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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간 '픽셀 스누피'· 움직이는 스마일…홍승혜 ‘이동 중’

2026.04.24

국제갤러리 부산서 3년 만의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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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혜 〈가족〉 2019 archival pigment print on paper, wood frame 55 x 40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움직인다는 건 살아 있다는 증거다.”

화면 속 사각 픽셀이 흔들리던 순간, 그의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이제 그 움직임은 화면을 벗어나 몸으로, 공간으로 번졌다.

24일 국제갤러리 부산이 홍승혜(70) 개인전 ‘이동 중(On the Move)’을 개막했다. 2023년 서울 전시 이후 3년 만이자 부산에서의 첫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30여 년간 천착해온 ‘움직임’의 계보를 압축한다. 디지털 픽셀에서 출발한 기하학적 이미지가 시간과 리듬을 얻고, 결국 신체와 공간으로 확장되는 과정이 한 자리에서 펼쳐진다.

영상을 중심으로 한 전시는 평면과 입체, 초기작부터 근작까지를 가로지르며 그 변화를 한눈에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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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우주로 간 스누피' 영상.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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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혜 〈우주로 간 스누피〉 2019 flash animation, garageband 2 min. 51 sec. Courtesy of the artist and Lotte Museum of Art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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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 박진희 기자 = 홍승혜 작가가 24일 부산 수영구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개인전 '이동 중(On the Move)'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디지털 세계로 진입한 이후 전개해온 기하학적 이미지의 움직임에 관한 보고서”라고 설명한다. 2026.04.24. [email protected]


홍승혜의 작업은 1997년 연작 ‘유기적 기하학’에서 시작됐다. 컴퓨터 화면의 최소 단위인 픽셀을 기반으로 한 단순한 도형들은 ‘실행 취소(undo)’ 과정에서 발생한 우연한 변화를 계기로 움직임을 획득했다. 정지된 이미지에 잠재된 운동성-그 미세한 떨림이 작가 작업의 출발점이었다.

이후 플래시 애니메이션 ‘더 센티멘탈 1’(2002)을 기점으로 이미지는 실제 시간성을 갖는다. ‘나의 개러지밴드’(2016)에서는 사운드에 맞춰 픽토그램이 안무되고, ‘연습’(2021)과 ‘사일런트 배틀’(2024)에 이르면 움직임은 작가의 신체로 직접 이행된다.

이번 전시에는 주요 영상 작업이 집약됐다. ‘우주로 간 스누피’(2019), ‘불빛’(2021), ‘움직이세요’(2022), ‘서치라이트’(2023), ‘표정 연습’(2025) 등이 포함된다. 단순한 도형은 반복과 리듬을 통해 의미를 변주하며, 이미지와 감정 사이를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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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혜 〈표정 연습〉 2025 animate, garageband 4 min. 16 sec.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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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국제갤러리 부산 홍승혜 개인전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홍승혜의 영상은 서사와 효과를 최소화한다. 느린 호흡으로 움직이는 기하학적 형태는 오히려 더 깊은 정서적 파장을 만든다. 이는 이미지를 “음표처럼 배열한다”는 작가의 방식과 맞닿아 있다. 화면은 더 이상 시각의 대상이 아니라, 리듬으로 작동한다.

홍승혜는 최근 범람하는 AI 이미지와의 차이를 ‘개입’에서 찾는다. 그는 “요즘은 결과를 랜덤에 맡기는 작업이 많지만, 제 작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개입해 조율한 결과”라며 “도형의 움직임, 음악, 리듬까지 모두 선택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감정 역시 우연이 아니다. “도형을 만든 것도, 움직인 것도, 음악도 전부 제가 한 것”이라며 “감정은 의도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디지털 작업이 차갑게 보였지만, AI 이미지가 범람하는 지금 그의 작업은 오히려 ‘따뜻한 영상’으로 감각된다.

움직임은 영상에 머물지 않는다. 평면 ‘유기적 기하학’(2014), 가변 조각 ‘액자형 부조’(2026), ‘벤치’(2023), ‘백스툴’(2023) 등으로 확장되며, 모니터 안의 이미지는 물리적 공간으로 번역된다. 관객은 이를 더 이상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신체로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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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혜 〈움직이세요〉 2022 animate, garageband 2 min. 51 sec.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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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 박진희 기자 = 홍승혜 작가가 24일 부산 수영구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개인전 '이동 중(On the Move)'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디지털 세계로 진입한 이후 전개해온 기하학적 이미지의 움직임에 관한 보고서”라고 설명한다. 2026.04.24. [email protected]


홍승혜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파리 국립미술학교를 졸업했다. 1997년 ‘유기적 기하학’ 연작을 시작으로 디지털 픽셀 기반의 조형 언어를 구축했으며, 최근에는 벡터 문법을 도입해 보다 유연한 이미지로 확장해왔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국제갤러리 ‘복선伏線을 넘어서 II’(2023), 일민미술관 ‘무대에 관하여’(2021),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점·선·면’(2016) 등이 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등 주요 기관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6월 14일까지 열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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