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평양에 간 미술사학자 이태호의 '안목'…'고구려의 황홀'
2020.09.11
평양 지역 고구려 고분벽화의 디테일 500컷 담아
![]() |
[서울=뉴시스] 고구려의 황홀, 디카에 담다 평양 지역 고구려 고분벽화의 디테일 책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한국 美(색채, 선묘, 조형)의 원형, 고구려 고분 벽화를 세세하게 만나볼수 있는 책이 나왔다.
2006년 평양 지역 고구려 벽화고분을 답사했던, 미술사가 이태호 교수(명지대학교 초빙교수)가 500여 컷이 넘는 디테일 이미지를 책으로 엮어냈다.
어떻게 평양에 있는 고구려 고분벽화를 촬영하게 되었을까?
2006년 봄, 안악3호분에서 강서중묘까지 평양 일대 8개 고분에 대한 '남북 공동 고구려 벽화고분 보조실태 조사'가 이뤄졌다. 이태호 교수는 벽화의 ‘미술사적 조사’를 위해 이 조사단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교수는 처음 구입한 똑따기 디지털카메라(라이카-루믹스 소형)를 메고 습도 90%가 넘는 고분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1400년에서 1600년이 지난 벽화를 실견하면서 여건이 허락된다면 "어쨌든 찍어댔다"
"안악3호분에 들어갔을 때다. ‘널길을 따라 깜깜하고 축축하기 이를 때 없는 앞방(전실)에 이르렀을 때, 짙은 어둠 속에서 문득 낯선 푸른 레이저 광선이 자신을 뚫고 있어서 순간 소름이 돋고 섬직했다"
이 교수는 "이 광선의 정체는 앞방과 널방(현실) 사이에 세워진 기둥머리 귀면의 푸른 색 눈에서 쏟아진 안광이었다"면서 " 또 벽화고분 안으로 들어서면, 화가가 방금 벽화에서 붓을 뗀 듯 인물상의 선들이 사면 벽에서 휘적휘적 걸어 나와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듯이 생생하고 황홀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촬영한 사진이 1500컷이 넘었다.평양에 다녀온 조사단은 2007년에 조사보고서로 두 권의 책을 냈지만, 이 보고서에 이태호 교수의 디카 이미지들은 거의 실리지 못했다.
벽화의 디테일한 이미지들은 2008년 일본 오사카 한국문화원에서 있었던 '고구려의 색, 한국의 색' 전시에 잠시 나왔다가 수업이나 강의에 부분부분 조금씩 보여졌다고 한다.
책에는 초기 '인물풍속도 고분' 3기와 후기 '사신도 고분' 5기로 나누어 구성되었다.
이 교수는 고구려 고분벽화를 흐름을 초기(4C 중엽~5C 초)와 중기(5C 중엽~6C 중엽)는 무덤 주인의 초상을 비롯하여 가내생활, 행렬도, 사냥, 씨름, 무악, 불교 축제 등 한국인의 고유한 삶이 담긴 4~6세기 〈인물과 풍속〉을 주제로 했다면, 후기(6c 후반~7C 전반)는 청룡, 백호, 주작, 현무의 사신도를 주제로 해서 조성되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책도 '인물풍속도 고분'으로 안악3호분, 덕흥리벽화고분, 수산리벽화고분을, 〈사신도 고분〉으로 진파리4호분, 진파리1호분, 호남리사신총, 강서대묘, 강서중묘로 나누어 촬영한 이미지를 배치했다.
고구려의 기세 찬 선묘와 황홀한 색채의 미를 골라 보는 재미가 있다.
마치 무덤 안으로 들어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널길, 앞방, 곁방, 널방의 순서로, 그리고 눈길이 먼저 닿는 북벽, 동벽, 남벽, 서벽, 천정의 순으로 디테일 이미지를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태호 교수는 "지금은 어렵지만, 남북 간에 평화 분위기가 더 익어가서 고구려인들의 생활상과 정신세계를 누구나 접할 수 있게, 고구려 고분 벽화의 세계가 더 확실히 열릴 때까지 이 디테일 이미지들은 유효할 것"이라고 전했다.
"어둡고 습한 고분 안에서 저자가 오롯이 체험했던 감동을 담았다. 인물 군상들을 묘사한 생동하는 붓 선의 끌림, 사신도(현무, 청룡, 주작, 백호)의 웅장한데 섬세한 아름다움, 그리고 붉고 푸른 다채로운 색채의 황홀경을 함께 느껴보았으면 한다." 424쪽, 덕주 펴냄. 3만5000원.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