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바나나로 미술시장 흔든 카텔란…이번엔 신용카드에 도발

2026.09.15

현대카드와 '아티스트 스페셜 플레이트' 협업

가상국가 신분증·운전면허증으로 디자인

베를린 개인전 이어 14일 밤 방한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리움미술관은 2023년 첫 전시로 동시대 미술계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기획전 'WE' 언론 공개 행사를 열고 덕테이프를 붙인 바나나를 선보이고 있다. 2023.01.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전시장 벽에 바나나를 붙여 미술의 가치와 가격을 뒤흔들었던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이번에는 신용카드를 작품의 무대로 삼았다.

“그림은 한곳에 머물며 당신을 기다리지만 신용카드는 어디든 함께 간다.”

카텔란은 현대카드와 협업한 신용카드 디자인 프로젝트를 이렇게 설명했다.

“저녁을 먹고, 휴가를 가고, 호텔비를 내고,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산다. 아마 대부분의 예술 작품보다 더 바쁘게 살아갈 것이다. 나는 그 이동성이 좋았다.”

미술관에 고정된 작품과 끊임없이 움직이는 신용카드. 미술과 소비의 경계를 비틀어온 카텔란다운 발상이다.

현대카드는 카텔란과 협업한 '현대카드 Maurizio Cattelan'을 공개했다고 15일 밝혔다. 지난해 톰 삭스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아티스트 스페셜 플레이트'다.

이번 작업에서 카텔란은 신용카드를 단순한 결제수단이 아니라 가상의 국가 'Republic of Hyundai Card'의 신분증으로 바꿨다.

associate_pic
현대카드는 카텔란과 협업한 '현대카드 Maurizio Cattelan'를 공개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이라는 두 가지 형식이다. 카드에는 현대카드 로고를 변형한 가상의 국가 문장을 넣었다. 카텔란의 대표작에 등장하는 바나나는 홀로그램 패턴이 됐다. 운전면허증 뒷면에는 자동차 대신 말과 타조, 코끼리 같은 초현실적인 교통수단이 등장한다.

프로필 사진도 장난을 걸었다. 자신의 사진을 넣거나 AI로 만든 6명의 가상 인물 'CATT'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CATT'는 카텔란이 미술관 바닥을 뚫고 얼굴을 내민 작품 '무제'에서 출발했다. 한 사람의 얼굴을 서로 다른 인물로 바꾸면서 '누구나, 누구라도 될 수 있다'는 정체성의 유희를 카드 안으로 옮겼다.

이번 카드는 별도의 신용카드 상품이 아니라 기존 현대카드 회원이 추가로 발급받는 아티스트 스페셜 플레이트다. AI 캐릭터를 적용하면 발급 수수료 1만원, 본인 사진을 넣으면 3만원이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리움미술관은 2023년 첫 전시로 동시대 미술계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기획전 'WE' 언론 공개 행사를 30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하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 작가 카텔란은 위트와 역설적 유머로 종교, 정치, 사회, 미술계까지 기성 체제를 풍자하며,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 보는 악동 아티스트이다. 2023.01.30. [email protected]


이탈리아 출신 카텔란은 권위와 제도를 조롱하고 예술의 가치가 만들어지는 방식을 끊임없이 질문해온 작가다. 전시장 벽에 실제 바나나를 테이프로 붙인 '코미디언'으로 미술시장의 가치 체계를 뒤흔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에는 국가가 개인의 신분을 증명하는 '신분증'과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소비 능력을 증명하는 '신용카드'를 겹쳐놓았다. 신분과 소비,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한 장의 플라스틱 안에서 뒤섞은 셈이다.

카텔란은 한국 관객에게도 낯설지 않다. 2023년 리움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 'WE'를 열어 화제를 모았다. 권위와 종교, 죽음, 예술의 가치 체계를 비트는 그의 대표작들이 대거 소개됐다.

현대카드와의 인연은 이보다 앞선 2021년 시작됐다. 당시 이태원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카텔란과 사진작가 피에르파올로 페라리가 설립한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토일렛페이퍼의 'TOILETPAPER: The Studio' 전시를 선보였다.

카텔란은 지난 10일 베를린 신국립미술관에서 독일 첫 대규모 개인전 'NIGHT'를 연 데 이어 이번 카드 프로젝트를 위해 14일 밤 방한했다.

미술관 벽에 붙어 있던 카텔란의 작품은 이제 지갑 속으로 들어간다. 결제할 때마다 꺼내 들고, 도시와 도시를 이동한다. 그가 말했듯 어쩌면 대부분의 예술 작품보다 더 바쁘게 살아갈지도 모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보기

300년 묵은 화첩까지 활짝…겸재 정선 216점, 대구에 펼쳤다

대구간송미술관, 겸재 정선 특별전…총 216점 역대 최대 규모

'겸재 정선-조선의 눈으로 조선을 그리다' …대구간송미술관

대구간송미술관, 겸재 정선 탄신 350주년 특별전…216점 역대 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