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청사초롱 불 밝히자 되살아나는 왕실 이야기…'창덕궁 달빛기행'

2026.04.15

'창덕궁 달빛기행'…정조와 효명세자의 초대

인정전부터 연경당까지 역사 따라 보고 듣고

특별 공개되는 상량정·새롭게 선보이는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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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덕궁에서 열린 '2026 창덕궁 달빛기행' 사전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경내를 둘러보고 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국가유산진흥원은 4월 16일부터 5월 31일까지 '창덕궁 달빛기행' 행사를 개최한다.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 6회 운영한다. 2026.04.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날이 저물고 달이 떠오르자 청사초롱이 창덕궁의 밤을 밝혔다. 대금 가락이  통금의 적막을 깨며 밤 공기를 채우자, 효명세자의 특별한 초대를 받은 40여 명이 금호문을 지나 조선의 시간과 서사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이 운영하는 '2026년 상반기 창덕궁 달빛기행'이 15일 특별 초청 행사를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평소 야간에 공개되지 않는 창덕궁을 해설과 함께 둘러보는 대표 고궁 야간 체험 프로그램이다. 이번 달빛기행은 정조의 사색이 머문 후원과 효명세자의 효심이 깃든 연경당 등을 따라 조선 왕실의 밤을 되짚는 여정으로 꾸며졌다.

청사초롱을 든 참가자들이 금천교를 건너자 순라군이 모습을 드러냈고, 곳곳에서 "와, 멋있다"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월대에 오르자 용상과 일월오봉도가 환히 밝힌 불빛 아래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비어 있는 어좌마저 금방 왕이 자리에 들 것 같은 위엄을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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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한이재 기자 = 14일 '창덕궁 달빛기행'에서만 볼 수 있는 상량정에서 악사가 대금을 연주하고 있다. 2026.04.14. [email protected]

왕실의 발자취를 따라 낙선재로 향하는 길목에는 복원된 희정당 신관이 보였다.  동궁을 지나 이내 대한제국 마지막 황실가족이 머물렀던 낙선재에 이르자 분위기는 한층 차분해졌다.

다른 전각들과 달리 단청이 없는 낙선재는 화려함 대신 소박하고 단아안 멋을 품고 있었다. 대신 정교하게 짜인 창살 문양이 시선을 오래 붙들었다. 김지완 해설사는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고 설명했다.

밤바람이 스치는 상량정에서는 대금 가락이 다시한번 고요한 공기를 채웠다.

달빛기행의 백미는 후원 부용지였다. 연못 위로 비친 규장각의 그림자가 일렁였고, 청사초롱 불빛이 수면에 번지자 참가자들의 발걸음도 자연스레 멈췄다. 물 위에 겹쳐진 전각의 윤곽은 마치 정사를 마친 정조가 거닐던 밤의 풍경을 불러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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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한이재 기자 = 14일 창덕궁 부용지에서 조선 제22대 국왕 정조가 '창덕궁 달빛기행'을 찾은 이들을 반기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2026.04.14. [email protected]


애련지를 지나 효명세자가 순원왕후의 생신연을 열었던 연경당에 이르자 본격적인 공연이 펼쳐졌다.

'봄의 도드리'의 선율이 흐르고 효명세자가 어머니 순원왕후의 생신을 위해 만든 '예도무'가 펼쳐졌다. 악사 5명의 연주가 어우러진 공연은 고궁 밤의 깊이를 더했다.
달빛 기행 참여자들은 자유롭게 사진을 찍으며 봄밤 궁궐의 추억을 새겼다.

스페인에서 온 아나페레르(35)는 "멋지고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이런 여행을 하고 싶었고, 모든 친구에게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2026년 상반기 달빛기행은 오는 16일부터 내달 31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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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한이재 기자 = 14일 창덕궁 달빛기행으로 창덕궁 연경당에서 공연을 선보인 이들이 인사하고 있다. 2026.04.14.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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