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천성명, 조각을 넘어 '색의 세계'로…9년 만의 귀환

2025.04.30

춘천 이상원미술관서 개인전 '그리고'

50~150호 회화 28점·설치작품 3점 전시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9년 만에 돌아온 천성명(54)은 조각 대신 색을 들었다. 거칠게 몸을 밀어붙이던 예전 조각의 긴장감은 사라져 낯설게 다가온다.

강원도 춘천시 이상원미술관(관장 이승형)에서 25일 개막한 천정명 개인전 '그리고'는 파격 변신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자화상을 담은 강렬한 조각 작품으로 주목받았던 천성명은 2016년 이후 긴 침묵기를 거쳤다. 이번 전시는 9년 만의 귀환이자, 조각을 넘어 평면으로 확장한 작업의 첫 공개다.

associate_pic
천성명 개인전  전시 전경_이상원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장에는 줄무늬 패턴이 반복되는 평면 회화와 설치 작업이 어우러진다. 살색빛 핑크, 초록과 파랑이 섞인 청색, 연노랑 등은 직관적으로 선택된 색상들이다. 천성명은 "급속한 변화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응답"으로 단순한 반복과 패턴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8m 높이의 전시 공간을 활용해 바닥을 핑크색 패널로 뒤덮은 설치작업은 시각적 체험을 선사한다. 이 작품은 벽에 걸린 회화처럼 한눈에 조망할 수 없고, 관객이 직접 걸어 다니며 체험해야 완성된다. 작가는 "이제 예술은 작품을 넘어 삶의 방식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말한다.

associate_pic
천성명 개인전 [그리고]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조각의 집요함, 불안한 자아의 감정선, 그 거친 감촉과 서사가 강렬했던 조각과는 다른 회화는 너무 조용하게 정리되어 있는 분위기다.  과거 작업이 '감정의 덩어리'였다면, 이번 신작은 '감정의 그림자'같은 분위기다.

조각이 '몸'으로 밀고 들어왔다면, 지금 회화는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시선 같다. 진화인지, 물러섬인지도 구분되지 않을 정도여서 조각가 천성명의 다른 면모다.

associate_pic
천성명 개인전 [그리고] 전시 전경_이상원미술관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천성명은 경희대, 이화여대 등에서 18년간 강의하며 조각과 설치, 퍼포먼스를 넘나드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대표 연작으로는 '그림자를 삼키다', '부조리한 덩어리' 등이 있다. 2007년 김세중 청년 조각상을 수상했다. 2011년에는 미국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The Kitchen' 무대에서 안무가 딘 모스(Dean Moss)와 공동 연출한 퍼포먼스를 발표하기도 했다.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캔버스 작업에 돌입, 평면의 언어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확장해왔다. 전시는 11월 2일까지 이어진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천성명, 그림자를 삼키다 Swallowing the Shadow 2008 합성수지, 아크릴릭 채색 FRP, acrylic  102 x 25 x 32cm. 사진=서울대미술관, 2020.5.07.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보기

화랑협회, 'EXPO 시카고'서 선전…"Kiaf 세계화 신호탄"

원서동 '인미공', 마지막 인사…25년 여정 '그런 공간' 전시

국내 미술시장, 1분기 낙찰총액 31.8% 급감…고가 거래 '실종'

KAIST 미술관 "반 고흐·사이 톰블리 명작 감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