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강릉 솔올미술관 인기…'아그네스 마틴'전도 흥행 예고

2024.05.06

명상적인 순수 추상 54점 전시

백색화가 정상화 작품도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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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솔올미술관 외부 전경.(© Meier Partners Architects)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지난 2월 미술계 관심 속 개관한 솔올미술관이 강릉의 '핫 한 미술관'으로 떠올랐다.

개관전 '루치오 폰타나: 공간·기다림'과 In Dialog: 곽인식' 전시에 2만7000명 넘는 관람객이 방문, 지역 미술관의 성공 사례로 주목 받고 있다.

두 번째 전시도 흥행몰이를 예고하고 있다.  4일부터 펼치는 '아그네스 마틴: 완벽의 순간들'전은느리게 보는 기회를 선사하며 고요함과 명상의 시간을 제공한다. 한국에서 여는 첫 미술관 전시다.

아그네스 마틴(AgnesMartin, 1912~2004)은 캐나다 출생의 미국 여성 미술가로 1950년대 이후의 미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컬럼비아대학 시절 선불교와 도교 사상을 접했고 이는 그의 작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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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네스 마틴 〈아기들이 오는 곳〉(순수한 사랑 시리즈), 1999, 캔버스에 아크릴, 연필, 152.4 x 152.4 cm, 디아파운데이션 © Estate of Agnes Martin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 SACK, Seoul *재판매 및 DB 금지


“내 그림에는 사물도 공간도 선도 아무것도 없다. 아무런 형태도 없다. 내 그림들은 빛이고, 가벼움이고, 합쳐지는 것, 무정형성에 관한 것이어서 형태를 무너트린다. 당신은 바다를 보고 형태를 떠올리지 않는다. 마주치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사물들이 없는, 방해가 없는 세계, 장애물의 방해가 없는 작품을 만드는 것. 그것은, 바다를 보려고 텅 빈 해변을 가로지르듯 시야 속으로 그저 직행해 들어가야 할 필요성을 받아들이는 것이다.”(아그네스 마틴)

전시는 1955년, 아그네스 마틴이 구상 회화를 벗어나기 시작한 시점에서부터 출발한다. 이 시기 작업은 유기적이고 생체적인 형태를 벗어나 원형, 삼각형, 사각형과 같이 좀 더 형식적이고 기하학적인 언어와 차분한 색상으로 옮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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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올미술관-아그네스마틴_ 완벽의순간들-전시실  *재판매 및 DB 금지


1950년대 후반에는 대상의 재현과 모방이 사라지고 다양한 선과 격자 형태가 나타난다. 1964년에 제작된 〈나무〉(The Tree)는 마틴의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주는 혁신적이고 미니멀한 작품이다.

1967년, 아그네스 마틴은 뉴욕에서의 작품 활동을 중단하고 여행을 떠났다. 이후 1974년부터 뉴멕시코주 시골 마을인 타오스에 은둔하며 작업을 이어갔다. 그리고 2004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30여 년 동안 동일한 방식으로 작업을 하였다. 이 시기 마틴은 명상을 통해 얻은 ‘영감’을 회화적으로 표현하며 고유한 이미지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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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맑은 날〉, 1973, 일본 종이에 실크스크린 프린트 포트폴리오 30점, 30.5 x 30.5 cm (각), 페이스 갤러리 © Estate of Agnes Martin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 SACK, Seoul *재판매 및 DB 금지


특별히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어느 맑은 날에〉(On a clear day, 1973)는 아그네스 마틴의 작업 생애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을 암시한다.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제작된 30점의 작품이 앙상블을 이루는 〈어느 맑은 날에〉(On a clear day, 1973)를 통해 향후 마틴의 작업이 형식과 내용 면에서 어떠한 변화를 일으킬지 예견할 수 있다.

1977년에서 1992년 사이 제작된 회색 모노크롬 회화는 마틴의 전체 작업 중 가장 신비로우면서도 아름다운 작품들이다.
 전시에서 소개되는 여덟 점의 회색 모노크롬 작품은 작가가 설정한 제한 안에서 형태, 색조, 질감의 무한한 변주를 생생히 드러내며 미학적 절정을 경험하게 한다.

끝으로 전시는 아그네스 마틴이 삶의 마지막 10년 동안 몰입했던 시리즈를 소개한다. 1993년 건강상의 이유로 양로원에서 지내던 마틴은 매일 작업실을 찾으며 붓을 놓지 않았다. 몸이 쇠약해지며 작품 크기도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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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1955, 캔버스에 유채, 금속 페인트, 118.1 x 168.3 cm, 페이스 갤러리© Estate of Agnes Martin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 SACK, Seoul *재판매 및 DB 금지


1999년 제작된 여덟 점의 연작 ‘순수한 사랑’(Innocent Love)에 대해 마틴은 고요한 명상 속에서 떠오른 이미지를 그린 것이라고 했다. 회색 모노크롬 작품들과 달리 반투명한 광채와 기쁨, 예찬이 담긴 ‘순수한 사랑’ 연작과 함께 마틴의 예술 여정은 끝을 맺는다.

작품은 침묵, 씻겨 나간 색채, 부드럽게 흐려지는 테두리, 열정적인 연필 자국 등 마틴의 세심한 작업 과정을 고요함 가운데 천천히 음미할 수 있다.

작품의 가치는 감상하는 자에게 있다. 마틴은 생전 자신의 작품은 자신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작품을 개인적인 경험이나 의미, 삶에 대한 통찰과 연결 짓는 것을 꺼려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음악을 듣는 것과 유사하다고 했다. "한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에 대해 밀려오고 빠져나가는 파도, 하늘을 가로지르며 움직이는 구름처럼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무언가를 바라보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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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올미술관-아그네스마틴_ 완벽의 순간들-전시실 3-4 *재판매 및 DB 금지


마틴의 주요 작품 54점이 소개되는 이번 전시는 리움미술관, 일본의 오사카 국립국제미술관과 나고야시 미술관,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과 디아파운데이션을 비롯하여 페이스갤러리, 조지 에코노무 컬렉션을 포함한 해외 소장자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번 전시는 테이트 모던(Tate Modern Museum) 관장을 역임한 이화여대 초빙석좌교수 프란시스 모리스(Frances Morris)가 게스트 큐레이터로 기획했다.

마틴의 작품세계와 미학적 대화를 이어 나가는 전시 프로젝트로 'In Dialog: 정상화'를 선보인다. 단색조 추상 회화를 대표하는 '백색 화가' 정상화 작품과 마틴의 순수한 추상회화를 비교해 볼 수 있다.  전시는 8월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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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올미술관-In Dialog 정상화-전시실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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