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1200개 유리구슬로 한옥에 거미줄…모나 하툼 “마법 같았다”[박현주 아트클럽]
2026.09.01
포도뮤지엄, 선혜원 아트프로젝트 2.0 ‘흔들리는 것들의 안부’
모나 하툼·최성임·김윤수 3인전
유리구슬·식빵끈·PVC·골판지로 만든 ‘시간의 풍경’
김희영 총괄디렉터 작가 선정…하린당·경흥각 2층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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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포도뮤지엄은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선혜원에서 두 번째 아트프로젝트 '흔들리는 것들의 안부' 기자간담회를 갖고 모나 하툼 작가의 작품 'Web'을 선보이고 있다. 2026.09.01. [email protected]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1200개의 투명한 유리구슬이 한옥 서까래 아래 거대한 거미줄을 쳤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이슬 맺힌 별자리처럼 아름답다. 한 층 올라가 내려다보는 순간 풍경은 달라진다. 반짝이는 거미줄은 누군가를 붙잡는 덫처럼 다가온다.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모나 하툼(74)의 'Web'(2025)이다.
서울 삼청동 선혜원에 사소하고 연약한 것들이 시간을 견뎌 만든 풍경이 펼쳐졌다.
포도뮤지엄은 2일부터 10월31일까지 선혜원 아트프로젝트 2.0 '흔들리는 것들의 안부'를 개최한다. 지난해 김수자의 장소특정적 설치작업 '호흡―선혜원'에 이은 두 번째 프로젝트다. 올해는 모나 하툼과 최성임(49), 김윤수(51) 등 여성 작가 3명이 참여한다.
하툼은 포도뮤지엄과 인연이 있는 작가다. 앞서 제주 포도뮤지엄 전시에 참여해 국내 관객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에는 제주가 아닌 서울의 한옥으로 무대를 옮겼다.
이번 전시는 작가를 먼저 선정하고 제목을 나중에 정했다.
전시를 기획한 김희영 포도뮤지엄 총괄디렉터는 1일 기자들과 만나 모나 하툼과 최성임, 김윤수를 먼저 선정한 뒤 세 작가의 작업을 관통하는 공통점을 찾아 '흔들리는 것들의 안부'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하툼과의 기존 인연을 이어가는 한편 최성임과 김윤수는 여러 작가를 리서치하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찾아냈다. 오랫동안 작업해왔지만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덜 알려진 두 한국 작가를 세계적인 작가 하툼과 나란히 세운 것도 이번 전시의 눈에 띄는 지점이다.
유리와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블, 빵끈, 비닐, 종이 골판지. 서로 다른 세 작가를 잇는 것은 쉽게 지나치거나 버려지는 재료다. 여기에 잇고, 감고, 자르고, 쌓는 반복적인 손의 움직임과 시간이 더해지며 전혀 다른 형태와 물성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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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경흥각 위에서 내려다 본 모나하튬의 유리 거미줄 'Web'. *재판매 및 DB 금지 |
◆한옥에 거미줄 친 모나 하툼
전시의 시작은 선혜원의 중심 전각인 경흥각이다.
서까래 아래 하툼의 'Web'이 공간을 가로지른다. 수제 투명 유리구를 가느다란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블로 연결한 대형 설치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거미줄은 집이면서 덫이다. 몸을 숨기고 보호하는 공간인 동시에 먹이를 붙잡는 사냥의 장치다. 보호와 포획, 안식과 위험이라는 상반된 성질이 하나의 구조 안에 공존한다.
오래된 한옥에 자신의 거미줄이 펼쳐진 모습을 본 하툼은 만족감을 감추지 않았다.
하툼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작품은 어떤 공간에 설치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진동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과거 회색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거친 공간에 설치했을 때는 작품이 마치 “화성에서 온 외계인처럼” 낯설게 보였다고 했다.
선혜원에서는 달랐다.
그는 “웅장한 한국 전통 한옥의 건축 방식과 자연에서 유래한 재료, 장엄한 기둥과 서까래, 자연 풍경과 함께 작품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며 “그 어느 때보다 더 마법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Web'의 유기적인 구조가 선혜원의 자연스러운 환경에 가벼움과 연약함을 더하면서 이질적으로 충돌하기보다 조화를 이룬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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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모나 하툼 작가가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선혜원에서 열린 포도뮤지엄 두 번째 아트프로젝트 '흔들리는 것들의 안부' 기자간담회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2026.09.01. [email protected] |
1952년 레바논 베이루트의 팔레스타인계 난민 가정에서 태어난 하툼은 1975년 런던에 머물던 중 레바논 내전이 발발하면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후 런던을 기반으로 퍼포먼스와 영상, 조각과 대형 설치를 넘나들며 집과 신체, 경계와 권력, 개인과 세계의 불안정한 관계를 탐구해왔다.
1995년 터너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2018년 프리미엄 임페리얼 조각상을 수상했다. 올해는 독일 함부르거 반호프 평생공로상을 받았다.
하툼은 '흔들리는 것들의 안부'라는 전시 제목에도 공감을 표했다.
그는 “인간 존재의 위태로움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위태로움을 아름답게 전달하는 제목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모두의 연약함과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결국 인간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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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포도뮤지엄은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선혜원에서 두 번째 아트프로젝트 '흔들리는 것들의 안부'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성임 작가의 작품 '황금이불'을 선보이고 있다. 2026.09.01. [email protected] |
◆식빵끈이 6.2m ‘황금이불’로…최성임 작가
로비 바닥에는 거대한 황금빛 이불이 펼쳐졌다.
최성임의 '황금이불'(2026)이다. 멀리서는 금빛 돗자리나 직물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재료의 정체가 드러난다. 식빵 봉지를 묶는 금색 빵끈이다.
왜 하필 식빵끈일까.
최성임은 이날 “식빵끈으로 작업해야겠다고 생각했다기보다 작업을 시작하면서 주변에 보이는 재료가 나의 소재가 됐다”고 말했다.
그에게 이불은 단순한 생활용품이 아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내 몸과 가장 먼저 맞닿는 풍경이고, 잠들기 전 눈을 감기 전에 마지막으로 만나는 풍경이자 내 몸보다 더 큰 세계라고 생각했다.”
미술을 위한 특별한 재료가 아니라 자신의 몸과 가장 가까운 일상의 사물을 작업으로 끌어들였다.
최성임은 “엄청난 선언이나 전환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순간에 일상이 완전히 뒤집혀 새로운 세계가 보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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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최성임 작가가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선혜원에서 열린 포도뮤지엄 두 번째 아트프로젝트 '흔들리는 것들의 안부' 기자간담회를 갖고 하고 있다. 2026.09.01. [email protected] |
'황금이불'은 이번 전시 제목에 맞춰 처음 만든 작업도 아니다. 2015년 처음 발표한 초기 작업을 발전시켜 선혜원 공간에 맞게 새롭게 제작했다.
특히 로비를 한옥의 대청마루처럼 안과 밖이 만나는 경계로 봤다. 자신의 몸과 맞닿는 ‘이불’이라는 사적인 세계를 안과 밖이 넘나드는 공간으로 확장했다.
가로 6.2m, 세로 4.8m 규모의 포도뮤지엄 커미션 신작이다. 식탁에서 사용되고 버려지는 금색 빵끈을 하나하나 이어 만들었다.
최성임은 네 아이를 키우며 가사와 돌봄, 창작을 병행해왔다. 생활 가까이에서 발견한 재료를 모으고 연결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1977년생으로 이화여대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에서 회화·판화를 전공했다. 회화에서 출발해 조각과 설치로 작업 영역을 넓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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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포도뮤지엄은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선혜원에서 두 번째 아트프로젝트 '흔들리는 것들의 안부' 기자간담회를 갖고 김윤수 작가의 작품 '바람의 표면'을 선보이고 있다. 2026.09.01. [email protected] |
◆“왜 발인가”, 땅을 딛고 존재하는 인간…김윤수 작가
지하 1층 회랑에는 푸른 결정체 같은 작은 형상들이 놓였다.
김윤수의 '바람의 표면'(2011~2018)이다.
유모차를 덮는 방풍막으로 사용하는 얇은 파란색 PVC 비닐에 여러 사람의 발바닥 윤곽을 그리고 오려낸 뒤 반복해서 쌓았다. 처음에는 거의 투명했던 비닐이 수없이 포개지면서 깊은 푸른빛과 부피를 얻는다. 처음의 발 모양은 흐려지고 낯선 풍경으로 변한다.
작업은 자신의 발에서 시작해 지인과 주변 사람들의 발로 확장됐다.
왜 하필 발일까.
김윤수는 이날 “우리는 머리나 손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하지만 발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에게 발은 인간이 땅과 만나는 지점이다. 한 발을 딛고 두 발로 서기 위해서는 대지가 필요하다. 자신의 존재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발을 작업에 끌어들였고, 이후 주변 사람들의 발을 수집하며 작업을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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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김윤수 작가가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선혜원에서 열린 포도뮤지엄 두 번째 아트프로젝트 '흔들리는 것들의 안부' 기자간담회를 갖고 하고 있다. 2026.09.01.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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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김윤수의 골판지로 작업한 '바람' *재판매 및 DB 금지 |
2층 하린당에서는 김윤수의 초기 골판지 작업을 만날 수 있다.
'바람(투명한 사유에 관한 조각)'(2001)은 멀리서 보면 거대한 토기나 나무 조각처럼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면 반전이 일어난다. 재료는 골판지다.
가늘게 자른 골판지를 오랜 시간 감고 이어 붙였다. 쉽게 눌리고 휘어지는 종이는 반복되는 손길을 따라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굽어지면서 뚜렷한 부피와 존재감을 얻었다.
1975년생 김윤수는 중앙대 조소과와 동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했다. 바람과 빛, 움직임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비물질적 요소를 조각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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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선혜원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
작품이 놓인 선혜원 자체도 시간을 품은 공간이다.
SK 창업 회장의 사저였던 이곳은 1968년부터 그룹의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 공간으로 사용됐다. 지난해 새로운 문화공간 선혜원으로 재탄생했다. 현대 건축과 세 채의 한옥이 어우러진 구조다. 온지음 집공방이 한옥 공간의 기획과 설계를 맡고 SKM과 조병수 건축사사무소 등이 협업했다.
올해는 선혜원 개관 이래 처음으로 하린당과 경흥각 2층을 공개하고 전시 영역을 전체 전각과 층으로 확장했다.
관람객은 경흥각에서 'Web'을 아래에서 올려다본 뒤 로비와 지하 1층 회랑, 2층 하린당을 거친다. 마지막에는 경흥각 2층에 올라 다시 'Web'을 내려다본다.
아래에서 올려다본 거미줄과 위에서 내려다본 거미줄은 다르게 보인다. 아래에서는 거미줄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하지만, 위에서는 거대한 그물의 형태가 한눈에 들어온다. 보는 위치가 달라지자 같은 작품도 달라졌다.
유리구슬은 거미줄이 되고, 식빵끈은 황금빛 이불이 됐다. 얇은 비닐은 푸른 덩어리로 쌓이고, 골판지는 단단한 조각처럼 몸을 일으켰다. 흔하고 연약한 재료들이 선혜원에서 전혀 다른 얼굴을 얻었다.
전시는 10월31일까지.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이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무료 관람은 네이버 예약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3일 프리즈 서울 연계 행사 ‘삼청 나잇’에는 오후 6~9시 야간 개장하고 크로스오버 그룹 블랙스트링의 공연도 열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