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25만년 전 전곡리 구석기인, 42㎝ 거대 '주먹찌르개' 왜 만들었나
2026.03.12
전곡선사박물관, 길이 42㎝·10㎏ '주먹찌르개' 공개
24차 발굴 때 최하층서 발견…세계 최대 양면석기
제작 능력 '과시'용이거나, 기능·디자인 갖춘 '명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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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천=뉴시스] 12일 경기도 연천군에 있는 전곡선사박물관에서 열린 상설전 개편 언론 공개회에서 공개된 '초대형 주먹찌르개' 2026,03.12. [email protected] |
[연천=뉴시스]이수지 한이재 기자 = 길이 42㎝, 무게 10㎏.
전곡선사박물관이 12일 공개한 '초대형 주먹찌르개'는 구석기시대 석기 가운데서도 보기 드문 크기다. 지금까지 국내외 합계에 보고된 양면석기 가운데서도 가장 크고 무거운 사례로 평가된다.
이 석기는 연천 전곡리 85-12번지 구석기 유적 최하층에서 발견됐다. 약 25만~20만년 전 형성된 지층에서 나온 것으로 전곡리 유적에서도 가장 오래된 층위에 속한다.
비슷한 사례로는 아프리카 올두바이 협곡에서 발견된 길이 31㎝(약 3.7㎏)석기나 유럽 아라고 유적에서 출토된 길이 33㎝ 석기가 있지만, 이번 유물은 그보다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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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천=뉴시스] 한이재 기자 = 전면 개편한 전곡선사박물관 상설전시실에서 전곡리 유적 유물 최초 발견자 그렉 보웬의 보고서 원본이 전시되고 있다. 2026.03.12. [email protected] |
이처럼 거대한 석기가 왜 만들어졌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해외 사례들은 초대형 석기가 의례용 도구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전곡리 유물은 형태와 제작 방식에서 다른 성격을 지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첫 번째는 기술 과시설이다.
단순한 생존 도구라기보다 "이 정도의 석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제작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 물건이었을 가능성이다.
이한용 전곡선사박물관장은 "인류 진화 과정에서 먹고 사는데 직접적인 필요와는 별개로 뭔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제작된 도구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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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천=뉴시스] 한이재 기자 = 전곡선사박물관에서 구석기 시대 유물과 현대 도구가 같이 전시되고 있다. 2026.03.12. [email protected] |
두 번째는 기능과 형태를 함께 고려해 제작된 도구였을 가능성이다. 형태와 날의 구조를 보면 실제 작업에 사용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한용 전곡선사박물관장은 "기능과 디자인이 잘 결합된 물건을 우리는 흔히 ‘명품’이라고 부른다"며 "이 석기 역시 단순한 생존 도구를 넘어 제작자의 기술과 완성도가 함께 반영된 결과물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기능만을 따지면 그렇게 복잡한 디자인이 필요 없는데, 예술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만들어졌기에 이 주먹도끼를 '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료 또한 특징적이다. 전곡리 유적에서 발견되는 석기는 보통 규암 자갈돌로 만들어지지만 이 주먹찌르개는 가공이 쉽지 않은 화강 편마암으로 제작됐다.
이 관장은 "인류 진화를 환경 적응 과정이라고 봤을 때 규암제 자갈돌을 가져다가 주먹도끼를 제작한 것은 결국 이 지역에 있는 원재료 돌에 가장 완벽하게 적응한 첨단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짱돌이란 어마어마하게 단단한 돌을 가져다가 깨서 (유럽의 인류와) 똑같은 기능을 하는 석기를 만드는 것은 더 고난도의 어려운 행위"라며 "당시에 호모 에렉투스의 한 갈래가 한반도에 들어와 한탄강 주변 돌들로 만든 주먹도끼는 환경에 적응하는 치열한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덧붙였다.
박물관은 현재 석기 표면의 사용 흔적을 분석하는 '쓴자국(Use-wear) 분석'과 실험고고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 결과는 오는 5월 개막하는 특별전 '땅속의 땅, 전곡'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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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천=뉴시스] 한이재 기자 = 전면 개편한 전곡선사박물관 상설전시실에서 정영화 전 영남대 교수가 기증한 초기 발굴 유물이 보이고 있다. 2026.03.12.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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