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안견부터 피카소까지…차용의 대가 한만영, ‘시간의 무늬’

2026.03.25

아트사이드 갤러리서 27일부터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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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roduction of time – Mun Chong, 2025, Acrylic on canvas & object, 193.9x130.3c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1970년대 후반부터 ‘차용(Appropriation)’ 기법을 선구적으로 탐구해온 원로 화가 한만영이 귀환했다.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는 한만영(80) 개인전 ‘Time Stitching: 시간의 무늬’를 오는 27일부터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980년부터 이어온 대표 연작 ‘시간의 복제’를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의 작업 세계를 집약해 선보인다.

한만영은 순수예술과 대중문화, 고전과 현대라는 이분법을 거부해온 작가다. 그는 사물의 이질적 배치(데페이즈망), 눈속임 기법(트롱프뢰유), 일상 오브제의 재조합(아상블라주)을 통해 예술과 일상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색해왔다.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 석사를 받은 그는 1970년대 중반부터 작가 활동을 시작해 단색화 중심의 추상미술 흐름 속에서도 형상과 ‘그리기’를 전면에 내세우며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했다.

이번 전시는 인간의 보편적 감정인 ‘희로애락’을 축으로 미술사적 이미지와 동시대 기호를 병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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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roduction of time 2407, 2024, Acrylic on canvas & object, 116.8x91cm *재판매 및 DB 금지


‘기쁨’에서는 브뢰헐의 ‘농부의 춤’ 위에 의도적 붓자국을 더해 유희적 긴장을 만들고, ‘분노’에서는 피카소의 ‘게르니카’ 파편과 군번줄을 결합해 전쟁의 기억을 환기한다. ‘슬픔’에는 고대 그리스 투구 아래 바코드를 배치해 역사와 자본의 충돌을 드러내며, ‘즐거움’에서는 미키 마우스와 기우자 도상, 악기 부품을 결합해 시공간을 교차시킨다.

한국적 이미지의 변주도 눈에 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붉은 단색조로 재구성하거나 조선 회화 도상을 해체해 재배열한 작업은 과거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간의 불연속성을 드러낸다.

그의 작업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동서양 고전 이미지와 일상의 오브제를 결합하는 아상블라주 기법을 특징으로 한다. 1980년대부터 이어온 ‘시간의 복제’ 연작은 고구려 고분벽화부터 조선 청화백자, 서양 고전 회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미지를 차용해 시공간을 재구성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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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영 개인전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한만영은 1980~90년대 단색화와 민중미술이라는 양대 흐름 속에서도 어느 한쪽에 속하지 않았다. 대신 대중문화와 고전 이미지를 함께 끌어들이며 순수미술과 키치의 경계를 허물어왔다.

1979년 첫 개인전 이후 국내외에서 다수의 전시를 이어왔으며, 상파울루 비엔날레(1981), 칸 국제 회화제(1995) 등에 참여했다. 성신여대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했으며 현재는 명예교수로 활동 중이다.

아트사이드갤러리는 “그의 작업은 과거를 모방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차용을 통해 독창성을 재정의하는 시도”라며 “현대적 기호를 고전 명화와 병치하며 ‘독창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고 밝혔다.

전시는 4월 25일까지. 관람은 무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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