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멈췄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김호웅의 '문섬 이야기'

2026.08.12

사진전 '바다가 좋은 사람, 김호웅의 문섬이야기'

19~24일 서울 갤러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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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바다가 좋은 사람, 김호웅의 문섬이야기' (사진=김호웅 제공) 2026.08.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제주 문섬의 바닷속에는 작은 생명들이 쉼 없이 움직인다. 물결을 따라 흔들리고, 빛을 받아 반짝이고, 또 어느 순간 사라진다. 30여 년간 사진기자로 활동한 사진가 김호웅은 그 풍경을 오래 카메라에 담아왔다.

그에게 문섬은 조금 특별한 곳이다. 아내와 큰딸을 먼저 떠나보낸 뒤 멈춰버린 듯했던 삶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 곳이다.

김호웅은 오는 19~24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 인덱스에서 출판기념회와 사진전 '바다가 좋은 사람, 김호웅의 문섬이야기'를 연다. 책 '문섬 이야기'에는 그가 바다에서 마주한 생명과 빛, 그리고 그곳에서 보낸 시간이 글과 사진으로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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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산호. (사진=김호웅 제공) 2026.08.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가족을 떠나보낸 뒤 그는 한동안 삶의 이유를 찾지 못했다.

작가는 "시간은 흐르지만 삶은 멈췄다. 숨은 쉬고 있지만 살아가는 이유를 잃었다"며 "끝이 안 보이는 나락 속으로 빠져들었다.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가 다시 찾은 곳은 제주 문섬이었다. 물속에 들어가면 육지의 소음은 멀어지고 자신의 숨소리만 남았다.

"물속에 몸을 맡기자 세상의 소음이 사라져 갔다. 고요함 속에 오직 들리는 것은 나의 숨소리뿐이었다. 수심이 깊어지면서 마음속에 쌓였던 절망도 함께 가라앉는 듯했다."

바닷속에서는 수많은 생명이 태어나고 사라졌다. 물결에 흔들리는 생명 사이로 빛이 스며들었다. 그는 그 순간들을 한 장씩 카메라에 담았다. 그렇게 사진을 찍는 동안 자신에게 멈춰 있던 시간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중 촬영은 오랫동안 이어온 그의 작업이기도 하다. 언론사 재직 중인 1994년 대청호에서 국내 최초로 민물해파리를 취재·보도했고, 2022년에는 동해 양양 바닷속 인공어초의 사계절 변화를 기록해 한국보도사진전 은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제 그에게 바닷속을 찍는 일은 기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김호웅은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나의 삶을 붙잡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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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흑고리갯민숭달팽이. (사진=김호웅 제공) 2026.08.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문섬 이야기'에 담긴 사진 한 장 한 장에는 그렇게 다시 살아낸 하루가 남아 있다.

작가는 "(책 속) 사진들은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기록일지 모르지만 내게는 다시 살아낸 하루하루의 증거이며 삶의 원동력"이라며 "한 장의 사진 속에 그날의 슬픔을 담고, 그날의 아픔을 녹여내고, 다시 시작한 그날의 시간을 담아내려 했다"고 했다.

바다는 슬픔을 없애주지는 않았다. 대신 그 슬픔을 품은 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을 건넸다. 김호웅은 이제 자신이 바다에서 얻은 것을 다른 이들과 나누려 한다.

책과 사진전 수익금은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후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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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빨강별총산호. (사진=김호웅 제공) 2026.08.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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