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물로 우려낸 기억의 산수…석철주, '신몽유도원도'와 '자연의 기억'

2026.06.09

인사동 통인화랑서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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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몽유도원도 22-2, 캔버스+아크릴릭+젤, 130x194cm, 2022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산은 보이지만 특정한 산은 아니다. 계곡과 숲, 운무가 어른거리지만 실제 풍경을 옮긴 것도 아니다.

한국화가 석철주(75)는 평생 자연을 탐구해 왔지만 자연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았다. 대신 물의 번짐과 우연의 작용을 통해 기억 속에 남은 풍경과 생명의 순환을 화면 위에 떠올려 왔다.

서울 인사동 통인화랑 3층과 지하 1층에서 연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대표 연작인 '신몽유도원도'와 '자연의 기억'을 중심으로 자연과 생명, 순환의 질서를 탐구해 온 작업 세계를 선보인다. 각 층에서 두 시리즈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며 전통과 현대, 실제와 상상을 넘나드는 석철주 회화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석철주의 작업은 실경산수와 관념산수의 경계를 넘나든다. 산봉우리와 계곡, 숲과 운무의 형상을 암시하지만 특정 장소를 재현하지 않는다. 대신 여행과 삶의 경험 속에 축적된 자연의 감각을 화면 위에 불러낸다.

작가는 "고정된 특정 장소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마다 각자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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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가 석철주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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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몽유도원도 22-2, 캔버스+아크릴릭+젤, 130x194cm, 2022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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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몽유도원도 25-5, 캔버스+아크릴릭, 130x163cm, 2025 *재판매 및 DB 금지


석철주 회화의 가장 큰 특징은 물을 활용한 독자적 기법이다. 젯소와 바탕색 위에 흰색을 올린 뒤 접착제를 섞은 스프레이와 붓질을 반복해 이미지를 드러낸다. 형태를 덧그리는 것이 아니라 밑에 숨어 있던 색과 형상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물은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작품을 완성하는 중요한 주체가 된다. 물의 건조 속도와 번짐 정도에 따라 색과 표정이 달라지고, 작가는 이를 통제하면서도 일정 부분 우연에 맡긴다. 화면에 나타나는 산과 계곡, 숲의 형상은 계획과 우연이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한다.

'생활일기' 연작에서는 들꽃과 들풀, 달항아리, 화분 속 식물, 무와 같은 일상의 소재들이 등장한다. 화려하거나 특별한 대상보다 생명력이 깃든 존재들에 주목하며 자연이 품은 회복과 순환의 원리를 담아낸다.

작가는 "다친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돋아나듯 살아있는 것들에는 생명이 깃들어 있고 복귀 성향이 있다"며 생명에 대한 관심을 작업의 중요한 출발점으로 삼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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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기억 21-29, 캔버스+아크릴릭, 130x130cm, 2021 *재판매 및 DB 금지



미술평론가 서성록은 석철주의 작업을 "전통 수묵의 번짐과 스밈의 미학을 현대 회화로 확장한 사례"로 평가한다. 그는 "자연을 바라보는 동양적 사유와 현대적 조형 언어가 만나는 지점을 보여준다"며 "화면 위에 그리는 대신 물로 우러내는 그의 회화는 오늘날 한국화가 도달한 독창적 가능성으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서 평론가는 "석철주의 그림은 풍경을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점점 희미해져 가는 우리의 자연 체험과 기억을 환기하고 복구하는 힘을 지닌다"며 "바로 그 점이 그의 회화가 갖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평가했다.

전시는 25일까지. 관람은 무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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