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봄은 달력으로 오지 않는다 [박현주 아트에세이 ⑱]

2026.03.07

빈센트 반 고흐 ‘꽃피는 아몬드나무’

associate_pic
빈센트 반 고흐, ‘꽃피는 아몬드나무(Almond Blossom)’, 1890, 캔버스에 유채, 73.3×92.4cm,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소장.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봄은 달력으로 오지 않는다.

어느 날 문득
나무 한 그루가 먼저 알아차린다.

아직 바람은 차갑고
사람들은 코트를 벗지 못했지만
가지 끝에서는 이미 꽃이 열린다.

빈센트 반 고흐의 ‘꽃피는 아몬드나무’는
바로 그 순간의 그림이다.

짙은 파란 하늘 아래
메마른 가지들이 가볍게 뻗어 있고
그 위에 흰 꽃들이 조용히 피어 있다.

잎도 나지 않은 가지.
겨울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는 나무.

그러나 그 위에서
생명은 이미 시작되었다.

1890년 2월
고흐의 동생 테오에게 아들이 태어났다.

아이의 이름은 빈센트.
삼촌의 이름을 따 지은 이름이었다.

고흐는 조카의 탄생을 축하하며
이 그림을 그렸다.

그는 평소 거의 쓰지 않던 밝은 색을 사용해
꽃과 꽃봉오리를 정성스럽게 그려 넣었다.
“내 꽃 그림 중 최고다.”
그가 남긴 말처럼
이 그림은 고흐의 작품 가운데
가장 환한 그림 중 하나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불멸의 화가 반 고흐'전시 전경. 네덜란드 크뢸러 뮐러 미술관 소장 작품 '자화상'. 2024.11.22. [email protected]


그러나 고흐는
그 조카와 오래 함께하지 못했다.

이 그림을 그린 지 5개월 뒤
그는 세상을 떠났다.

평생 ‘형바라기’였던 테오 역시
반년 뒤 형을 따라갔다.

하지만 어떤 그림은
그림을 그린 사람보다 오래 산다.

예술은 사람보다 오래 산다.

그 꽃은
지금도
봄을 가르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보기

익숙한 풍경의 낯선 순간…이만나 ‘헤테로토피아’

세잔·마티스를 세상에 알린 비평가…'로저 프라이' 평전

"세상에 표현이 아닌건 없다"…책·전시에 담긴 박신양의 사유

“유휴공간이 예술공간으로”…작은미술관 10년, 57만 명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