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대전 '성암미술관'서 만나는 초상화의 나라 조선

2020.09.12

고사(高士) 스님, 선비 얼굴전...1시간 해설관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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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시스] 석지(石芝) 채용신(蔡龍臣)이 그린 충헌공 조중회(趙重晦)
[대전=뉴시스] 조명휘 기자 = 대전 유성에서 10년 가까이 고미술의 아름다움을 전파하고 있는 ‘성암미술관’ 이 ‘고사(高士) 스님, 선비 얼굴전’을 열었다.

지난 봄 조선의 마지막 어진화사 ‘소림 조석진(趙錫晋, 1853-1920) 100주기 특별전’에 이어 올해 2번째 전시회다. 성암미술관은 겸재 정선(鄭敾, 1676~1759) '월하 금강전도' 등을 보유하고 있는 내공이 깊은 미술관이다.

이번 전시주제는 초상화다. 조선은 초상화의 나라다. 조선의 초상화는 사진과 진배없는 극사실화다. 옛 사람은 ‘일호불사편시타인(一毫不似便是他人)’ 즉, 터럭 한 올이라도 다르다면 그 사람이 아닌 것으로 여겼다.

어진이라 할지라도 숨김없이 그리는 것이 조선 초상화의 원칙이다. 곰보자국이나 흉터, 점, 사시, 딸기코 등 감추고 싶은 허물도 모두 화폭에 담아낸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품성이나 기분상태, 앓고 있는 질병까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조선 초상화야말로 정신과 혼까지 담겨있는 그림이라는 이유다. 중국이나 일본은 허물을 감추거나 대상을 과장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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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시스] 왼쪽부터 단원 김홍도의 수노인, 연담 김명국의 달마도해도, 석지 채용신의 초의선사 초상화
임금을 그린 어진은 왜란을 거치면서 일부 소실된데 이어 한국전쟁 직후 화재로 대부분 소실됐지만 각 문중별로 수천점의 초상화가 남아 있어 옛 사람의 솜씨를 짐작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조선시대 초상화의 1인자는 단연 화산관 이명기(李命基, 1756-?)다. 조선을 통틀어 1등이라 할만한 천재 김홍도(金弘道, 1745~?)에 비해서도 안면묘사 만큼은 앞섰다. 얼굴은 이명기, 몸은 김홍도가 합작한 경우가 여럿이다.

두 번이나 초상화를 부탁하는 영조의 명도 거부한 간큰 선비화가 관아재 조영석(趙榮祏, 1686- 1761)은 아버지와 같은 존재인 큰형 이지당 조영복(趙榮福, 1672 ~ 1728)의 초상화는 남겼다.

조선말에 이르러선 마지막 어진화사 소림 조석진과 심전 안중식(安中植. 1861-1919), 근대기엔 석지 채용신(蔡龍臣, 1850-1941), 이당 김은호(金殷鎬, 1892-1979) 등이 초상화에 한 획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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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뉴시스] 대전 유성구 온천동로 19-1에 있는 성암미술관 입구
이번 전시회에선 채용신이 그린 초의선사(草衣禪師)와 조선후기 문신으로 생육신 조여(趙旅, 1420-1489)의 10대손이자 조영석의 조카인 충헌공 조중회(趙重晦, 1711-1782)의 초상과 간송당 조임도(趙任道, 1585-1664), 고종의 49세 이모본, 영조 년간의 문신 강민달(康敏達)로 추정되는 초상화 등이 선보인다.

이밖에 달마도로 이름 높은 연담 김명국(金命國, 1600-?)의 달마도해도와 해섬자의, 단원 김홍도의 수노인, 신선도, 육신선도, 화산관 이명기의 용호고사도, 소림 조석진의 고사도 팔곡병풍도, 수월관음도, 티벳의 탕카불화 등도 관람객을 기다린다.

전시는 오는 11월 21일 까지 오후 1시부터 5시 30분까지 열린다. 매주 일요일과 목요일을 정기 휴일이다. 추석연휴는 쉰다. 사전 예약하면 1시간 가량 직접 해설도 해준다. 미술관은 유성온천역에서 만년교사이 갑천변 대로에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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