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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공식 깬 패션 사진가…데보라 터브빌 200점 국내 첫선

2026.10.23

1975년 '배스하우스'부터 후기 포토콜라주까지

서울 피크닉서 23일 개막…내년 2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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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보라 터브빌 〈애서 레비 공중목욕탕 - 배스하우스 연작〉 뉴욕, 1975 © Deborah Turbeville / MUUS Collection / Condé Nast  이미지 제공: 피크닉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나에게 분위기란 장소를 뜻하지만, 어떤 존재를 뜻하기도 한다… 분위기는 손에 잡히지 않지만 결정적으로 중요한 무엇이다.”

미국 사진가 데보라 터브빌(1932~2013)이 평생 좇았던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의 사진 속 여성들은 아름답지만 무심하다. 카메라를 향해 웃거나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낡은 공간과 흐릿한 빛 속에서 저마다 다른 생각에 잠겨 있다.

1975년 미국 패션잡지 '보그'에 실린 '배스하우스(Bathhouse)'가 대표적이다.

낡은 공중목욕탕에 수영복 차림의 여성 다섯 명이 등장한다. 한 여성은 두 팔을 높이 치켜들고, 다른 여성은 벽을 바라본다. 바닥에 앉은 여성은 고개를 숙였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하다.

몸은 드러나지만 감정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

화려한 의상과 매혹적인 포즈로 아름다움을 강조하던 당시 패션 사진의 관습을 뒤집은 장면이다. 이 사진은 독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지만, 터브빌의 이름을 알린 대표작이 됐다.

패션 사진의 공식을 깬 터브빌의 작품 약 200점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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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보라 터브빌: 분위기 전시 전경, 피크닉, 2026. © Deborah Turbeville / MUUS Collection  이미지 제공: 피크닉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 중구 회현동 전시공간 피크닉은 23일부터 '데보라 터브빌: 분위기'를 개최한다. 미국 무스 컬렉션(MUUS Collection)과 협력한 전시로, 빈티지 프린트와 콜라주 원본 등 오리지널 작품 102점과 새롭게 제작한 프린트 88점을 선보인다.

터브빌은 헬무트 뉴튼, 기 부르댕과 함께 1970년대 패션 사진의 새로운 흐름을 이끈 작가로 평가받는다.

'하퍼스 바자'와 '마드모아젤'의 패션 에디터로 일하다 30대 중반에 본격적으로 카메라를 잡았다. 그러나 옷과 모델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신 인물의 내면과 심리, 공간에 쌓인 기억에 주목했다.

그의 실험은 잡지 지면을 넘어섰다.

1975년 제작한 '마키야주(Maquillage)'는 사진을 찢고 오려 붙여 만든 가상의 패션 잡지다. 흐릿한 사진과 손글씨, 파편적인 문장을 자유롭게 배치했다. 1000부 한정으로 제작된 이 출판물은 오늘날 독립 출판물인 '진(zine)'의 제작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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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보라 터브빌 〈꼼 데 가르송 연작〉 파리, 1980  혼합 매체 36.8 × 52.1 cm © Deborah Turbeville / MUUS Collection 이미지 제공: 피크닉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와 문학도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었다. 알랭 레네와 잉마르 베리만 등의 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터브빌은 사진 한 장에 보이지 않는 앞뒤의 이야기가 존재하는 듯한 장면을 구축했다.

1981년에는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의 의뢰로 베르사유 궁전을 촬영한 사진집 '보이지 않는 베르사유'를 출간했다.

그가 카메라에 담은 것은 화려한 궁전의 장식보다 천으로 덮인 가구와 먼지 쌓인 방, 세월의 흔적이 남은 조각상들이었다.

한때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던 공간에서 터브빌이 포착한 것은 사라진 시간의 흔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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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보라 터브빌: 분위기 전시 전경, 피크닉, 2026. © Deborah Turbeville / MUUS Collection 
이미지 제공: 피크닉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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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보라 터브빌 〈마담 뒤바리의 개인 거처 - 보이지 않는 베르사유 연작〉 베르사유, 1980
잉크젯 프린트 78.7 x 142.2 cm © Deborah Turbeville  MUUS Collection 이미지 제공: 피크닉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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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보라 터브빌  〈프랑스 파빌리온 안 가을 낙엽 위에 누워 있는 아우렐리아 바인가르텐 - 보이지 않는 베르사유 연작〉 베르사유, 1980
잉크젯 프린트 78.7 x 119.4 cm © Deborah Turbeville MUUS Collection
이미지 제공: 피크닉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과 문학을 결합한 후기 작업도 만날 수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집필한 미발표 소설을 바탕으로 1990년대 제작한 '패스포트(Passport)'는 사진과 텍스트를 결합한 130여 점의 콜라주로 구성됐다.

터브빌은 기억과 상상을 뒤섞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듯한 세계를 만들어냈다. 낡은 실내와 황폐한 정원, 흐릿한 인물들은 특정한 시대에 속하지 않는다.

그의 사진이 불러일으키는 것은 단순히 지나간 시간에 대한 향수가 아니다. 한 번도 존재한 적 없는 세계에 대한 그리움이다.

2013년 세상을 떠난 터브빌의 작업은 2020년 무스 컬렉션이 아카이브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는 초기 패션 사진부터 건축과 장소를 탐구한 작업, 후기 포토콜라주까지 그의 작품 세계를 조망한다.

전시는 2027년 2월 28일까지. 관람료는 성인 1만5000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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