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위대함은 ‘힘’이 아니라 ‘품’”…박노해 사진전 ‘산빛’

2025.07.01

라 카페 갤러리서 4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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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내 안의 산 같은 믿음이 흔들릴 때, 이 ‘산빛’을 따라 걸으며 그대 안에도 빛이 눈부시게 비추기를.”

박노해 시인이 세계의 높고 깊은 곳에서 담아온 37점의 사진과 글이 전시되는 사진전 '산빛'이 오는 4일부터 서울 서촌의 ‘라 카페 갤러리’에서 열린다.

라 카페 갤러리는 박노해 시인이 설립한 공간으로, 2012년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23차례의 사진전을 개최하며 45만 명이 다녀간 ‘도심 속 순례길’로 자리매김해왔다.

이번 전시는 만년설산과 안데스 고원, 아프리카 고지대 등지를 직접 걸으며 포착한 장면들을 선보인다. 그곳은 ‘소란과 속도 속에서 길을 잃은 날’마다 작가가 걸어오른 내면의 산정이자, 혼란한 시대에 단단한 믿음을 되새기는 고요한 피난처다. 박노해는 “산은 두 세계를 잇는 은밀한 안내자이며, 위대함은 ‘힘’이 아니라 ‘품’”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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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전통적인 흑백 필름과 아날로그 암실 인화 방식으로 완성됐다. 디지털 기기 대신 낡은 필름 카메라를 들고, 노출계가 아닌 심장의 박동에 따라 셔터를 눌렀다. 모든 인화 작업은 작가의 손끝에서 이루어졌고, 암실에서 수차례의 세척과 건조 과정을 거쳐 한 장 한 장의 사진이 만들어졌다.

작품 중 일부는 ‘박노해 사진전’ 특유의 짧고 강렬한 캡션을 통해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긴다. 산자락 같은 인생의 굴곡이 새겨진 얼굴, 황량한 땅에 나무를 심는 손, 학교 가는 아이의 맑은 눈동자와 같은 장면들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존재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전시장 한편에는 흑백의 흐름을 잠시 깨우는 9점의 컬러 사진도 선보인다. 파키스탄 길기트-발티스탄에서 촬영한 설산과 초록 계단밭 풍경은 이번 전시의 대표 이미지로도 사용됐다. 고요한 흑백 사이에 스며든 이 강렬한 색감은 생명의 리듬을 환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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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는 1984년 시집 '노동의 새벽'으로 데뷔한 이후, 감시를 피해 사용한 필명으로 ‘박해받는 노동자의 해방’을 뜻하는 ‘박노해’라는 이름을 썼다. 이후 사노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7년 6개월간 복역한 뒤 석방되었으며, 2000년부터는 비영리단체 '나눔문화'를 설립해 분쟁 지역의 평화 활동과 대안 삶의 문화운동을 이어오고 있다. 전시는 2026년 3월 29일까지. 관람은 무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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