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100살 현역 화가 새 지평 연 거목"...106세 김병기 화백 별세(종합)
2022.03.02
이중섭과 단짝 친구...국내 추상미술 1세대
윤범모 관장 "살아 있는 한국 현대미술사였다" 추모
빈소는 아산병원장례식장, 발인은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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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국내 최고령 화백인 김병기 작가가 만 103세 생일을 맞은 10일 오전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 '여기, 지금(Here and Now)' 개막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화백의 근작과 대표작 등 평면작품 20여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5월 12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2019.04.10. [email protected] |
103세인 2019년 개인전을 열어 화가로서 건재함을 과시했던 고인은 105세인 지난해에도 대한민국예술원 미술전에 신작을 공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1916년 평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국 추상미술 1세대로 한국 현대미술사의 산 증인이다. 고인의 삶은 한국 근현대미술사 흐름과 함께 한다. 18세에 1933년 일본 가와바타 미술학교에 입학 후 2년 후인 1934년 일본 아방가르드양화연구소에 입소, 그곳에서 추상미술과 초현실주의 미술을 접한후 추상성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일본에서 공부를 마친 후, 1939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50년 미술협회’를 결성했고 제8회 상파울로비엔날레에커미셔너로 참여하는등 ‘추상화가 1세대’ 로서의 전위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1948년 월남, 이중섭과 평양보통학교 단짝으로도 유명했다. 월남 전에는 북조선문화예술총동맹 산하 미술동맹 서기장을, 후에는 한국문화연구소 선전국장과 종군화가단 부단장 등을 지냈다. 서울대 강사, 서울예고 설립 초기 미술과장으로 일했고, 서울대 미대 교수와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등을 지내며 한국 미술계를 이끌었다.
1965년부터 미국에서 활동하다 나이 70세가 넘어 국내 화단에 복귀했다.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김병기:감각의 분할' 전을 열며 작품 활동을 해왔다. 가나아트센터 전속작가로 나이 팔순에 화가로서 로망이었던 파리에서 1년간 작업활동을 했고, 2017년 101세에 국내 최고 권위,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으로 선출됐다. 지난해 은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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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병기, 성자(聖者)를 위하여, For the saint, 2018, Oil on canvas, 130.3x97cm |
고인의 작품은 도끼로 찍어 내린 듯한 날카로운 선이 강렬한 추상회화로 그는 생전 '그리기의 중요성'과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를 담아냈다. 하나의 선으로 구현되어 조형적이면서도 비조형적인 화면을 구사한다. 짧고 강렬한 필선이 그어지고 나누어진 추상과 구상, 그 틈새에 있는 고인의 작업은 선적이면서 회화적인 추상화다.
고인은 103세에 연 2019년 개인전에서 "100살이 넘어 전시를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세계에 없는 일"이라면도 "우월적인 것과 약함이 교차상태에 있다"며 도인같은 말을 쏟아낸 바 있다. "나는 노인이 되어서 그런지 이해하기 힘든 현대미술에 부정의식이 있다. 개념미술, 남는게 뭐냐, 변기만 남고 TV박스만 남았다"며 "현대미술의 허위성에 반발하는, 저항하는 자신을 발견한다"며 화가로서 여전한 고뇌를 전한바 있다.
김형국 가나문화재단 이사장은 "김 화백은 프랑스 미술가 뒤샹(MarcelDuchamp)을 롤 모델로 삼았다"며 "김 화백은 '형상과 정신의 교감이 화면에 나타나야 진정한 예술'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고인의 작품에 대해 비평가들은 '촉지(觸知, haptics)적'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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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국내 최고령 화백인 김병기 작가가 2019년 만 103세 생일을 맞은 연 개인전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4월10일 오전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 '여기, 지금(Here and Now)' 개막 기자간담회를 열고 작업실에서 촬영한 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4.10. [email protected] |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4일 정오 12시, 장지는 경기 화성 함백산 추모공원이다. 02-30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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