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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가 간식인가…86억 바나나, 이번엔 프랑스서 먹혔다

2025.07.23

카텔란의 '코미디언', 퐁피두-메츠 미술관 전시

서울·마이애미 이어 네 번째 섭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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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이탈리아 출신 작가 카텔란의 코미디어 바나다. 2023.01.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프랑스 퐁피두-메츠 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던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의 설치작품 'Comedian'이 또 한 번 ‘먹혔다’.

지난 21일(현지시각)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한 관광객이 벽에 테이프로 붙어 있던 바나나를 꺼내 먹었고, 미술관 측은 즉시 해당 작품을 복원했다.

벽에 덕트테이프로 고정된 생바나나 하나. 그 유명한 ‘6.2400만 달러짜리 바나나’는 이번에도 관람객의 위장 속으로 사라졌다.

작가 카텔란은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과육만 먹고, 껍질과 테이프는 남겼다는 점이 아쉽다”며 “그 모든 요소가 작품의 일부였다”고 밝혔다.

미술관 측은 성명을 통해 “'코미디언'은 작가 지침에 따라 정기적으로 바나나를 교체하고 있으며, 이번 사건은 절차에 따라 수분 내 재설치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0년간 미술계에서 가장 많이 먹힌 작품일지도 모른다”는 자조 섞인 농담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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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AP/뉴시스] 프랑스의 갤러리 소유주 에마뉘엘 페로탕이 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트바젤 마이애미'에서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미디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12만 달러에 팔린 이 작품은 7일 미국 행위예술가 데이비드 다투나가 전시장에 붙어있던 바나나를 떼어 먹어버리는 퍼포먼스를 벌인 이후 더 유명해졌다. 2019.12.09

◆ 바나나는 서울에서도 먹혔다
이번 프랑스 사건은 '코미디언'이 공개된 이후 네 번째 섭취 사건이다.

2019년 마이애미 아트바젤: 바나나는 12만 달러(약 1억 6500만 원)에 판매됐고, 퍼포먼스 아티스트 데이비드 다투나(David Datuna)가 “배고파서 먹었다”며 공개 섭취했다.

2023년 서울 리움미술관: 카텔란 회고전에서 한국 미술대학생이 바나나를 먹는 퍼포먼스를 벌였고, “작품에 대한 반응”이라 해명했다. 미술관은 곧장 작품을 교체했다.

2024년 11월: 중국계 암호화폐 플랫폼 창립자 저스틴 선(Justin Sun)이 작품을 624만 달러(한화 약 86억 원)에 인수한 뒤, 카메라 앞에서 바나나를 직접 먹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2025년 프랑스 퐁피두-메츠: 7월 12일, 한 관광객이 과육만 먹은 사건 발생. 미술관은 “작품 훼손 아님”으로 판단하고 재설치됐다.

◆먹히는 예술, 사라지는 바나나
'코미디언'은 일상적인 바나나에 억 단위 가격이 매겨지는 미술 시장의 아이러니를 드러내는 개념미술이다.

작가 인증서만 부여되면 그것은 ‘예술’로 거래될 수 있고, 그 현실이 바로 카텔란의 비판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 바나나는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예술과 소비, 감상과 개입, 작품과 행위 사이의 경계를 끊임없이 건드리는 상징이 되었다.

그리고 매번 먹힐 때마다, 예술은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예술은 소비되는가? 아니면, 그 소비 자체가 예술인가?

카텔란은 웃는다. 그리고 또 한 번 덕트테이프를 꺼낸다.

예술은 다시 벽에 붙는다.

그리고 또다시, 누군가의 배 속으로 사라질 날을 기다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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