 착수
2025.05.19
베트남 반식민주의 혁명가 기동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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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작 의혹을 받고 있는 폴 고갱의 마지막 자화상 ‘안경 쓴 자화상’(1903). Paul Gauguin, Self-Portrait with Glasses (1903). Photo: © Photo Martin P. Bühler/Kunstmuseum Basel.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반 고흐의 친구'로 알려진 프랑스 화가 폴 고갱(1848~1903)의 마지막 자화상으로 평가돼온 한 점의 그림이, “고갱의 것이 아니다”라는 진위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작품은 스위스 바젤 시립미술관이 소장 중인 1903년작 '안경 쓴 자화상'으로, 고갱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 남긴 유작으로 알려져 왔다.
논란은 지난 3월, 자칭 ‘미술 탐정’이자 아마추어 미술 감정가인 파브리스 푸르마누아(Fabrice Fourmanoir)가 이 작품의 진위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그는 “이 그림은 고갱이 아닌, 베트남의 반식민주의 혁명가 기동(Ky Dong·본명 응우옌 반 깜)이 1910년대 초 직접 그린 위작”이라고 주장했다. 기동은 프랑스 식민통치에 저항하다 폴리네시아로 유배됐고, 생전 고갱과 교류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푸르마누아는 1980년대 기동의 아들로부터 “이 그림은 아버지가 그린 것”이라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해당 작품은 서명이 없으며, 그림 속 인물의 눈동자 색은 고갱의 갈색이 아닌 파란색이고, 특유의 매부리코도 묘사돼 있지 않다. 그는 이 그림이 고갱의 1902년 흑백 사진을 바탕으로 제작됐다고 봤다.
이에 따라 바젤미술관은 과학적 진위 조사에 착수했다. 미술관 측은 “문제 제기 직후 정밀 분석을 시작했으며, 결과는 이르면 6~7월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부 외신이 주장한 ‘전시 철거’ 보도에 대해서는 “해당 작품은 원래 일반에 전시되지 않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작품은 1924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 출품된 후, 1928년 스위스 수집가 카를 호프만이 바젤미술관에 기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에도 진위 여부는 확실치 않았다. 바젤미술관장 게오르그 슈미트는 연례 보고서를 통해 “작가가 병약했던 시기의 작품으로, 평소와 달리 회화적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 그림은 이후 고갱의 유작으로 받아들여졌으며, 1964년 발간된 고갱 도록 레조네에도 수록됐다.
푸르마누아는 해당 작품이 스위스 상인 루이 그렐레(Louis Grélet)의 손을 거쳐 유럽 시장에 유통됐으며, 이 과정에서 화가 존 싱어 사전트의 조카 장 루이 오르몽이 경매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오르몽의 아버지는 위작임을 인지하고 이를 매입해 아들을 보호했다고도 덧붙였다.
푸르마누아는 과거에도 2002년 미국 게티 미술관이 약 500만 달러에 구입한 고갱의 조각 '뿔 달린 머리(Head with Horns)'의 진위를 문제 삼은 인물이다. 해당 작품은 이후 ‘작자 미상’으로 재분류됐고, 2019년 전시에서 철수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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