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건축·예술 경계 허문 '이우환 공간' 10년…부산의 상징으로
202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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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미술관 별관 이우환 공간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부산시립미술관 별관 ‘이우환 공간’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건축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이 공간은, 작가의 철학이 빚어낸 하나의 작품이자 부산의 상징이 되었다.
‘이우환 공간’은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이우환 예술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는 장소다. 일본 나오시마에 이은 세계 두 번째 개인 미술관으로, 입지 선정부터 건축 설계와 디자인까지 작가가 직접 참여했다.
작가 이우환은 건물의 높이와 공간 구성은 물론 마감재, 조명, 집기까지 세부 설계에 관여하며, 작품 하나하나의 설치에 자신의 미학을 투영했다. 공간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보는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공간은 일본 나오시마의 ‘이우환 미술관’(2010년) 이후 한국 여러 도시가 유치 경쟁을 벌이던 가운데, 부산시가 시민공원 부지를 내세워 설득에 나서며 성사됐다.
작가가 청소년기를 보낸 도시라는 점도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2013년 7월 건립 협약을 맺은 뒤 작가는 다수의 작품을 기증하며 공간의 상설 운영 기반을 마련했다. 국비와 시비 47억원이 투입되어 2015년 4월 문을 연 공간은 연면적 1400.83㎡,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 규모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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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우환 화백. 사진 김용관,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
작가는 “‘이우환 공간’은 공간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는, 타 미술관과는 다른 특별한 곳”이라고 말한 바 있다. 건축과 작품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둘의 조화 속에서 ‘존재와 관계’의 미학을 실험한 공간이다.
1층에는 조각 작품 ‘관계항–좁은 문’, ‘물(物)과 언어’ 등 대표작 4점이, 2층에는 ‘선으로부터’, ‘점으로부터’, ‘바람과 함께’ 등 회화 15점이 상설 전시되어 있다. 관람객은 작품과 공간, 그리고 그 사이의 여백에서 ‘이우환 예술의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이우환(89)은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부산 경남중학교를 거쳐 서울대 미술대학에 입학했으나, 같은 해 일본으로 건너가 니혼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67년 도쿄 사토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열며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평론 ‘존재와 무를 넘어서-세키네 노부오론’에서 그는 조형 중심의 예술 개념을 비판하고, 사물과 공간, 시간, 관람의 관계로 예술을 확장했다. 이러한 사유는 1960~70년대 일본 ‘모노하’ 운동의 철학적 기반이 되었고, 한국 단색화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금관문화훈장, 유네스코미술상, 일본 세계문화상 등을 수상한 그는 현재 한국과 일본, 프랑스 등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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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미술관 별관 이우환 공간 *재판매 및 DB 금지 |
부산시립미술관은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방명록 이벤트 ▲온라인 퀴즈 ▲찻자리 체험 ▲기념 공연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마련했다.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이우환 공간은 작가가 직접 설계한 독창적 건축물이자 부산의 중요한 문화 자산”이라며 “개관 10주년을 맞아 시민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공간과 작품을 새롭게 경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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