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허세 찌르는 나무들...'나점수:含處, 머금고 머무르다'
2023.05.25
더페이지갤러리, 신작 20여점 전시
나점수 개인전. Photo by Joel Moritz / Courtesy of The Page Gallery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이것은 작품인가, 아닌가'를 의심하게 한다.
배를 가른 나무판이 바닥이 얌전히 있거나, 툭 잘라져 서 있는 나무들은 허세를 찌른다. 미술 좀 아는 척 해도 당혹감을 선사한다.
조각가 나점수(54)의 개인전은 매번 헛헛함을 전한다. 반면 단순함과 순수함이 깃든 나무는 보는 순간 허기진 영혼을 달랜다.
서울 성수동 더페이지 갤러리에서 열린 '나점수: 含處, 머금고 머무르다' 전시는 편견 없이 본질을 볼 수 있게 한다. 2018년 이후 5년 만의 개인전으로 신작 20여 점을 전시한다.
나점수 개인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
나점수의 추상 조각들은 의미보다 자연의 상태에 집중한다. 생과 시간의 흔적을 이해하고자 하는 작가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얇은 종잇장부터 전시 공간에 자라난 듯한 통나무로 만들어진 작품까지 다양한 질량을 아우른다. 한 올까지 살아있는 표면은 수천번의 톱질과 수만번의 끌질의 시간이 공명한다. 그렇게 나온 나무들은 소박하고 미니멀리즘적인 면모를 보이지만 묘한 끌림이 있다.
작가 나점수는 "나무는 ‘물질(物質)’ 이전에 ‘생(生)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작품처럼 철학적이고 명상적이다. "나는 가끔씩 어느 산 속에 침묵하듯 조용히 놓인 큰 바위를 찾아가곤 하는데, 그 큰 바위 주변에는 탈각된 작은 돌들이 떨어져 있고, 그것을 대면 할 때면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그 큰 몸 버리고 어디로 가는가?' 생(生)은 언제나 긴 여정과 관계의 연속으로 시간의 흔적을 품어 ‘경이(驚異)’와 침묵의 소리로 다가와 ‘현재’ 앞에 나를 세운다." 전시는 6월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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