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장영혜중공업 vs. 홍진훤 예술의 펀치…“중간 지대는 없다”
2025.08.14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025 타이틀 매치
8년 만의 귀환 vs. 사진가 첫 대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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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혜중공업, 〈침묵의 쿠데타〉, 2025, 오리지널 텍스트와 음악 사운드트랙, 백그라운드 비디오, 단채널 비디오, 컬러, 10 분 47 초 2025 타이틀 매치 '장영혜중공업 vs. 홍진훤: 중간 지대는 없다' 커미션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관의 연례 대진표 ‘타이틀 매치’가 돌아왔다. 올해 12번째 링 위에 오른 건, 8년 만에 한국 대규모 전시로 복귀한 장영혜중공업과 첫 미술관 대형전을 여는 홍진훤이다.
전시 제목은 ‘중간 지대는 없다’. 사회의 틈과 균열, 그리고 거기서 피어나는 정치적 행위의 가능성을 두 작가가 각자 다른 무기와 문법으로 맞붙인다. 전시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전시실 1~4실에서 펼쳐진다.
장영혜와 마크 보쥬로 구성된 장영혜중공업은 리드미컬한 음악에 활자 화면을 채우는 영상 작업으로 국제 무대에서 이름을 쌓았다. 2018년 홍콩 M+ 미술관이 ‘앞으로 생산될 모든 작업’까지 통째로 소장하겠다고 선언하며 화제를 모았던 바로 그 팀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실험은 민주주의다. 파시즘은 제어다”라는 강렬한 문장을 깃발 삼아 신작 7점을 들고 나왔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관객의 동선마저 제어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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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훤, <랜덤 포레스트 2025〉, 2025, 시트지에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가변크기(114) 2025 타이틀 매치 '장영혜중공업 vs. 홍진훤: 중간 지대는 없다'커미션 *재판매 및 DB 금지 |
반대 코너에는 전직 외신기자 출신의 사진가 홍진훤이 선다. “사진은 세계를 내란만큼 각성시킬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품은 그는, 현장에서 찍은 사진과 수집 이미지를 총 114점의 시퀀스로 배열한 '랜덤 포레스트 2025'를 비롯해 신작 4점, 구작 2점을 내놓았다. 과거 사건을 현재로 소환해 이미지가 가진 사건화의 힘을 실험한다.
‘중간 지대는 없다’는 전시 제목은 루소의 '사회계약론'에서 빌린 문장. 그러나 이번 전시는 흑백논리나 양자택일의 극단이 아닌, 다수가 불화하는 역동적인 상황에 주목한다. 주어진 상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힘이야말로 예술이 사회에 개입하는 첫 번째 발걸음이라는 메시지다.
유은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를 렇게 설명한다.
“사회 구성원의 복합적인 이해관계가 모두 합의되고 매끈하게 연결된 공동체를 만드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라는 이상을 끊임없이 들으며 살아가지만, 현실은 갈등과 균열 속에서 작동하죠. 이번 전시는 분열이 봉합된 상태가 아니라, 공동체 내부에서 발생하는 정치적 불화의 순간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예술이 그 틈에서 어떻게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열어가는지 탐색합니다.”
전시는 11월 2일까지 무료로, 예약 없이 관람 가능하다. 다만 이번 링 위에는 심판도, 안전지대도 없다. 어느 쪽 펀치를 맞을지는, 당신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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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