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공연장 와서 먹고, 눕고, 음악 들어도 괜찮아" …카입의 실험 '파빌리온 72'
2026.03.26
26일 오후 6시부터 4320분 공연 진행 중
공연의 소리 필요성에 대한 질문서 시작
공연 관습, 시간 인식, 관람 양식 파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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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작곡가 카입 라운드인터뷰 모습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6.03.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극장에서 벌어지는 일과 소리가 만나게 되는데 이게 필수적이지 않다고 느낄 때가 많았어요."
작곡가 카입은 72시간 동안 진행되고 있는 공연 '파빌리온 72'의 시작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소리로 먹고사는 작곡가이면서도 그에게 소리는 없어도 되는 무엇으로까지 느껴졌다는 반성이다. 이번 공연이 많은 걸 파괴하는 일종의 실험이라는 고백이기도 하다.
공연에 앞서 서울 용산구 더줌아트센터에서 '창작트랙 180°-극장의 다음:다가올 낯선 감각들' 최종발표회가 26일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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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극단 '창작트랙 180°-극장의 다음:다가올 낯선 감각들' 참여 예술가 카입. (사진=국립극단 제공) |
카입은 공연예술 연구 개발 사업인 '창작트랙 180°'를 통해 국립극단과 180일간 창작을 진행했다. 그는 공연과 영화, 미술 등 장르를 넘나들며 예술계에 몸담아 온 23년 차 작곡가이자 음악감독, 사운드디자이너다.
카입은 소리에 대해 탐구하기 위해 여러 예술가와 만나며 질문을 확장시켰다. 그는 최종발표회 공연조차도 완성형보다는 진행형이라 설명했다.
"오늘도 결과 발표보다는 과정으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그에게 있어 이번 공연 준비는 수행에 가까웠다.
"과정 자체에서 저는 이미 작업에 대한 만족을 얻었어요. 공연에서 현장성 자체는 중요하겠지만, 현장에서 얻어지는 소리와 장면이 관계 맺는 방식이 여전히 문법으로 정리가 안 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우리가 고유의 문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많이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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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한이재 기자 = 26일 72시간 공연 '파빌리온 72'에 앞서 작곡가 카입이 최종 발표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03.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그의 목표는 '순간'으로 바뀐 듯했다. 특정 순간 관객이 무언가를 느끼고 가기를 바라서다. 또 지금 이 순간을 잊지 않게 '현실의 레이어'를 반복하는 것도 그렇다. 동시에 우연적 반복으로 인간이 발 딛고 있는 순간으로서 '선형적 시간'을 파괴하고자 했다.
공연 이름에 '파빌리온'이 들어간 이유기도 하다. 파빌리온은 엑스포(박람회)를 위해 짓는 공간이다. 박람회는 문제없이 매끄러운 미래로 수렴될 것 같은 이상을 담는 일종의 공연이다. 그래서 카입은 이번 공연을 '미래를 위해 버려지는 전시장 혹은 폐허'로 이름 지었다.
"그냥 있다가 사라지는 게 공연이니까요. 썰렁하게 존재하려 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가진 공연에 대한 기존 인식을 전복시키는 실험이기도 하다. 공연 관람에는 음료 취식 외에 제한이 없다. 4320분 동안 음악을 듣고 밥을 먹고 누워도 괜찮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지만 와서 음악을 들으셔도 괜찮아요. 무엇이든 와서 하시는 걸 더 환영해요."
사람들의 입퇴장도 자유롭다. "준비 과정에서 관객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말고, '공간에서 체류하는 분'이라 정의하자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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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작곡가 카입(이우준)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6.03.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의도된 메시지를 담은 소리는 흘러나오지만, 치밀하지는 않다. 오히려 '틈새'를 통해 현실과 연결되고 우연과 만난다. 소리를 포함해 공연에 대한 관습, 선형적 시간 인식, 관람 양식을 모두 분절시키려는 시도다.
이를 위해 카입은 외부 소리가 잘 들어오는 더줌아트센터를 연습장이자 공연장으로 골랐다. 리하르트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전막을 배우가 읽으면서도 의미 전달 대신 소리 전달 수단으로 사용한다. 바그너의 총체예술에 반하는 '안티 바그너 체제'다.
공연계가 소리에 대한 고민을 더 해볼 기회이자 재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비쳤다. "공연예술에서 소리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한 것 같아요."
카입은 공연을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자 미래에 대한 편지"라고 정의했다. 누리집에 극장에 관한 생각이 모이는 생태계를 만드는 게 그의 최종 목표다. 엑스포에서 해석되길 기다리는 '과거의 유물'과 같이.
사전 예약자는 2000명으로 현장 참여도 가능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