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티노 세갈 “내 전시는 함께하는 게임”…리움미술관서 ‘기록 없는 전시’
2026.02.25
세계적 현대미술가, 물리적 기록 남기지 않는 작가
25년 작업세계 집약한 국내 첫 개인전…사진 촬영 제한
전시장·로비·정원서 ‘구성된 상황’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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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티노 세갈(Tino Seghal) 작가가 25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국내 첫 개인전 언론공개회를 하고 있다. 2026.02.25. [email protected]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깜짝 당황한다.
정장 차림의 여성 두 명이 갑자기 “디스 이즈 컨템포러리(This is contemporary)”를 외치며 춤추듯 움직인다. 동작을 멈추고 웃는 얼굴로 빤히 바라보면, 마주 바라볼 수밖에 없다.
전시장 안은 더 낯설다. 오귀스트 로댕의 ‘키스’가 놓인 공간, 그 사이에서 실제 남녀가 몸을 맞댄 채 입을 맞춘다. 10대 1의 경쟁률을 거쳐 선발된 퍼포머들이다. 청동의 고정성과 인간의 유동성이 충돌하는 순간, 관객은 시선을 어디에 둘지 잠시 망설인다. 그러나 이는 자극을 위한 장면이 아니다. 조각의 개념을 관계로 확장하는 장치다.
이 장면은 리움미술관에서 3월 3일부터 열리는 티노 세갈(Tino Sehgal)의 국내 첫 개인전의 일부다. 이번 전시는 세갈과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의 오랜 교류를 바탕으로 성사됐다. 리움이 이어온 동시대 미술 담론 속에서 그의 작업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전시 사진 촬영은 허용되지 않는다. 전시 장면은 기사에도 게재할 수 없다. 도록과 월텍스트도 없다. 기록 대신 관람객의 기억이 남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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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티노 세갈(Tino Seghal) 작가와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이 25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국내 첫 개인전 언론공개회를 하고 있다. 2026.02.25. [email protected] |
◆개인전이면서 동시에 미술관 전시
“이 전시는 함께하는 게임입니다.”
25일 리움 전시장에서 만난 세갈은 “리움 컬렉션과 함께 작업을 보여주는 것이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제 작업을 독립적으로 제시하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조각과 회화 속에서 관계를 만드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개인전이면서 동시에 미술관 전시입니다.”
전시는 리움 소장 조각 26점과 함께 구성됐다. 로댕을 비롯해 알베르토 자코메티, 안토니 곰리, 솔 르윗 등의 작품과 세갈의 ‘구성된 상황(Constructed Situations)’이 병치되며 구상에서 추상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형성한다.
◆산업사회 이후의 질문
세갈의 작업은 산업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제가 자란 독일의 도시는 공장과 생산 시설이 눈에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산업사회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일상의 풍경이었습니다.”
자원 채굴과 생산 중심의 삶이 생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느꼈다는 그는 “그렇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작업의 시작이었다고 설명했다.
“뮤지엄은 장기적인 사유의 공간입니다. 오브제를 담는 장소이기도 하죠. 그렇다면 그 안에서 오브제 대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는 이를 ‘탈생산(de-production)’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오브제를 거부하는 선언이 아니라, 다른 가치 체계를 실험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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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티노 세갈(Tino Seghal) 작가가 25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국내 첫 개인전 언론공개회를 하고 있다. 작가 세갈은 ‘물질적 대상이 없는 예술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를 화두로, 예술을 자본주의적 생상 방식에서 분리하여 기록이나 물질적 오브제도 생산하지 않는 비물질적인 가치의 독창적인 시각 작업을 하고 있다. 2026.02.25. [email protected] |
◆“우리는 모던할 필요가 없다”
세갈은 조각과 살아 움직이는 퍼포머를 병치한 이번 전시에 대해, 이를 조각의 확장이나 해체로 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그가 강조한 것은 ‘지속성’이다.
“모던함은 파열을 만들어내는 태도로 이해되지만, 그것은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일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우리가 가진 것을 지속하는 것입니다.”
그는 동시대 미술을 단절의 선언이 아닌 “지속의 게임”이라고 표현했다.
◆시간 기반 예술, 관계의 사회
세갈은 자신의 작업이 오늘날 사회 구조와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사물 중심의 사회에서 관계 중심의 사회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경제 역시 제품 기반이 아니라 과정·서비스·창조 기반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는 시간 기반 예술이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20세기의 앤디 워홀이나 미니멀리즘은 산업사회를 훌륭하게 반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브릴로 박스’ 같은 작품이 성립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예술가는 자기 시대를 역사화하는 존재이며, 그 방식 또한 시대에 부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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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티노 세갈(Tino Seghal) 작가가 25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국내 첫 개인전 언론공개회를 하고 있다. 작가 세갈은 ‘물질적 대상이 없는 예술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를 화두로, 예술을 자본주의적 생상 방식에서 분리하여 기록이나 물질적 오브제도 생산하지 않는 비물질적인 가치의 독창적인 시각 작업을 하고 있다. 2026.02.25. [email protected] |
◆기록을 거부하는 원칙
1976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현재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갈은 정치경제학과 현대무용을 전공했다. 예술을 자본주의적 생산 방식에서 분리해 비물질적 가치로 전환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2000년대 초 ‘20세기를 위한 20분’(2000)을 통해 무용과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을 시작했고, ‘This is Propaganda’(2002), ‘This is New’(2003) 등 ‘This’ 시리즈로 관객의 참여와 대화를 미술관 제도 안으로 끌어들였다.
2012년 런던 테이트 모던 터바인 홀에서는 수십 명의 ‘해석자’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규모 퍼포먼스 ⟨These Associations⟩를 선보였다. 이 작업은 2013년 제55회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수상과 터너상 최종 후보 선정으로 이어지며, 세갈을 동시대 미술의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그는 미술관 내부를 넘어 정원과 주변 공간까지 전시장으로 확장해 왔다. 해석자들이 정원 곳곳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관람객에게 말을 건네며, 미술관의 인공적 구조를 넘어 자연과 인간, 예술이 교차하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이는 세갈이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현존’의 가치가 건축적 공간을 넘어 생태적 맥락으로 확장됐음을 보여준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
세갈의 작업은 인간의 신체와 언어, 상호작용으로 구성된다.
“제 작업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간에서 일어납니다. 사람들이 서로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작업입니다.”
그는 “이 리움 전시장은 극장보다 더 유용했다”고 말했다. 극장이 무대와 관객을 분리한다면, 미술관은 관람객을 상황 안으로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디지털 기록을 추구하는 현대적 충동에 저항하며, 세갈은 관람객이 휴대전화와 카메라를 내려놓고 현재의 순간에 머물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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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티노 세갈(Tino Seghal) 작가가 25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국내 첫 개인전 언론공개회를 하고 있다. 작가 세갈은 ‘물질적 대상이 없는 예술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를 화두로, 예술을 자본주의적 생상 방식에서 분리하여 기록이나 물질적 오브제도 생산하지 않는 비물질적인 가치의 독창적인 시각 작업을 하고 있다. 2026.02.25. [email protected] |
세갈은 리움이 최근 선보여온 전시 흐름 속에서 이번 개인전이 이어진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유럽과 미국에서 진행되는 담론과 맞닿아 있는 전시들이 한국에서 연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그 흐름 속에 참여하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 미술계의 현재를 “아주 흥미로운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모든 나라가 지금과 같은 역동성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의 문화적 에너지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한국 관객에 대해서도 “구성된 미술(퍼포먼스)에 대해 상당히 개방적이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술을 “함께하는 게임”에 비유하며, “정해진 의미를 전달하는 방식만이 예술은 아니다”라며 틀을 깬 전시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번 전시에서 남는 것은 오브제가 아니라 경험이다.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세갈은 사라지는 상황 속에서 산업사회 이후 미술의 형식을 실험한다. 물질 중심의 시대에 그는 비물질적 실천을 통해, 기억 속에서만 지속되는 또 다른 영속성을 제안한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관람은 리움미술관 웹사이트를 통해 예약 가능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