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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 명품 백자전, 책으로…'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2025.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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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순백의 달항아리부터 파격의 철화백자까지, 조선백자의 미학을 집대성한 리움미술관의 대표 고미술 전시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君子志向'이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이 전시를 책임 기획하며 ‘리움미술관의 BTS’라는 별명을 얻은 이준광 큐레이터가 직접 집필한 책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은행나무)은 전시 도판과 미공개 유물을 아우르며, 조선백자의 품격과 정신을 한 권에 오롯이 담아냈다. 전시장에서 관람객들과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 조선백자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책 곳곳에 녹아 있다.

2023년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이 전시는 국보 10점과 보물 21점을 포함한 백자 184점을 소개하며, 고미술 전시로는 이례적으로 10만 명에 육박하는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오픈런’, ‘N차 관람’ 현상까지 일으킨 이 전시는 조선백자의 정제된 미감과 동시대적 해석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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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 전시를 담당한 이준광 책임연구원. 2023.03.18. [email protected]


책장을 넘기면 마치 전시장을 유영하듯, 조선백자의 미학 속으로 빠져든다.

이 책에는 전시 출품작 외에도 미공개 유물까지 포함한 총 200여 점의 도판이 수록됐다. 달항아리, 왕실 청화백자, 해학과 자유로움을 담은 철화·동화백자 등, 각기 다른 시대와 문양, 쓰임을 지닌 백자들은 섬세한 해설과 함께 조선백자의 스펙트럼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전시에서 특히 화제가 됐던 ‘용 항아리 발톱 개수’에 관한 에피소드도 소개된다. 발톱이 다섯 개인 ‘오조룡’은 중국 황제를 상징하지만, 조선 역시 왕실 내 위계에 따라 발톱 수를 달리하며 권위의 상징을 정교하게 시각화했다. 고종 대에 재건된 경복궁 근정전 천장에는 발톱이 일곱 개인 칠조룡이 등장하는데, 이는 상징 체계의 유연한 변주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추천사에서 “조선백자는 세계 도자사에서 유례 없는 조선의 미학”이라며, “이 책은 선비정신이 깃든 백자 명품들을 섬세하게 해설한 해설서”라고 평했다.
"국보로 지정된 〈백자 달항아리白磁滿月壺〉는 다른 달항아리에 비해 큰 데다가 중앙의 이음새 흔적도 깨끗하게 마무리되어 있어, 달항아리의 대표 격이다. 군데군데 보이는 갈색 얼룩이 하단에는 더욱 넓게 배어 있는데 이는 안에 오래도록 저장해두었던 액체가 유약층이 벗겨진 틈으로 스며든 뒤 번졌기 때문이다. 얼룩이 갈색이다 보니 이를 두고 간장이 배어들었기 때문이라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내부에 잔존하는 물질을 분석한 결과 종류를 특정할 수는 없는 식물성 기름이 스민 것으로 보인다. 이 얼룩을 작품의 원형을 해치는 흠으로 본다면 흠이겠지만, 사용 과정에서 남은 것이기 때문에 지울 수 없는, 이 항아리만의 역사인 것은 분명하다. 오히려 오늘날 ‘달항아리’라는 이름을 얻고 보니 이 얼룩으로 인해 더욱 달처럼 보여 이름값을 하게 되어 전화위복이라 할 만하다."(348~350쪽 항아리, 한 점 허물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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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리움미술관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君子志向' 전시 전경.  2023.02.24.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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