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유실물은 스스로 발견되지 않는다'…가나아트 한남 4인전
2026.10.26
'Lost Things Wait to Be Found' 30일 개막
김소라·노조미 스즈키·레아 벨루소비치·최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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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인영, 그물로 지은 집 2, 2025, Sewing on net, 190 × 220 cm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어린 시절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어머니의 물건이 모두 사라져 있었다. 누군가 이미 정리해 버린 것이다.
그날의 상실은 작가 최인영(26)에게 오래도록 남았다. 사람도, 사물도 언젠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이었다. 그는 고향인 충남 태안의 어촌 마을에서 버려진 물건을 모으기 시작했다. 낡은 어망을 풀어 다시 잇고, 그 위에 사라져 가는 마을의 집과 작업장을 바느질로 새겼다.
한때 어부들의 생계를 지탱했던 그물은 이제 사라지는 삶을 붙잡는 기록이 됐다.
가나아트 한남이 오는 30일부터 선보이는 그룹전 'Lost Things Wait to Be Found(유실물은 스스로 발견되지 않는다)'는 이렇게 잊히거나 버려진 사물과 기록에서 출발한다.
김소라, 노조미 스즈키, 레아 벨루소비치, 최인영 등 4명의 작가가 사진과 조각, 설치, 텍스타일 등 84점을 통해 기억이 다시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시 제목처럼 유실물은 누군가 발견해야 비로소 제자리를 찾는다. 기록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많은 사진과 데이터를 저장해도 다시 들여다보지 않으면 기억에서 멀어진다.
일본 작가 노조미 스즈키(43)는 오래된 사물이 바라봤을 풍경을 그 사물의 표면에 인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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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미 스즈키, Bundling Light Earthen Pot, 2016, Earthenware pot used, photographic emulsion, ø19 x 17 cm *재판매 및 DB 금지 |
철거를 앞둔 일본 군마현 마에바시의 한 이발소에서는 유리문 너머의 거리 풍경을 문 위에 인화했다. 오래된 콤팩트 거울에는 그 거울을 사용했던 주인이 다시 거울을 들여다보는 모습을 담았다.
감광 유제를 바르고 핀홀 카메라로 긴 시간 노출하는 작업이다. 작가는 자신을 이미지의 창작자가 아니라 '사물의 기억'을 옮기는 번역자로 여긴다.
김소라(41)는 개인의 기록 속에서 잊힌 여성들의 역사를 찾아낸다.
작품 '파독: 소라에게'는 1970년대 독일로 떠난 간호사 공순향이 친구 '소라'에게 보낸 편지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자신과 같은 이름을 수신인으로 한 50년 전 편지와 사진을 따라 한 여성의 삶을 추적했다.
신작 '워킹걸즈: 기억이 손끝에 닿을 때'에서는 산업화 시대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다룬다.
1980년대 구로공단 여성 노동자들이 거주했던 보람채아파트와 1970년대 인천 동일방직의 자료를 바탕으로 당시 인물을 인공지능(AI)으로 생성했다. 여기에 현재의 풍경을 촬영한 사진을 겹쳐 천에 출력하고, 그 위에 한 땀씩 바느질했다.
과거와 현재가 겹친 이미지에 작가의 손길이 더해지면서 잊힌 여성 노동의 시간이 되살아난다.
프랑스 출신으로 벨기에 브뤼셀에서 활동하는 레아 벨루소비치(37)는 반대로 너무 많이 소비된 이미지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그는 재난과 비극적 사고를 담은 보도사진을 확대해 양모 펠트 위에 색연필로 옮긴다. 충격적인 장면을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형체를 흐릿하게 만들고 부드러운 색으로 바꾼다.
몇 초 만에 소비되는 참사의 이미지를 오랜 시간에 걸쳐 다시 그리는 작업이다. 자극적인 이미지에 가려졌던 타인의 고통과 애도를 돌아보게 한다.
네 작가가 다루는 기억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누군가 남겼으나 더 이상 들여다보지 않는 기록을 찾아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전시는 12월 1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