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김환기 제자' 석난희 화백 60년 한길…'그림 속의 자연'

2025.04.11

성곡미술관서 첫 개인전

회화·판목화 등 60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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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10일 성곡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 석난희 화백이 스승인 김환기 화백이 그려준 자신의 그림 앞에서 소녀처럼 포즈를 취했다. 2025.04.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시골 아침은 아름다워요.“

올해 86세를 맞은 화가 석난희는 붓을 놓지 않고 있다. 그림 그리는 것은 ‘숙명’. 60년 동안 자연 추상 미술을 탐구해온 그는 국내 독보적인 여성 추상 화가다. 남성 여성 구분 짓는 시대는 아니지만, 평생 추상화 작업을 이어온 보기 드문 화가다.

도시를 벗어나 시골 안성에 자리 잡고 자연 속에서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석 화백은 "주변 자연 현상이 창작의 내면이자 내 삶을 가꾸어 가는 경이로운 자양분"이라고 했다. 
“봄이 오면 노래하는 새들, 저마다의 몸짓으로 속삭이는 나무들, 그리고 비 온 후의 풀 냄새가 좋고요, 여름에는 햇살이 느티나무 아래로 스며들면 노곤한 몸과 마음을 잔디 위에 눕힐 수 있지요. 가을에는 금잔디 위에 단풍들이 사색의 장을 열게 하고 겨울에는 하얀 눈송이들이 세상을 온통 은빛 세례를 받는 것같이 만들어서 좋아요. 그 위로 사뿐히 내려앉는 아침 태양은 더욱 찬란하고 신비롭지요.
석 화백은 '푸른색 전면 점화'로 유명한 김환기(1913~1974)의 제자다. 1962년 홍익대학교 서양화과 재학 중 최우수 학생으로 선발되어 신문회관에서 개인전을 열며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앵포르멜 미술(Art Informel)의 영향을 받은 그는 이후 김환기의 권유로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파리에서 수학하던 1964년부터 1969년까지 김윤신과 예술에 대한 열정을 나누며 영향을 주고받았다. 귀국 후 미국 유학을 마친 故 최욱경과도 창작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며 교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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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Nature, 1982, 종이에 목판 woodcut print on paper, 72x51.5cm. 사진=성곡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69년 귀국 후 자연을 주제로 한 추상미술을 탐구하며 독창적인 표현 방식을 발전시켰다. 특히 1970년대부터 목판화와 판목화를 병행하며 자연을 작품 속에 직접 흡수시키려했다.

1985년에는 자연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경기도 안성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그의 모든 작업은 ‘자연 연작’으로 일관되며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관계’를 담아내고자 한 그의 예술은 ‘자연과 인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세계관’을 반영한다.

“제가 귀국할 무렵은 기하학적 추상이나 모노크롬이 등장하기 시작할 때인데 저는 그런 주류와는 크게 상관이 없었어요. 파리에 가기 전에 악뛰엘 1회 전람회 때 출품했고, 귀국 후에는 박서보 선생님께서 계획하신 전시에 작품을 낸 적이 있어요. 그러나 저는 기하추상이나 모노크롬이 체질에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비주류였고, 주로 혼자 개인전을 많이 했어요.”(추상화가 석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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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Nature, 1983, 캔버스에 유화물감 oil on canvas, 53x45.3cm. 사진=성곡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석난희의 '그림 속의 자연 畵中自然'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 2025년 첫 전시로 마련됐다.

60여 년 동안 자연과 추상미술을 탐구해 온 석난희의 예술 세계를 한자리에서 조망한다. 특히 1980년대를 중심으로 자연과의 교감을 바탕으로 구축된 회화 6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기간인 오는 26일 오후 2시 작가가 직접 작업 세계를 소개하는 '작가 도슨트' 시간이 열린다. 전시는 7월 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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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석난희 화백이 성곡미술관에 선보인 누드 작품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2025.04.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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