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K-헤리티지 아트전’ 정우성 대표 “장인의 집념을 세계로…美메트 전시 추진”
2025.10.23
창덕궁 낙선재 전시 후 포항서 ‘이음의 변주’
‘불과 철’ 주제로 22명 작가 70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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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뉴시스] 박진희 기자 = K-헤리티지 아트전 '이음의 변주‘ 참여작가 김대철 명인이 23일 경북 포항시 문화예술팩토리 아트갤러리에서 전시중이 '목엽천목사발'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10.23. [email protected] |
[포항=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 희열감은.”
도자 그릇 안에 뽕나무잎을 그대로 담아낸 김대철 명인은 대한민국 다기명인 제20호이자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사기장이다.
그가 만든 ‘오동나무잎 사발’은 불의 흔적과 자연의 결이 맞물린, 소멸을 통해 완성되는 예술이다.
1년에 단 한 점만 성공할 만큼 섬세한 작업으로, 잎맥 하나까지 살아 있는 그릇은 시간의 그림자이자 존재의 증명이다.
23일 포항 문화예술팩토리 아트갤러리에서 만난 김 명인은 "상주 일대에서 직접 채집한 오동나무잎을 유약 위에 올려 세 번의 고온 소성을 거쳐 완전 연소시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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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포항 문화예술팩토리 아트갤러리에서 열린 K헤리티지 아트전 이음의 변주전에 김대철 명인의 목엽천목사발이 전시되어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
잎은 불에 타 사라지지만, 그 자리에 남은 결이 유약 속에 스며들며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이는 단순히 잎을 인쇄하거나 프린트로 붙이는 방식이 아닌, 불완전 연소로 잎의 영양분과 질감을 그대로 남기는 목엽천목(木葉天目) 기법이다.
“온도도 중요하고, 불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성공률이 1년에 하나쯤 나올까 말까 합니다.”
김 명인은 이어 “당송대(唐宋代)에서 보였던 이 그릇은 현대에는 사라졌지만, 2017년 제작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전통의 계보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이 기술은 잎을 도자 위에 새기는 대신, 불로써 지우며 남기는 조형이다. 자연과 불, 그리고 인간의 손이 공존하는 그의 작업은 국내보다 오히려 중국에서 먼저 존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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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국헤리티지문화재단과 세이버스코리아는 23일 경북 포항시 문화예술팩토리 아트갤러리에서 K-헤리티지 아트전 '이음의 변주‘ 기자간담회를 갖고 주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포항의 정체성인 불과 철을 바탕으로 전통 공예와 현대 미술이 어울어진 다양한 장르의 작품 70여 점을 소개한다. 전시는 11월 7일까지. 2025.10.23. [email protected] |
◆창덕궁→포항으로…K-헤리티지 아트전 '이음의 변주'
케데헌(K-Declaration of Heritage) 열풍으로 한국 전통문화가 새롭게 주목받는 가운데, ‘K-헤리티지 아트전(Korean Heritage Art Exhibition)’이 그 중심에 섰다.
2023년 창덕궁 낙선재에서 ‘낙선재遊_이음의 합’으로 첫 선을 보인 이 전시는 이후 대전 소대헌·호연재 고택 등에서 성공적으로 이어졌다. 지난 9월 프리즈 서울 기간 창덕궁 낙선재 전시를 거쳐 이번에는 포항으로 무대를 옮겨 ‘이음의 변주’로 확장됐다.
세이버스코리아(대표 정우성)는 재단법인 한국헤리티지문화재단(대표 신동훈)과 함께 오는 11월 7일까지 포항문화예술팩토리 아트갤러리에서 ‘K-헤리티지 아트전: 이음의 변주’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포항의 지역적 정체성인 ‘불과 철’을 바탕으로 전통 공예와 현대 미술이 만나는 지점을 탐색한다. 문체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주관하는 '지역 전시 활성화'사업의 하나로 포항문화재단과 빙그레가 후원한다.
참여 작가들의 장인정신이 깃든 빛, 금속의 울림, 불꽃의 흔적은 과거와 현재, 장인과 현대 예술가, 지역과 세계를 잇는 예술적 변주로 재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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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국헤리티지문화재단과 세이버스코리아는 23일 경북 포항시 문화예술팩토리 아트갤러리에서 K-헤리티지 아트전 '이음의 변주‘ 기자간담회를 갖고 참여 작가 김시영의 흑자를 선보이고 있다. 2025.10.23. [email protected] |
총 22명의 작가가 참여해 공예·회화·조각·설치 등 7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며, 무형유산 장인들의 정밀한 기법과 현대 작가들의 감각적 해석이 조화를 이룬다.
전통 사경 작가 김경미, 다기명인 김대철, 유기 제작 장인 김선익, 국가무형문화재 제60호 장도장 이수자 박건영, 박남중, 장도장 보유자 박종군, 입사장 전승교육사 송경란, 궁시장 기능보유자 유세현, 소목장 기능보유자 조복래, 소반장 이수자 김영민, 흑자 작가 김시영, 현대미술가 김자인·사공숙·스톤킴·신한철·오유경·전강옥·최성임·홍성환 작가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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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조복래 소목장 기능 보유자의 책장. 1979년부터 40여 년간 전통 목가구 제작에 전념해왔다.국내 목재를 활용하며, 못을 사용하지 않는 구조와 자연 건조 과정을 통해 가구 본연의 아름다움과 내구성을 구현한다 *재판매 및 DB 금지 |
◆시간의 미학 – 조복래와 조현영
조복래 장인의 ‘느티나무 장’은 시간의 미학이 담긴 아름다움을 뽐낸다. 조 장인은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29호 소목장 기능보유자로, 40년간 전통 목가구 제작해 전념해온 나무 부자다.
전시장에서 만난 조복래 장인의 아들인 조현영 작가는 “흙으로 돌아갈 나무를 나무의 문양만으로 미학을 완성한다”며 "700~1000년 된 느티 고목을 다시 말리기를 10년, 그 속이 비고 눌린 결을 세워 장으로 되살린다"고 전했다.
아름다운 집념이 만든 책장은 그야말로 '시간이 만든 조각, 존재가 남긴 장'이다. 목재가 지닌 본래의 결만으로 조형미를 완성한 그의 가구는 기능의 틀을 넘어섰다. 그 정신은 아들 조현영에게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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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뉴시스] 박진희 기자 = K-헤리티지 아트전 '이음의 변주‘ 참여작가 조현영(경남 무형문화재 소목장 이수자)이 23일 경북 포항시 문화예술팩토리 아트갤러리에서 전시중이 '책장'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10.23. [email protected] |
조복래 소목장의 대를 잇는 조현영은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출신으로, 사방탁자·소반·서안·나비장 등 전통 가구의 구조미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새로운 미감을 선보인다.
나무의 결이 살아 숨 쉬는 그의 작품은 전통과 모던, 기능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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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헤리티지 아트전을 기획한 정우성 세이버스코리아 대표(왼쪽)와 한국헤리티지문화재단 신동훈 대표. *재판매 및 DB 금지 |
◆‘K-헤리티지'법고창신, 그리고 세계로
‘K-헤리티지 아트전’을 기획한 정우성 세이버스코리아 대표는 “무형문화재 장인들이 설 수 있는 생태계를 키우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이들의 시간과 땀, 그리고 기술이 작품 속에 녹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K-헤리티지 아트전’은 단순히 공예를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라, 장인들의 생애와 기술이 예술로 증명되는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홍보맨 출신으로, 2020년 전통문화의 현대적 계승과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실천하는 사회적 기업 세이버스코리아를 설립했다.
2023년부터 ‘K-헤리티지 아트전’을 기획·운영하며 묵묵히 작업하는 장인들의 판로를 넓히는 일에 힘써왔다.
“내년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전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K-헤리티지’의 이름으로 한국 장인들의 기술과 정신을 세계 무대에 올릴 계획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