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윤범모 대표 “광주정신 담는 비엔날레로…지역문화 활성화·후원회 조직 추진”
2025.07.28
서울서 광주비엔날레 대표 취임 간담회 개최
"30년 역사 아카이브 추진 상설관 마련할 것"
광주디자인비엔날레 8월 개막…새 체체 첫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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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윤범모 광주비엔날레 신임 대표이사가 28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취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07.28. [email protected]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광주비엔날레 30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30년을 새롭게 써야 합니다.”
윤범모(74)광주비엔날레 대표는 28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광주비엔날레는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행사로 자리매김했고, 국제 무대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시점”이라며 “비엔날레 창설 이후 30년 만에 다시 돌아오게 돼, 이를 이끌어갈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다”고 밝혔다.
1995년 광주비엔날레 창립 당시 집행위원으로 참여했던 윤 대표는 지난 17일 이사회 승인과 18일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으로부터 임명장을 수여받고 공식 행보에 돌입했다.
윤 대표는 “이제는 광주비엔날레가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봐야 할 시기”라며 “세계 어느 도시도 ‘정신’을 내세운 비엔날레는 없다. 광주비엔날레야말로 ‘광주 정신’을 예술적으로 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많고 많은 비엔날레 중 하나가 아니라, 성격 있는 비엔날레여야”
윤 대표는 광주비엔날레가 단순한 반복형 전시를 넘어, 정체성을 지닌 차별화된 비엔날레로 거듭나야 한다며 네 가지 중점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정체성 구축 ▲전문성과 대중성의 균형 ▲지역문화 활성화 ▲후원회 조직을 주요 키워드로 제시했다.
정체성 구축과 관련해 그는 “그동안은 비엔날레 문화 정착과 국제 진입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우리 미술문화의 정체성에 방점을 찍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대중문화 중심의 한류를 넘어, 미술한류도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광주비엔날레를 ‘성격 있는 비엔날레’, ‘미술담론의 생산기지’로 발전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표는 2015년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 《달콤한 이슬, 1980 그 후》를 기획한 경험을 언급하며 “그 전시의 취지를 더욱 확대하고 심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비엔날레의 전문성과 대중성의 조화도 강조했다. “비엔날레는 박물관처럼 역사를 정리하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미술문화를 실험하는 공간”이라며 “‘소수 전문가의 잔치’가 아닌, 이웃과 함께하는 열린 비엔날레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역 작가와의 동반 성장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광주비엔날레는 지역 문화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며 “지역 작가들이 단지 참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엔날레의 언어와 구조를 함께 만드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지역 예술인들과 간담회, 워크숍 등을 통해 비엔날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윤 대표는 전국 단위 후원회 조직을 통한 재정 기반 확충도 추진할 계획이다.
“좋은 기획이 있어도 실행할 예산과 인력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며 “광주를 넘어 전국 차원의 민간·기업 후원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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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윤범모 광주비엔날레 신임 대표이사가 28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취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07.28. [email protected] |
◆“전시만이 아니다… 비엔날레는 연중 작동 중”
2026년 광주비엔날레 본행사는 싱가포르 출신 작가 겸 큐레이터 호추니엔(Ho Tzu Nyen)이 예술감독을 맡아 추진 중이다.
그에 앞서 오는 8월 30일부터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너라는 세계: 디자인은 어떻게 인간을 끌어안는가’를 주제로 65일간 열린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올해부터 디자인비엔날레 운영도 함께 맡고 있다.
윤 대표는 “디자인비엔날레는 새 체제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면서 "광주비엔날레는 전시 외에도 국제 큐레이터 코스, 도슨트 프로그램, 작가 탐방 프로그램 등을 연중 운영하며 교육·교류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국제 큐레이터 코스프로그램에는 47개국 198명이 지원했으며, 도슨트 공모 경쟁률도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9월부터는 광주의 장소성과 역사를 예술적으로 해석하는 ‘다크투어리즘’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도 시작될 예정이다.
◆ “예술기관장은 백조 같다… 새로운 초석을 놓겠다”
“예술기관장은 백조와 같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우아하지만, 물 아래에선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죠.”
윤 대표는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시절 연간 700억 원의 예산과 대규모 조직을 이끌었다. 이에 비해 “현재 광주비엔날레는 정규직 20여 명 포함 총 50여 명 규모이며, 예산은 약 100억 원 수준”이라며 “현실적 여건 차이가 크고, 민간 협력과 후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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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조감도. (사진=광주시청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윤 대표는 30년의 비엔날레 역사를 재정비하는 작업도 추진한다. “말만 30년이지, 그동안 체계적인 기록이 부족했습니다. 자료 수집과 연구, DB화를 통한 아카이브를 만들고 실물을 볼 수 있는 상설 전시 공간도 마련하겠습니다.”
광주비엔날레는 현재 신규 전시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현 주차장 부지(북구 매곡동 400번지 일원)에 총 1182억 원이 투입되며, 3만4925㎡ 규모에 전시관(2만2776㎡), 주차장(9500㎡) 등이 들어선다. 착공은 내년 예정이며, 완공은 2027년 목표, 전체 사업은 2030년까지 계획돼 있다.
윤범모 대표는 “임기 3년 동안 지난 30년 위에 새로운 30년의 초석 하나라도 놓고 가고 싶다”며 “광주의 예술과 정신을 잘 이끌어내어 언젠가 광주 명예시민증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웃으며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