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인왕제색도' 등 ‘이건희 기증품’ 330점 첫 해외 순회전…워싱턴서 개막
2025.11.14
美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서 내년 2월1일까지 개최
40여 년 만에 열리는 최대 규모 한국문화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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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회장 기증품, 국보 인왕제색도.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정선의 ‘인왕제색도’부터 김환기와 박수근까지, 한국미술의 정수가 워싱턴 D.C.에 상륙했다. 이건희 컬렉션을 포함한 순회전 ‘한국의 보물’은 워싱턴에서 출발해 시카고와 런던으로 이어지며, 한국문화의 뿌리가 세계 미술관 지도 위에 새로운 궤적을 그리기 시작한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유홍준)과 국립현대미술관(관장 김성희)은 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기증품의 첫 국외 순회전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Korean Treasures: Collected, Cherished, Shared)’를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개막한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172건 297점(국보 7건, 보물 15건 포함)과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근·현대미술 24점을 아우르며 총 33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정선의 국보 ‘인왕제색도’가 미국에서 처음 공개된다.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은 스미스소니언 산하 기관으로, 미국에서 가장 먼저 한국미술을 소개한 곳이라는 점에서 이번 전시의 출발지로 상징성이 크다. 박물관 측은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 업무 중지로 개막을 한 차례 연기했으나, 지난 12일 업무 재개와 함께 정상 개막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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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승, 붉은 원피스의 여인, 1965년, 91x74cm, 국립현대미술관 *재판매 및 DB 금지 |
◆ “어느 수집가의 초대”, 세계로 확장
2021년 이건희 회장 유족이 기증한 2만여 점의 소장품은 지난 4년간 국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는 전국 순회 누적 116만 명, 국립현대미술관의 이건희컬렉션 전시는 146만 명이 관람했다. 두 기관 합산 262만 명이 기증품을 찾았다.
이번 해외 순회전은 이러한 국민적 성원에 힘입어 기획됐으며, 워싱턴을 시작으로 시카고(2025.3~7), 런던 영국박물관(2025.9~2027.1)으로 이어진다.
◆한국미술 1700년을 가로지르는 10개 섹션
전시는 고려청자·조선백자 등 도자기, 삼국시대 금동불, 고려 사경, 조선 서화, 왕실미술, 근현대 회화까지 한국미술의 창의성과 기술, 미학을 총망라한다.
정선 ‘인왕제색도’, 김홍도 ‘추성부도’, '월인석보', 조선 책가도, 고려 '대방광불화엄경', 김환기 ‘산울림’, 박수근 ‘농악’ 등 대표작이 대거 포함됐다.
근현대 부문에서는 한국화·조각의 재해석, 20세기 격동기를 반영한 실험적 회화, 여성 작가 작업 등 한국 동시대 미술의 확장과 다양성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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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용신, 노부인초상, 1932, 98x56cm, 국립현대미술관 *재판매 및 DB 금지 |
◆워싱턴→시카고→런던…K-컬처의 뿌리를 세계로
이번 전시는 한국실 지원사업의 성과이기도 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22년 시카고박물관, 2023년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과 한국실 협약을 체결했고, 이후 순회전이 추진됐다. 각 전시관에는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가 파견돼 안전한 전시 운영을 돕는다.
전시와 연계해 인왕제색도 부채·조명, 고려청자·달항아리 키링 등 인기 문화상품 ‘뮷즈’도 함께 소개된다. 내년 1월에는 한국미술과 수집을 주제로 한 국제 심포지엄도 열릴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내년 2월 1일 폐막 후, 워싱턴 D.C.를 떠나 미국 중서부 지역의 중심지, 시카고로 이동하여 3월 7일부터 7월 5일까지 시카고박물관(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다시 열린다.
이후 전시는 대서양을 건너 영국 런던의 영국박물관(British Museum)으로 이동해 9월 10일부터 2027년 1월 10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워싱턴 D.C에서 시작된 이번 전시가 시카고와 런던으로 이어지며, K-컬쳐의 원류로서 한국문화의 창의성과 예술성이 전 세계인들에게 널리 전달되기를 기대한다”며, “이번 전시는 문화유산을 통해 한국의 역사와 정신, 시대를 초월한 미적 가치가 세계인과 소통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한국의 문화와 미술이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도, 역사적 다양성과 혼성성을 포용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뜻깊은 전시”라며,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두 국가기관이 힘을 합쳐 워싱턴 D.C.와 시카고에 이어 런던까지 한국 문화예술을 해외 곳곳으로 펼쳐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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