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찢고 비틀어 드러낸 인간…요절 조각가 류인 ‘이중성’ 조명

2026.04.21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50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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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 개인전 《이중성》(아라리오갤러리 천안, 2026) 전시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조각가 류인은 신체를 찢고 비틀어 인간의 내면을 끌어냈다. 그의 조각에서 완전한 몸은 존재하지 않는다. 남는 것은 균열과 긴장, 그리고 끝내 버티는 의지다.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조각가 류인(1956~1999)의 개인전 ‘이중성’이 열린다. 43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지만, 한국 조각사 안에서 독자적인 조형 세계를 구축한 작가로 평가된다.

약 15년의 짧은 활동 기간 동안 70여 점의 작품을 남긴 작가의 대표작과 함께 그간 충분히 소개되지 않았던 작업들을 포함해 조형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전시다. 조각 및 설치 23점, 드로잉, 마케트 등 총 50여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류인 조각의 핵심인 인간 존재의 복합성과 내면의 긴장에 주목한다. 입방체 구조와 변형된 신체, 과장된 손의 표현은 삶과 자유, 고통과 힘이 교차하는 순간을 드러내며, 개인과 사회, 인간과 세계가 맞물리는 지점을 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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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 RYU In_이중성 Duality, 1987, frp, 118x46x110(h)cm  *재판매 및 DB 금지


류인은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류경채와 희곡작가 강성희 사이에서 태어나 사실적 인체 묘사를 기반으로 연극적 장면 구성과 신체 왜곡을 결합한 독자적 조형 언어를 구축했다. 홍익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했으며, 인체를 통해 인간의 고통과 정신적 고뇌, 그리고 이를 넘어서는 의지를 시각화한 작가로 평가된다.

전시는 초기 소조 작업부터 1980년대 후반 입방체와 인체를 결합한 대표작, 1990년대 설치적 확장으로 나아간 후기 작업까지 아우른다. ‘자소상’, ‘여인입상’, ‘심저’, ‘입허’ 연작 등에서 출발해 ‘지각의 주’, ‘급행열차―시대의 변’, ‘그와의 약속’ 등 주요 작품을 통해 조형적 전환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제목과 같은 작품 ‘이중성’(1987)은 첫 개인전 이후 처음 다시 소개되는 작업으로, 얼굴을 중심으로 절단되고 변형된 신체를 통해 인간 내면의 상반된 감정과 긴장을 시각화한다. 좌우로 갈라진 얼굴은 갈등과 모순, 불안과 의지 등 인간 존재의 이중성을 압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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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 RYU In_뢰성 Thunder, 1988, frp, 127x72x45(h)c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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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 RYU In_하나비 II Hana Monument II, 1992, frp, 100x100x220(h)cm *재판매 및 DB 금지

  
류인의 조각에서 반복되는 입방체 구조는 사회적 질서와 제도를 상징하고, 그 틀 안에서 이를 밀어내는 인체는 억압을 넘어서는 생명력과 자유 의지를 드러낸다. 신체의 압축과 절단, 왜곡은 결핍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조형적 장치로 작동한다.

전시장에는 드로잉과 마케트 연작, 사후 캐스팅된 손도 함께 소개된다. 이는 완성된 조각 이전의 사유와 실험 과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손을 통해 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연결한다.

작가 노트에 남은 문장처럼, 그의 조각은 인간의 이중성과 불안을 외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균열을 끝까지 밀어 올리며, 존재가 어떻게 버티는지를 묻는다. 전시는 2027년 4월 11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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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 RYU In_황토현 서곡 II-부활 Hwangtohyun Overture II-Resurrection, 1995, Bronze, cast iron, 75x110x125(h)c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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