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PKM, 구현모 4년 만의 개인전…‘생각의 캐비닛’ 열린 감각
2025.06.17
나무 조각 행잉·스탠딩·페인팅 등 28점 전시
30년 만에 세라믹 조각 작업 첫 공개
![]() |
[사진=박현주미술전문기자] 구현모 작가가 나무 같은 브론즈 모빌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2025.06.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섬세한 미감의 끝판왕' 구현모(51)작가가 4년 만에 선보이는 개인전 'Echoes from the Cabinet'은 감각에서 비롯된 사유가 조형 언어로 번역되고, 다시 관람자의 내면으로 되돌아오는 ‘질문들의 메아리’로 가득하다.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18일부터 열리는 이번 전시는 조각, 회화, 세라믹 등 총 28점의 신작을 통해 자연과 인공, 감성과 이성, 기억과 현재의 경계를 넘나드는 감각적 사유의 공간을 펼쳐 보인다.
전시 제목 ‘Echoes from the Cabinet’은 기억과 감각이 저장된 공간, 즉 ‘생각의 캐비닛’에서 출발한다.
구현모는 “이번 작업은 내 ‘생각의 캐비닛’에서 꺼내온 감각의 메아리를 시각적으로 울리는 행위”라고 말한다. 그의 생각은 울림이 되고, 그 울림은 관람자의 내면에서 다시 질문으로 되돌아오며, 작품과 관객 사이에 순환하는 메아리를 만든다.
작가는 그간 조각, 회화, 브론즈 캐스팅, 우레탄 폼 등 다양한 재료를 넘나들며 작업해왔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처음으로 세라믹 조각에 도전했다. 홍익대 도예과 졸업 이후 30년 만에 다시 손에 쥔 세라믹은 그의 손을 거쳐 전통을 넘어서 감각적인 조형 언어로 새롭게 재해석됐다.
“세라믹의 전통적인 방식에 대한 선입견도 있었지만, 막상 해보니 거기엔 또 다른 자유가 있더군요. 생활도자에 국한되지 않은, 진짜 조각으로서의 세라믹을 하고 싶었어요.”
![]() |
PKM갤러리 구현모 개인전 전시 전경. Installation view of Echoes from the Cabinet at PKM+ *재판매 및 DB 금지 |
전시장에 들어서면 벽면을 따라 설치된 세라믹 조각 연작과 평면 작업들이 관객을 맞고, 공중에 매달린 행잉 조각과 바닥에 놓인 스탠딩 조각들이 그 흐름을 잇는다. 공중 조각은 금속과 자연물, 무게감과 부유함의 경계를 흐리며 공기의 흐름을 시각화하고, 세라믹 조각은 밀도 있는 재료감과 유려한 곡선 구조를 통해 긴장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형태를 드러낸다.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흐리는 작업은 "나무는 왜 아름다울까?"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구현모는 “자연은 그 자체로 정교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자연이란 것도 사실은 인간의 해석일 뿐이죠. 인공적인 재료를 자연스럽게 보이게, 혹은 그 반대로 만들며 경계를 무너뜨리고 싶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 |
구현모 개인전 전시 전경. Installation view of Echoes from the Cabinet at PKM+ *재판매 및 DB 금지 |
특히 눈길을 끄는 스탠딩 조각은 각목 하나하나를 조각보처럼 이어 붙여 완성한 작품이다. 손으로 깎아낸 가느다란 조형물은 중심을 잃지 않으면서도 흔들리는 구조 속에 인간적인 빈틈과 조형적 긴장을 담아낸다.
박경미 PKM갤러리 대표는 “자코메티처럼 앙상하면서도 존재감이 강한 조각들”이라며, “관객이 걷는 동안 낱개의 작업들이 장면처럼 연결돼 흐름을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 |
구현모 개인전 전경. Installation view of Echoes from the Cabinet at PKM+ *재판매 및 DB 금지 |
![]() |
Installation view of Echoes from the Cabinet at PKM+ *재판매 및 DB 금지 |
구현모는 홍익대학교 도예과와 독일 드레스덴 예술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마틴 호너트 교수 아래에서 마이스터슐러 학위를 받았다. 베를린, 드레스덴, 라이프치히 등지에서 활동했으며, 아르코미술관, 뮤지엄 산, 성곡미술관, 아트센터 나비 등 국내 주요 기관 전시에 참여했다. 2009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 미술상을 수상했고, 작품은 드레스덴 국립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자연이면서 인공이고, 조각이면서 회화이며, 기억이면서 질문인 것들. 구현모의 이번 전시는 그 모든 경계에서 감각의 메아리를 퍼뜨린다. 작가는 “작품 하나하나가 주장하는 게 아니라, 같은 감각이나 질문이 있다면 관객과 나누며 함께 깊이 생각하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에코는 결국 메아리, 울림이지 않나요. 한쪽에서 질문이 던져지고, 대답이 돌아오고, 또다시 질문이 이어지는 그 울림 자체가 이 전시의 내용입니다.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전시가 아니라, 주고받는 울림 속에서 관객과 작품이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감성이나 생각이 생겨나길 바랍니다.” 전시는 7월 19일까지. 관람은 무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